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의 기도

by 서원



지난겨울

소리 없이 눈이 내리던 날

우리는

우리의 보금자리가 될 땅으로 향했지요


당신과 난 아무 말없이

그 땅 위에 서서

내리는 눈을 바라보았죠


한참을 바라보던 당신은

갑자기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옆에 있던 얼어붙은 돌덩이를 하나

집어 들었지요


그리고 말뚝을 다시 박았습니다

그 경계가 지워질까 봐

우리 대지가 흔들릴까 봐

한 번 더 세차게 박는 당신을 보며

든든한 마음이었다는 걸

당신은 아마 몰랐을 거예요


아직 이 땅에는

우리의 방도 거실도 아무것도 없는

그저

하얀 눈아래 잠들어 있는 언 땅


이제 이 자리에

우리의 하루가 쌓이고


이제 이 자리에서

새벽안개 걷히며

아침 햇살이 커튼을 젖힐 때

잠에서 깨어나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게 되리라는 생각에

가슴 깊이 벅참으로 차올랐었죠


눈 위에 찍힌 우리의 발자국이

곧 거실이 되고

주방이 되고

포근한 잠자리도 만들어지겠지요


햇빛이 쏟아지는 날

우리는 좋아하는 예가체프를 내리고

그 향기가 거실로 번져나갈 때


통창에 펼쳐진 푸른 잔디와

계절의 하늘을 바라보며

한없이 녹일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될 것이기에

언 땅 위에 서있는 발의 온기가

따스하게 전해졌답니다


나는 그날 알았지요


보금자리는

완공 후에도 행복하겠지만

지금 함께 서있는 이 순간

이미 시작됐다는 것을

눈이 내리는 이 겨울에도

우리의 땅이 따뜻했음을


집은 아직 마음속에 그리고 있었지만

행복은 이미 실재였기에

우리가 함께 할 그 시간을

그리고 또 그려 봅니다


벌써 봄기운이 살랑이네요

당신을 만난 건 기도였어요

그런 당신이 내 옆에 있어서

오늘도 난

푸른 잔디밭길을 걷듯 평온하답니다


당신은 나의 기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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