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프롤로그 - 나를 시작한 나이
나는 오랫동안
누군가의 엄마로만 살아왔다
삶을 멈추지 않고 쉼 없이 달리다 보니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잊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결혼생활은 예상치 못한 실패였고
두 딸을 홀로 키우며
감정 없이 하루하루를 견디는 데
온 에너지를 쏟았다
그냥 살아내야만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대로 세월을 흘려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턴가
'나'라는 사람이 내 안에서
너무 오랫동안 방치된 채
쪼그리고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사회생활을 접고
이제야 말로 진정
나를 한 번 제대로 들여다보자고
늘 마음 한 구석에만 간직해 왔던
글쓰기를 꺼내 들었다
잘 쓰고 싶은 것도 아니며
그냥
나를 끄집어내어 줘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를
잃어버린 나를
어쩌면 다시 살아나고자 보였던
나의 몰골을 보며
나는 엄마였고
지금은
'나'로 살아가는 중이다
이 글은
내가 누구였는지
누구로 다시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다
울고 싶어도 참았던 날들
내 이름을 불러본 적 없는 시간들 위에
처음으로
나를 써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