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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oniist Jul 30. 2021

저도 그러겠습니다

저도 그러겠습니다


2021.7.24

열돔여름


무척 무덥지만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서 잠시 더위를 잊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여름을 사람들은 어떻게 기억할까. 열돔 현상의 불지옥을 먼저 떠올릴지 뭉게구름 가득한 파란하늘과 무지개를 이야기할지 궁금하다. 둘 다 잊지는 못하겠지만 어떤 것을 먼저 떠올릴지는 스스로 선택하기 나름이겠지. 


난 이걸 기억하는 걸로

'다다다'를 시작한지도 반 년이 되어간다. 그 동안의 경과를 정리해보면 총 30개의 게시물을 올렸고 155명이 다다다 계정을 팔로우 해주셨다(참고로 내가 팔로잉 한 분들은 208명. 좀처럼 격차가 좁혀지질 않는군). '다다다' 계정을 팔로우 해주신 많은 분들은 나처럼 인스타툰을 올리시는 분들이다. 덕분에 피드에는 재미있는 콘텐츠들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계속 그려주세요. 저도 그러겠습니다.


피드에는 중간중간 인스타툰이 아닌 피드들이 올라오기도 하는데 그분들의 글이나  사진을 보고 있으면 매우 신기하다. '우리는 같은 취향이 분명하다'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데 개인적으로 혈연, 지연, 학연보다 취연(방금 만들어낸 말입니다)이 더 강력하다고 믿는 바, 이건 대단한 일이다. 나랑 같은 취향인 사람이 나의 콘텐츠를 알아봐주었다니. 기쁜 일이다. 어떤 영화나 음악이나 장소가 참 맘에 들때 이렇게 생각해주시면 기쁠 것 같습니다. '아, 이건 다다다 그 사람도 좋아하겠어'. 저도 그러겠습니다.


말 나온 김에 박제를

홍보는 총 아홉 번 진행했다. 대부분 기간은 이틀 정도 진행하였고 비용은 세심한 금액 2만원으로 진행했다. 이 정도 규모로 홍보를 진행하면 회당 2,000~5,000명 정도에게 도달한다(인스타그램에서는 홍보로 인해 누군가 해당 게시물을  보았으면 '도달'이란 표현을 쓴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도달'의 뜻은 '어떤 목적한 곳이나 수준에 다다름'이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홍보 효과를 기준으로 본다면 나의 홍보는 '도달'보다 '미달'에 가깝다). 문제는 홍보를 태운 콘텐츠나 그렇지 않은 콘텐츠나 좋아요, 댓글 수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홍보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 그래도 새로운 사람들에게 내 콘텐츠가 닿는 것은 여전히 신나는 일이기에 이대로 광고를 접지는 않을 예정이다.


광고 효과가 크지 않다면 '다다다'를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까. 요즘 내가 주로 하는 고민이다. 고민을 거듭할 수록 역시 콘텐츠를 잘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라는 결론에 이른다. 불량 콘텐츠를 적극 홍보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망하는 길일테니. 그러기 위해서 꾸준히 그림 연습 및 공부를 하고 있다. 콜로소에서 김락희 선생님의 일러스트 강의를 듣고 매일 30분이라도 그림 연습을 한다. 그림 실력이 붙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일단 꾸준히 하는 수 밖에. 책도 더 다양하게 읽고(사고) 있다. 최근에는 에세이의 비중이 너무 커지는 것 같아서 철학, 과학 서적을 의식적으로 읽으려 하고 있다. 읽고 나면 금세 잊겠지만 자양분이 되어주겠지. 


시간관리를 위해 알람시계도 구입했다. 계란 삶을 때도 유용하다.

이런 노력들로 인해 '다다다' 콘텐츠가 발전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과연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룰만큼 노력을 내가 기울였냐고 물으면 자신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도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나에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다다다'를 더 잘만들기로 결심하면서부터 별 것 아니지만 그래도 유의미한 변화들이 내 삶에 생겨났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그림 수업을 듣기 시작하면서 일상 생활 중에서도 사람을 관찰하는 습관, 장면을 사진 찍듯이 머리 속에 담아두려는 습관이 생겼다. 이런 습관들이 그림을 그릴 때 도움을 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독서 할 때도 그냥 눈으로 훑고 지나가기 보다는 문장에서 얻은 인사이트들을 콘텐츠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 생각하며 읽게 되었다. 독서 자세가 좀 더 능동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리고 내 안으로 들어온 인풋이 축적되다 갈변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으로 새롭게 포장되어 어딘가로 배달되길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이 종종 든다(이런 표현은 좀 그렇지만 1시 방향 인풋을 아주 원활하게 7시 방향으로 아웃풋 하는 '로타리' 하나가 내 안에 생겼다고나 할까). 이러한 변화들이 나로서는 기대하지 못했던 재미인데, 과감하게 말해보자면 내공이란 것은 이 과정이 반복되며 생겨나는 결정체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렇게 나에게 변화가 생기고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개인적으로 '인류세의 대단한 사건 하나가 지금 나를 관통하고 있구나' 라는 실감을 매일하고 있는데 특히 '변화'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디폴트(default)'라는 단어를 빌려온다면 이제 내 삶에서 '변화'는 디폴트, 즉 초기값이 되지 않을까. 디폴트가 '변화'라는 것이 다소 역설적이긴 하지만 2020년 초부터 지금까지 줄곧 생각하고 있는 것은 이것이다. '변화가 기본이다'. 정체하지 말고 끊임없이 변해야만 하는 세상이 된 것 아닐까. 이건 좀 피곤한 삶이지만 어쩔 수 없게 되버렸다. 이 부분을 받아들이고 내 삶에 조금씩 변화를 가하고 있다. 


약 반 년의 시간 동안 큰 성과도 없는 '다다다' 콘텐츠를 꾸준히 그리고 또 앞으로도 그리려고 하는 이유 역시 이 것이다. 이 작업이 내 삶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작게는 연필을 쥐는 법부터 크게는 나의 꿈까지. 많은 것이 바뀌었다. 취업 후 수 년 간 정체되어 있던 내 삶의 많은 부분들이 이 작업과 함께 변화하고 있다. 이 사실 앞에서는 '미달' 처럼 보이는 내 콘텐츠들이 정말 나를 무언가에 '도달'시켜주려는 것만 같아 한 없이 미쁘다. 


- 읽고 있는 것 : 시간의 이빨(미다스 데커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김정선), 제품의 언어(존 마에다)

- 듣고 있는 것 : 살롱 드 오수경의 음악들

- 마시고 있는 것 : 트레비 탄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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