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와 그 여자
달이 머무는 바닷가
붉디붉은 꽃 한 송이가
외로운 영혼들을 위해
동쪽 하늘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세찬 바람은 불어 제치고
흰구름은 떠밀려 다녀도
파란 하늘은 아무 말없이
바다를 포근히 감싸 안고 있었고
앙상한 겨울나무는
몰아치는 바람에 휘청이지만
새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그 자리 그곳에서
꿋꿋하게 견디며
묵묵히 서있었다
저 멀리 바람 타고 달려오는
누런 강아지 한 마리
그림자도 날아간 추운 길목마다
친구 찾아 이리저리
외로움에 저려 뛰어다닌다
그 남자와 그 여자는
패딩모자를 '푹' 덮어쓰고
그 남자는
그 여자의 차가워진 볼을
목도리로 '꽁꽁' 여며주며
그 여자의 손을 잡고
그 남자의 주머니 속으로 넣었다
말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시간
서로를 충전하고 있었다
달을 품은 겨울바다를
그 남자와 그 여자는
바람을 맞으며 함께 걸어갔다
둘이어서
둘이라서 좋았다
달이 머무는 바닷가에
그 남자와 그 여자의
깊고 고요한 시간이
사뿐히 내려앉았다
오롯이 둘이기에
행복해질 수 있었던 시간
그날의 풍경은 오래 남아
사랑이란 이름으로 우리 곁에 머물렀다
쉽게 닿지 않는 곳에
조심스레 접어두고 싶은
우리만의 추억을 남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