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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oniist Jul 09. 2021

생각대로 안되는 일

생각대로 안되는 일.


2021. 5. 20. 목. 흐리고 비.


최근에서야 인스타그램에 비즈니스계정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였다.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비즈니스 계정’ 이라는 글자를 보고 만 것인데 ‘음, 어떻게 보면 브랜딩도 비즈니스이니 비즈니스 계정이 어울리겠군.’이라고 생각하며 냉큼 눌렀다. 그러고나서야 이렇게 블로그에 연동하고 글을 쓰는 비즈니스 계정스러운 생각도 하게 된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내 계정에 대한 ‘인사이트’를 서비스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 계정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니. 다른 사람들의 반응 하나하나가 모두 절실한 초보에게는 새로운 아이템을 얻은 것만 같다. 

제대로 된 인사이트를 얻으려면 홍보를 태워야하는 법. 역시 공짜 아이템 같은 건 없다. 최근 3개의 에피소드를 홍보해봤다. 아주 섬세한 금액인 1~2만 원대로 각각 타겟을 달리해서 진행했는데 노출된 것에 비해서 반응은 없었다. 아니 기대했던 것보다 많이 낮았다. 역시 콘텐츠의 매력이 많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실망이 들었다. 이래선 ‘독자들의 열렬한 요청으로 캐릭터의 가면을 벗기겠습니다.’라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는걸. 홍보를 타고 여러 사람들이 내 콘텐츠에 반응을 보일 줄 알았는데 역시 생각대로 안되는 일이었다. 돈까지 썼는데 망했다.



나는 꽤 긍정적인 편인데 긍정적이라는 것은 ‘‘삶은 어쨌든 열심히 살고 노력까지하면 중간은 가는 것 아닌가요.’라는 마음을 내재화 함’이라는 뜻인 것 같다. ‘어, 내가 그렇게 특별하진 않지만 이상하게 망하진 않을 것 같다.’라는 포기와 확신이 잘 섞여진 상태라고나 할까. 암튼 난 망하진 않을 것만 같다고 생각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당연하게도 자주 망한다. 누군가는 아주 회복 불가능한 상태나 상황에만 망했다라는 표현을 쓰겠지만 나는 내 예상이나 기대와 다른 상황이 내 예상이나 기대 이상으로 나쁘게 펼쳐졌을 때 망했다라고 쓰기 때문이다. 삶은 정말 내 생각대로 안된다.


‘다신 다짐 같은 건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라는 내 콘텐츠의 제목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오늘은 많이 웃어야지, 조금만 먹어야지, 운동을 해야지, 부모님한테 짜증 안내야지와 같은 수없이 많은 다짐을 하지만 그런 다짐들을 제대로 지켜본 적은 없다. 다짐은 평생토록 지켜야만 비로소 지켰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지키기 어려운 자신과의 약속이다. 이런 진리를 뒤늦게야 깨닫고 ‘아 이젠 다짐 같은 건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잠깐, 이것도 다짐하지 말자는 다짐이잖아? 삶은 정말 내 생각대로 안된다.  


정말 다행인 것은 내가 삶에 대한 묘한 매력을 느낄 때가 바로 이 망한 순간이다. 상대방의 반응이 내 기대와 다를 때, 당연히 영업할 줄 알고 비바람을 뚫고 찾아간 피자집이 오늘부로 영업이 종료되었을 때, 아침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기분 좋은 하루를 기대했으나 악재의 연속인 하루를 보냈을 때. ‘아, 망했다’ 싶을 때. 그럴 때 나는 마음 한 쪽으로는 정말 이상하게도  삶을 절실히 실감하게 된다. 삶이 뭔가 어긋났을 때 나는 오히려 삶을 더 가깝게 느낀다. 아 역시 내 맘대로 안되는 걸 보니 내가 살아있긴 한가보군. 이런 느낌.

때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마음에 무엇하나 걸리는 것이 없는 시간들을 보낼 때도 있다. 그럴 땐 오히려 불안해진다. ‘삶이란 것이 이렇게 순탄할리가 없어. 이건 삶이 아냐!’라고 마음 어딘가에서 비명을 지른다. 내가 어리석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하게 말한다. 나는 그런 편이다.  그래서 사실 삶이 묘하게 어긋나고 마는 그런 순간들을 싫어하지만 귀하게 여긴다. 삶은 아이러니하고 나는 그걸 인정한다.


이번 홍보는 내 기대와는 달랐지만 다른 면에서는 높은 성과가 있었다. 앞으로 콘텐츠가 어떻게 흘러가야 할지 방향을 정할 수 있었고 어떤 이야기를 블로그를 통해서 풀어나갈지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나와 취향이 매우 비슷할 것으로 생각되는 분들을 팔로워로 만날 수 있었다. 이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어딘가에서 내 콘텐츠, 내 이야기 방식을 알아봐줄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확신으로 바뀌었다. 정말 귀한 수확이다. 이제 다음 이야기를 준비해야겠다.


읽고 있는 책 : 린 스타트업(에릭 리스), 떨림과 울림(김상욱)

듣고 있는 노래 : I Wonder(Rodriguez)

마시고 있는 것 : 아메리카노(라바짜), VOLFAS ENGELMAN, FASS BRAUSE(둘 다 무알콜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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