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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태어난 것들

똥파리, 벌과 나비의 태생

by 서원



개똥 위엔 똥파리가 앉는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어둠의 냄새를 추적하는 코를 가졌고

그 냄새 속에서 밑바닥 진실을 알았다


꽃 위에는

벌과 나비가 춤을 춘다

그들은 빛과 향기에 민감한 존재

고운 날개를 가지고

우아하게 떠돌며

달콤한 일생을 꿈꾼다


똥파리는 어둡고 진지하다

벌과 나비는 밝고 아름답다

누가 옳고 그른 게 아니라

그저 맡는 것이 다르고

가는 곳이 다르다


하지만 세상은

늘 꽃을 향해 박수를 치고

똥은 발로 차버린다


그리하여 똥파리는

'우웅' 숨죽여 날고

벌과 나비는 '나풀' 소리 내며 떠다닌다


그러니 우리 중 누구도

자신의 코를 부끄러워하지 말 일이다

누군가는

향기를 쫓아도

진짜 썩는 곳을

모른 채 지나가고


누군가는

악취 속에서도

진실을 먼저 알아챈다


그게

각자의 태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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