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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기혜 Oct 22. 2021

엄마가 찾아왔다

엄마가 왔다. 밖은 캄캄하고 우리가 있던 방은 밝았다. 우리집 현관방이다. 5  엄마가 둘째를 돌보아 주던  머물던 방이기도 했다. 형광등을 새하얗게  듯이  안은 눈부시게 밝았고 따뜻했다. 나는 지우, 세인이와 방구석에 살을 맞대고 모여 하하 호호 웃고 있었다. 그때, 어딜 다녀온 듯한 엄마가 현관에 들어섰다. 멀고 고단한 길을 다녀와 지친 사람처럼 엄마의 몸은 평소보다 쭈그러져 보였다. 엄마의 표정만큼은 밝았는데, 스마일 도장 같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우리가 노는 방문을 똑똑 두드렸다.

“엄마, 왜?”

“이리 좀 나와 봐라.”

엄마는 아기같이 손짓을 하며 나를 불렀다.

어딘지 아이들 몰래 살짝 부르는 느낌이라 나도 아이들에게 할머니 왔다고 혹은 할머니에게 가보라고 들썩거리지 않고 엄마를 살짝 따라 나갔다. 엄마는 나를 부엌 식탁으로 데리고 갔다.

“나 여기가 아퍼. 좀 주물러 줘라.”

엄마는 작은 등을 턱끝과 손짓으로 가리키며 내게 몸을 맡겼다.

“응 알았어.”

엄마 등을 만지려고 엄마를 안고 식탁 의자에 앉았다. 평범한 우리집 식탁 의자는 작았지만, 어쩐지 엄마는 아가처럼 작고 동그래서 내 책상 다리 위에 앉으니 품에 쏘옥 들어왔다. 엄마의 어깨부터 주무르기 시작했다. 엄마의 살갗을 만지려는 데 피부빛이 평소보다 많이 까맸다. 쇄골과 어깨뼈가 앙상하게 드러났다. 손에 닿는 뼈만큼은 어릴 때 목욕탕에서 구별하던 엄마의 뒷모습처럼 크고 단단했고 그래서 든든했다. 내가 엄마에게 필요하다니 신나는 마음으로 주물렀다.

‘엄마 아프구나. 힘들었구나. 어디가 아프지? 여긴가.’

따뜻한 엄마를 품에 안은 거다. 갓난 아기 지우를 집에 데리고 와 젖을 먹인 뒤 배 위에 올려놓고 재울 때 처럼 엄마의 무게와 온기가 내 배를 덮었다.

‘엄마 어디 갔다 왔지? 엄마 마지막에 어디 있었지?’

어깨를 주무르며 엄마와의 최근 일을 더듬었다.

“엄마 그 때 병원 갔을 때, 의사 말 듣고 진짜 놀랐잖아. 엄마 못 나오는 줄 알고.”

엄마가 검사중이던 병원에 가서 이런저런 음식을 내놓고 이야기나 나누면 되는  알다가, 치료를 받으러 삼성의료원에 옮기는  아이 옆에 있느라 가 보진 못하고 종일 마음이 어수선하다가,  앞으로 이런다 저런다는 의사 얘기에 가슴이  주저 다가, 결국 다 지난일이고 엄마가 이렇게 와서 다행이라고 엄마 ‘와하하웃으려는데 갑자기 기억이 새하얘졌다.

“엄마, 그런데 엄마 병원에서 어떻게 나왔더라?”

  속의 엄마가 빛으로 부숴지듯이 아무 무게도 없이 사라졌다. 엄마는 따뜻하고 동그란 눈으로 나를 보고 웃었다눈을 떴다. 배 위에 엄마가 떠난 무게가 남아있다. 우리 사이 온기가 사라져서인지 명치께가 잠시 서늘했다. 기억을 헤아리지 말 걸 그랬나. 그럼 엄마가 더 오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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