비눗방울 속 대화

한 아이 만을 위한 비눗방울

by 박시윤

비눗방울 속의 대화

대구 남구 대명동, 오래된 대구대학교 대명동 캠퍼스, 한때 청춘의 소리로 가득했던 이곳은 지금, 조용한 배움의 터전으로 숨 쉬고 있다. 대학의 핵심은 모두 경산으로 옮겨가고, 다섯 개의 특수학교가 또 다른 배움을 실천한다.
대구광명학교, 대구영화학교, 대구보명학교, 대구보건학교, 대구덕희학교, 이름과 기능은 다르지만, 모두가 조금은 느린 아이들을 위한 학교라는 건 같다.
정신지체, 시각, 청각, 언어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매일 이곳으로와 공부를 한다.
정오 무렵, 햇살이 잎사귀 사이로 조용히 흘러내린다. 우체국에 다녀오는 길, 학교를 가로지른다. 낡은 건물 벽엔 시간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길모퉁이를 돌아서는 순간,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비눗방울이다. 투명한 동그라미가 하나, 둘 공중에 피어난다. 햇살을 머금어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며 바람을 타고 날아오른다. 커다란 공도, 작은 점도, 저마다의 속도로 떠오르며 하늘을 수놓는다. 그 아래, 두 사람이 있다.
아이의 발걸음은 말 대신 웃음으로 채워진다. 아이는 팔을 벌리고 비눗방울을 향해 뛰어간다. 고요하지만 바쁜 풍경이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고, 또 따라간다. 비눗방울이 터지면 순간 놀란 표정을 짓다가, 다시 또 환하게 웃는다. 햇살처럼 따뜻하고 분명하다.
그 옆엔 선생님이 있다. 아이와 함께 비눗방울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손에는 비눗방울 막대기가 들려 있고, 다른 손은 아이를 향해 가볍게 흔들린다. 손끝으로 수화를 보내며, 눈빛으로 다정한 대화를 나눈다. 선생님의 표정엔 조급함이 없다. 오히려, 아이가 비눗방울을 쫓는 그 찰나의 기쁨을 함께 누리는 사람처럼, 그 자체로 기뻐하는 얼굴이다.
아이의 걸음은 조금 서툴고, 웃음은 금방 터졌다 사라지지만, 그 모든 순간이 햇살 아래에서 반짝인다. 비눗방울 안에는 선생님의 마음이 담겨 있다. 말없이도 전해지는 기다림, 진심. 그리고 아이의 환한 미소 속에는 그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믿음이 있다.
나는 먼발치서 조용히 풍경을 바라본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 말도 오가지 않지만, 말보다 깊은 대화가 흐른다. 세상이 들을 수 없는 언어, 하지만 가장 진실한 언어다.
비눗방울은 잠시 머물다 사라지지만, 그 반짝임은 오래도록 남는다. 아이의 웃음도, 선생님의 눈빛도, 그날 정오의 햇살처럼 가슴에 고요히 내려앉는다.
나는, 말없이 쓰여지는 아름다운 동화 한 편을 본다. 그 안엔 무지개가 있고, 햇살이 있고, 최선과 진심이 있다. 그것은 교실이라는 공간을 넘어, 한 사람을 위한 세상의 가장 다정한 응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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