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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oniist Aug 04. 2021

'벌거벗은 임금님'의 소년, 입을 다물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소년, 입을 다물다


2021. 7.29.목

더워서 괴로웠다


출근길 뒷 머리에 맺히는 땀방울들이 한여름임을 실감하게 한다. 더위도 종류가 있는데 올 여름의 더위는 '작열'이다. 잦은 태풍과 장마로 내내 습했던 작년 여름과는 사뭇 다르다. '작열'이든 '다습'이든 힘든 여름을 지내고 있는데 여기에 자연을 파괴한만큼 되돌려 받고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죄책감까지 더해진다. 힘들고 괴로운 여름이다.


맑은 하늘이 조금은 괴로움을 덜어준다

일본은 결국 올림픽을 개최하였다. 개막식 3일 전까지 전혀 몰랐다. 올림픽이 이렇게 조용히 열릴 수도 있는 거라니. 게다가 2021년에 개최하는데 명칭은 '2020 도쿄올림픽'이다. 수많은 지구인들이 모두 이 거대한 거짓말을 모른 척 하느라 애쓰고 있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소년처럼 "다들 어떻게 된거 아냐? 지금은 2021년이야!"라고 외쳐보고 싶기도 하다. 이게 이렇게 쉽게 가능한 일이라면 시간을 더 돌렸으면 좋았을텐데. 아직 기후를 이 지경까지 만들지 않았던 시대로.


거짓말을 해야 할 정도로 4년이라는 주기를 꼭 지키고 싶었던 것일까 궁금해서 확인해보니 사실은 경제적 피해 때문이라고 한다. 이미 만들어 놓은 성화, 메달, 상품, 제작물 등의 연도를 '2021'로 바꾸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 많은 것을 다시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배출되고 인력 및 에너지를 낭비할지 눈에 선하다. 더 이상 죄책감을 더하고 싶지 않기에 소년은 두 주먹을 꼬옥 말아쥐고 입을 다물기로 한다.


코로나19로 올림픽이 여러 우여곡절을 겪는 걸 보면서 최근 현실 세계의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는 '메타버스'를 떠올리게 된다. 메타버스에서 올림픽을 개최한다면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의 위험도 없고 애매한 심판 판정도 없고 내가 보고 싶은 경기를 골라서 볼 수 있을테고 무엇보다 아주 쉽게 숫자를 2021로 바꿀 수 있겠지. 비록 지금과 비견하는 감동을 이끌어 낼 수는 없겠지만 보다 안전하고 공정하며 환경을 덜 해치는 올림픽이 될 것이다. 누군가는 온라인 올림픽은 '올림픽 정신'을 구현할 수 없다고 하겠지만 배금주의로 점철된 지금의 올림픽에서도 어떤 정신을 찾아보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면서 정신적, 신체적으로 경지에 다다른 선수들에 대한 내 존경심과는 별개로 올림픽은 복잡한 이해관계들로 인해 여기저기 기워진 누더기가 된지 이미 오래다. 올림픽도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선수들이 이룬 눈부신 성과들이 올림픽으로 인해 퇴색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메타버스'는 비단 올림픽 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의  대안이 될 어나더 유니버스(Another Universe)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문제 많은 차안의 세계에서 벗어나 깔끔하고 단정한 피안의 세계가 이미 여기저기서 건설되고 있다. 제페토, 로블록스, 포트나이트를 비롯해서 싸이월드 역시 메타버스를 도입해서 부활할 예정이라고 한다. 메타버스의 전망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견해들이 있다. 심정적으로 지지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냉철하게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에 모든 가능성이 다 들어있는 유토피아로 보는 견해도 있다. 사실 내가 궁금한 의견은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없는 어린 세대들의 의견이다. 그들에게 물어보면 '아저씨는 방구야' 라고 대답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나는 단순히 메타버스가 '다다다' 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세계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사이버가수 아담에게 어떠한 호감도 느낄 수 없었던 나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메타버스를 평가절하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되도록 나보다 콘텐츠를 중심에 두고 사고해야 한다.

결론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내 캐릭터들이 나의 그림, 나의 대사에 머무르고 있지만 이 친구들이 메타버스로 나오면 직접적으로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지금과는 또다른 감동을 전해주는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콘텐츠 제작자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해줄 수 있는 도구라면 어떻게든 손에 쥐어봐야 한다. 그 뒤에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네이버 제페토에 가입하여 조금씩 체감을 하고 있다. 이 안에서 어떤 것들을 배워야 할지 또 해낼 수 있을지 공부하고 있다. 


Wassup, Bro?

'2021년에 열린 2020 년 올림픽. 그리고 텅빈 객석에 관중의 함성이 지워진 올림픽'. 이 묘한 비현실감이 마치 메타버스로 가는 통과점처럼 느껴진다. '다다다' 콘텐츠가 메타버스와 만나는 모습이 나도 많이 기대가 된다. 그래서 전업도 아닌  나는 자기 깜냥도 잊은 채 상상 속에서 자꾸 이렇게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체력을 더 키워야겠다. 건강해야겠다. 


- 요즘 듣고 있는 것 : 미드나잇 인 파리 OST, 모아이(서태지)

- 요즘 읽고 있는 것 :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김정선), 무한화사(이성복)

- 요즘 마시고 있는 것 : 그레이 커피 퍼블블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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