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속에서 오는 깨달음

진정한 애도

by 서원



슬픔이 올 때는 충분히 슬퍼해야 한다

슬픔을 느끼지 않으려 애쓰면

나중에 다른 형태의 통증으로 돌아온다

슬플 땐 지금 충분히 슬퍼해야 한다


슬픔은 잘못도 아니고 나약함도 아니다

수행이 덜 돼 생긴 집착도 아니다

사랑의 크기가 컸다고 확인되는 것


하지만 슬픔을 느낄 때

"내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

"내 탓이야."

자책되어서는 안 된다


슬퍼해도 된다

울어도 괜찮다

사진을 보고 이름을 부르고

기억을 더듬어도 된다


집착은 붙잡으려는 마음이고

애도는 사랑을 보여주는 과정

슬픔이란 사랑의 깊이만큼 안는 것

존중받아야 할 시간일 것이다


통제하려 들지 않고

현실을 부정하지 않으며

다시 돌려놓으려 애쓰지 않는 것이

진정 올바른 슬픔으로 애도하는 것


애도는 희망을 붙잡는 행위가 아니다

어느 순간에 필요 없어지는 단계가 온다

그때의 슬픔은 격정적이지 않다

돌이킬 수 없음을 정확히 알게 되는

조용하고도 무거운 슬픔이다


진정한 애도가 진행되면

기억이 더 이상 상처를 찌르지 않는다

그 존재를 떠올렸을 때

숨이 막히는 대신

잠깐 멈춰 서서 생각하게 된다


슬픔은 사라지지 않고

삶 속에서 자리를 잘 잡는다


애도의 끝은 회복이 아니다

다시 선택하는 것

사랑했던 존재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채로

그래도 살아가겠다고 결정하는 것

그건 강해져서가 아니라

사랑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다


진정한 애도의 슬픔은

무너지는 슬픔이 아니라

삶을 더 진중하고

더 진지하게 만드는 슬픔이다


슬픔을 제대로 느끼는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얼마나 쉽게 알고 얼마나 늦게 깨닫는지를 배운다

그 배움은 겸손을 낳고

겸손은 타인의 고통 앞에서 말을 아끼게 한다

그리고 인간은 조금 더 인간다워진다


되돌릴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인 채로

삶을 이어가는 능력

이 능력은 기쁨에서 오지 않는다

상실을 겪지 않고도 똑똑해질 수는 있지만

상실을 겪지 않고 성숙해지기는 어렵다


고통은 사유를 낳는다

상실은 사유보다 먼저 와서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먼저 무릎을 꿇린다


그제야 우리는 "왜"대신

"그랬구나"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깨달음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때 느끼고

깨달은 만큼만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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