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 건 절대 하지 않는 내가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단 하나. 오로지 돈 때문이다. 물론 안 그런 회사원 없다지만. 돈에 미친 내가 퇴사 의사를 내뱉었다는 건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일 때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아주 안 참는 건 아니다.
회사를 다니는 괴로움도 있지만 회사를 다닐 수 있는 다행도 있으니까. 수습, 신입 지나고 업무에 적응할 때는 나뿐만 아니라 회사 또한 얼마나 바라던 시간인가.
하지만 적응기가 지나면 귀신처럼 권태기가 찾아온다. 꼴랑 1-2년 다녀놓고.
첫 회사에선 추석을 앞두고 퇴사했다. 명절 상여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적은 금액이었지만 연휴 기간 일하지 않고 받는 월급이 아쉽긴 했다. 그러면 뭐 해. 연휴 끝나고 밀린 업무를 해야 하는데. 그게 너무 싫었다. 2주에서 한 달만 더 일해 달라는 걸 뿌리치고 퇴사했다.
회사 붙잡은 것도 그 시기가 아니었다면 붙잡지 않았을 거다. 일을 잘해서 아쉬운 직원은 절대 아니었으니까.
두 번째 회사도 가을에 퇴사했는데, 추석 지나고 퇴사 통보를 했다.
아쉬운 게 있다면 한 해 마무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다. 원래 계획은 한 해를 채우고 내년 설이 지나고 퇴사를 하려고 했지만 정말이지 참을 수 없었다. 참고 싶지 않았다.
면담에서 상사도 연말 상여는 받고 나가라고 했지만 내게 중요한 건 돈이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그때로 돌아간다면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할 거다.
연차 소진을 안 해도 돈으로 절대 안 주는 회사였는데, 돈으로 줄 테니 며칠이라도 일을 해달라고 했다. 아니요.. 나름 쏠쏠한 연말 상여도 필요 없는 내게 고민할 거리도 아니었다.
세 번째 회사는 뭐.. 잘렸고, 연차 소진으로 퇴사 통보받고 일주일 정도 나간 거 같다. 감사한 일이다.
마음이 떠나면 몸도 떠나야 한다. 어차피 그만둘 곳에선 단 하루도 더 있고 싶지 않다.
1년 6개월. 2년 8개월. 1년 8개월.
직무도, 업계도 다 다른 애매한 경력.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나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얼마나 지겹지 않을 수 있을까? 잘리지 않을 수 있을까? 이 회사 정말 내 길인 걸까?
이 나이쯤엔 자리 잡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웬 걸, 나는 다시 신입이 되었다. 만년 사회초년생. 이 업계가, 직무가 처음인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마치 첫 회사를 다니는 거 같이 행동하는 내가 문제다. 언제쯤 능숙하고 어른스러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