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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복도 많지

by 송완주

좋은 사람의 기준이 뭘까 하면,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한텐 좋았던 사람들 같다.

단점은 누구나 있고 나 또한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니.

별로인 인간도 있었고 단점은 있지만 장점이 덮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이다 싶은 건 인터넷 경험담에서나 보던 막장 빌런은 딱히 만나지 않았다는 거? '딱히'에는 여러 의미가 있지만 어쨌든 난 참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나와 혈연도 아니고, 내가 선택한 사람도 아닌데 재직하는 중에는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 사람들. 회사 사람.


지금은 연락도 잘 안 하고 만난 지도 몇 년 가량 돼 가지만 너무 좋아했던 첫 회사 동료들. 언젠가 그들이 말했던 적이 있다. 우리가 친해진 게 신기하다고. 난 뭐가 신기하지? 그냥 잘 맞으니까 친해진 거 아닌가 했는데 돌이켜 보니 신기하긴 하다.

20대 때 새롭게 만난 인연 중 가장 좋아하는 사람으로 꼽는 그 직원을 만난 건 정말 다행인 일이다.

사회초년생이 아니었다면 절대 다니지 않았을 회사에서, 우리가 버텼던 건 서로가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한 때는 그들과 연이 끊기면 얼마나 슬플지,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는데 지금은 뭐.. 좋았던 기억이 있으니 그렇게 슬프진 않다. 단지 아쉬울 뿐. 우리의 추억이 기억에만 남겠구나.


아직도 연을 이어가는 두 번째 회사 동료들.

소중하고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물론 그들에게 이런 마음이 닿지 않겠지만.

역시나 그들 덕에 버티지 않았나 싶다.

팀원이 많은 팀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열몇 명이 넘는 팀에서 일하게 돼서 좋았고. 그들과 친해져서 좋았다. 우리의 관계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퇴사 하고도 이렇게 관계가 유지되는 건 누군가의 노력도 있다는 걸 안다.


또한 어리숙하고 일 못하던 나를 참아준 상사들이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현재진행형이라는 문제가 있긴 하다.



업무 하다가 잠깐 나누는 대화나 장난만큼 즐거운 게 없었다. 동료와 함께 하는 점심이 얼마나 기다려졌는지..

시간이 흘러가고, 관계도 흘러간다.

한 때 친구보다 더 가깝고 좋아했던 다른 이름의 친구. 또 다른 친구가 아직 생기지 않아 헛헛하지만 그때 좋았으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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