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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기혜 Aug 24. 2024

28 글로 맛보는 꽁치김밥

김밥의 오늘

혹여나 여전히 맛볼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인터넷을 뒤지는데 ‘꽁치김밥’에 ‘특허’라는 단어가 따라 나온다. 김밥에 특허라. 등푸른생선을 비리지 않게 구워 김밥에 넣어 팔기까지 궁리한 노력에 이름을 붙인 것도 같고, 남다른 재료로 유명 맛집이 되어보겠다는 사장님의 포부를 알리는 듯도 하다. 먹지 못해 그림의 떡이 되었으니 그림이라도 보아야지. 특허청의 꽁치 김밥을 읽어 보았다.     

 


홍성래 인천 2012년 출원 2013년 등록      

[특징]

꽁치머리와 꼬리부분이 김밥 양측에 붙어있게 해서 꽁치김밥의 맛을 더욱 즐길 수 있다.     

[만드는 법]

1. 밥에 들어가는 소스를 만든다. 사과식초와 설탕을 약 1:1.3의 비율로 섞고, 고운 소금을 한 꼬집 넣어 젓는다.

2. 무를 절인다. 설탕, 사과식초, 간장의 비율을 1:1:2로 섞고 여기에 물을 약간 더한다. 이를 팔팔 끓여 0.8mm 두께에 20cm 길이로 자른 무에 바로 부워 둔다. 하루 정도 그대로 두면 비린내가 없고 맛이 든 무절임이 된다.

3. 꽁치에 얹을 소스를 준비한다. 고추냉이, 올리고당, 마요네즈를 함께 섞어 둔다.

4. 꽁치를 가스 그릴에 올려 적당히 양쪽을 굽는다.

5. 구운 꽁치의 배 쪽 면을 갈라 내장과 가시를 제거한다.

6. 김밥에 소스를 넣고 잘 버무려 골고루 소스가 배이게 한 다음 김 위에 평평히 편다.

7. 그 위에 배를 가른 꽁치와 절인 무를 올린다.

8. 고추냉이 소스를 한 줄 뿌린다.

9. 김밥을 말고, 2~3cm 간격으로 썰어 낸다.          


유승민 완주군 2013년 출원 2014년 등록     

[특징]

꽁치 통조림을 사용한 꽁치 김밥. 꽁치뼈를 꽁치살과 함께 사용해서 칼슘 섭취율이 높다.     

[만드는 법]

1. 꽁치통조림에서 국물을 제거하고 건더기만 남긴다.

2. 꽁치 덩어리를 그릴이나 오븐에서 굽는다. 이때 생강즙과 레몬즙을 골고루 뿌리면서 구워 비린내를 잡는다.

3. 구워진 꽁치를 믹서기로 갈아 꽁치 페이스트를 만든다.

4. 꽁치 페이스트에 마요네즈와 와사비, 또는 고추냉이를 넣고 버무린다. 

5. 레몬즙도 약간 뿌려준다.

6. 준비된 재료를 이용하여 김밥을 만다.     


강지원 서귀포시 2016년 출원 2016년 등록     

[특징]

냉동 꽁치를 손질하여 맛있게 굽는 법

[만드는 법]

1. 냉동 꽁치를 1~3℃의 온도에서 5~10시간 동안 해동한다.

2. 세척 한다.

3. 소금으로 간하여 15~25분 그대로 둔다.

4. 레몬즙을 뿌려 역시 15~25분 동안 둔다.

5. 소금과 레몬으로 간 한 꽁치를 220~250℃에서 굽는다.

6. 구운 꽁치의 등 부분에 칼집을 내어 굵은 뼈와 내장을 제거한다.     



사장님이 가게의 이윤을 지키려 이토록 상세한 기록을 남겼겠으나 그보다 먼저 인류는 지구를 지키지 못해서, 묘사해 둔 제조법은 맛을 상상하게 돕는 새 기능을 한다. 미끈하고 단단한 생선의 감촉, 상큼한 향 풍기며 손가락을 타고 흐르는 레몬즙, 굵고 흰 천일염, 지글거리는 석쇠, 가지런히 놓인 밥과 김, 그 위에 오르는 뜨끈한 살코기. 단순한 조합이 입안에 씹히며 만들어 낼 신선한 풍미가 그려진다. 눈으로 읽자니 군침이 돈다.     


메망나랑, 기치, 카인자     


어린이의 말장난처럼 고대의 단어처럼 들리는 이 말은 차례로 인도의 귤, 미국의 콩, 우간다의 바나나를 가리킨다. 댄 살라디노의 책 <사라져 가는 음식들>에 나오는 이름들이다.     


꽁치     


다른 나랏말을 가진 사람이 들으면 내가 잠시 전에 그랬듯 생경함만 품고 말겠다. 고등어에 못 미친 자잘함, 신김치에 뒤섞여서 있어도 ‘없는 반찬’ 소리를 듣던 무색함, 가시까지 꼭꼭 씹어 드시던 할아버지 입모양을 놀라 쳐다보던 기억, 김밥에 돌돌 말려 머리와 꼬리를 내놓고 댕강댕강 토막 난 신기한 모양새에 아는 맛에도 퍼져나가던 입소문들은 식탁이 아니라 대나무 숲으로 간다.


대만산 냉동 꽁치를 사다가 만든 꽁치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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