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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oniist Jul 22. 2021

내 집이 궁금해

내 집이 궁금해.


2021. 7.13.

매일이 덥다


최근 구입한 책들의 목록을 살펴본 나의 감회는 '역시 너무 많이 샀다'는 반성. 올해 안에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드는데 아직 6개월이 남았으니 힘을 내봐야지 어쩔 수 없다. 책을 너무 많이 사는 것도 문제지만 책을 읽는 법도 문제라면 문제. 나는 여러 권을 동시에 조금씩 읽는 편이다. 여러 책들을 함께 읽는 것은 북튜버들이나 애독가들이 권장하는 독서법이기도하지만 곤란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먼저 한 권의 책을 끝내기가 쉽지 않다. 세 권의 책을 함께 읽고 있다고 치면 그 세 권 중 한 권을 다 읽기 전에 또 읽을거리들이 들어온다. 금세 네 권, 다섯 권의 책들을 함께 읽게 된다. 이렇게 늘어나면 내가 뭘 읽고 있었는지도 까먹게 된다. 책상 옆에 쌓여 있는 책들을 보다가 '아, 이것도 내가 읽다 말았던 건데' 라며 자책하는 일이 잦다. 동시에 읽는 책들이 늘어나면서 각각의 책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기에 책 한 권을 끝내는데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 평균적으로 한달 이상 걸리지 않을까. 



저는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 사는 사람입니다.

책을 연속성 있게 독해하기도 힘들다.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좋지 않아서 일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여러 권의 책을 짧게 읽다보니 기억이 금방 휘발된다. 책장을 펼치기 전에 '내가 어디까지 읽었더라' 라고 질문을 떠올려보면 읽었던 내용이 떠오르지 않는다. 가끔은 '머리 속에 남지 않는 독서를 굳이 해야하나' 라는 생각도 든다(하지만 독서를 안한다고해서 딱히 다른 할 것이 있는 건 아니기에 어쩔 수 없이 계속 읽고 있다). 분절된 독해를 하다보니 깊이 있는 독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한 번쯤은 긴 시간 동안 한 권의 책을 읽는 도전을 해보고 싶다.

이런 내 사정은 개의치 않고 좋은 책들은 계속 출판되고 있으니 나는 올해 몇 권의 책을 더 사게 될 것이다(고백하자면 이 글을 쓰고 있는 사이에 나는 또 한 권의 책을 주문했다. 어플을 지우든지 해야지). 


지난 주에는 좋은 일이 있었다. 카카오의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었다는 메일을 받은 것이다. '브런치'는 카카오에서 내놓은 글쓰기에 최적화된 블로그 플랫폼(이라고 나무위키에 쓰여 있다. 생각보다 짧았다)이다. 

사실 브런치 작가 도전은 네 번의 도전 끝에 이룬 성공이다. 작년에 영화 리뷰로 세 번 도전했는데 세 번 내리 고배를 마시고 다시 도전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아무래도 작가주의 영화들을 선택한 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지만 '귀를 기울이면'도 리뷰했는걸). 하지만 올해 '다다다'를 시작하고 기록을 남기게 되면서(조금 비굴하게) 다시 문을 두드리게 되었고 이번에는 한 번에 선정이 되었다.

아무래도 '콘텐츠를 시작하고 그것을 브랜딩하는 기록을 남긴다'는 확실한 컨셉이 주효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이 신춘문예나 문학상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이 나처럼 탈락 메일을 받고 적지 않은 실망을 하실 것이라 생각하는데 '여러분 확실한 컨셉이 중요합니다' 라고 힘주어 말씀드리고 싶다.


아무튼 담당자는 정중한 사람이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려고 한 가장 큰 이유는 나무위키가 꼽은 '글쓰기에 최적화 된' UI, UX 때문인데 실제로 사용해보니 생각보다 더 좋았다. 가장 좋았던 건 네이버의 포스팅을 옮길 때 긁어서 붙이기만하면 된다는 것. 사진까지도 그냥 긁기만 하면 된다(카카오랑 네이버는 의외로 사이가 좋았던건가?).  잠깐 경험해 본 바로는 브런치에 콘텐츠를 올리려면 적극적인 포장이 필수인 듯 하다. 썸네일, 제목, 첫 문장을 좀 더 보완해서 글을 편집해 볼 예정이다.


모바일 브런치에서는 이런 모습입니다

'다다다' 콘텐츠와 대중들의 접점을 늘리는 플랫폼들을 2~3군데 정도 더 운영하고 싶었는데 이제 '브런치'가 추가되었다. 현재 '다다다' 관련 콘텐츠를 공급하는 곳은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 이렇게 세 곳이다. 인스타그램에는 만화를 올리고 네이버 블로그는 지금처럼 제작기를 올릴 것이다. 브런치에도 네이버 블로그와 같은 글을 약간의 시차를 두고 업로드 할 예정인데 브런치 포맷에 맞게 수정할 것이다. 네이버 블로그가 섭섭할 수 있으니 제작기 외에도 (작가주의적) 영화 리뷰나 짧은 단상을 남겨보려고 한다. 나는 전업도 아닌데 이 많은 일들이 가능할까?


독서법으로 돌아와서. 위에서 이야기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난 예의 그 독서법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서로 다른 책들을 번갈아 읽으면서 사고 간의 통섭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코스모스> <죄와 벌> <예테보리 쌍쌍바>를 동시에 읽으면 하나의 책을 읽을 때보다 훨씬 더 사고가 크게 확장되는 듯 하다. 문장 사이사이에 다른 책들이 들어와 책을 한 번 뒤튼다. 사고가 책 안에 머물러 있지 않고 뻗어나간다. 책을 읽고 있지만 나는 책 안에 머물러 있지 않는 것이다. 

한 번에 한 권씩 책을 읽는 것이 내 안에 건물을 하나씩 세우는 것이라면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것은 내 안에 큰 집 하나를 부분, 부분 만들어가는 느낌이다. 동시에 지붕을 만들면서 창틀도 만들고 기둥도 세우는 것처럼. 그래서 결국에는 큰 집 한 채가 지어진다. 더욱 매력적인 것은 그 집이 내가 그려본 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는 집이라는 것. 정말 멋진 일이다.


콘텐츠를 제작하고 브랜딩 하는 방법으로 내가 선택한 것도 내 독서법과 비슷하다. 조금씩 조금씩 여기저기 지어서 하나의 집을 완성하는 것.

실력도 시간도 부족한 나에게 이 방법은 벅찬 일이다. 하나의 플랫폼에 집중해서 실력을 키우고 인지도를 쌓고 단시간 내 여러 성과들을 축적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좀 어리석더라도 이렇게 해보려고 한다. 어렵다는 건 아는데 언젠가 지어질 내 집이 너무 궁금해서 안되겠다.


- 읽고 있는 책 : 사랑은 살려달라고 하는 일 아니겠나(황학주), 모든 것은 영원했다(정지돈), 악의 꽃(보들레르)

- 듣고 있는 노래 : 오마이걸, 메이트의 노래들

- 마시고 있는 것 : 다시 맥주를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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