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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oniist Nov 12. 2024

'확장' : 2024년 11월 2주

주간업무보고

  '밤극장' 글쓰기를 마무리하고 꾸준히 글을 쓰게 할 원동력이 될 주제를 궁리하다 회사에서 작성하던 '주간업무보고'가 떠올랐다. 한주의 일을 돌아보고 차주의 일을 계획하는 '주간업무보고'의 의미를 깨달은 건 입사 후 한참이 지나서였다. 바쁜 일에 쫓기다 보면 '주간업무보고' 작성하는 시간마저 아까웠다. 그래서 늘 대충 쓰고 주간업무회의 때 어찌저찌 말로 수습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해서 안 깨지고 회의가 지나가면 다행이었지만 늘 진지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뭐, 그것도 일하느라 금세 까먹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한 번 더 삶을 되풀이한다면 식후 양치질만큼은 확실히 실천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한 번 더 회사 생활을 되풀이한다면 주간업무보고를 더 공들여 쓰고 싶다(회사에서 식후 양치질은 정말 공들여 했으니). 


아무튼 매주 쓰기에는 이만한 핑곗거리가 없는 것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쓰게 될지는 잘 모르겠으나 '다다다'를 연재하는 한 중단되는 일은 없을 테니, 심심하실 때마다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회사에서 업무 중에도 떳떳하게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주간업무보고 레퍼런스'를 참조하고 있는 중입니다.


11월 4일(월)

- 오전에 지하철을 한 시간 정도 탈 일이 있었다. 지하철을 탈 때는 대개 책을 가지고 타는데 이번엔 책 한 권만 들고 다니기 뭐 해서 빈손으로 탔다. 대신 지하철 안에서 '다다다' 캐릭터들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서 독서는 잘 되니?' '재취업 준비는?' '또 어떤 용서를 빌었니?' 같은. 한참 대화가 물이 오를 때 목적지에 도착해서 아쉬웠다. 이번 주의 에피소드들은 아마도 그 대화의 결과물.


'자신을 믿어봐.'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뜻하지 않은 사람에게 가장 필요했던 말을 들었다. 그래서인지 더 강하게 기억 속에 남는다. 보답으로 크롱 초콜릿을 하나 사주기로 마음먹었다.


- 에피소드 281화 구상 중. 월요일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11월 5일(화)

- 에피소드 281화 작업 및 업로드 완료.


- 유일하게 가면을 쓰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에 진전이 있다. 이 친구가 가면을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나로서는 꽤 오래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보고 실마리를 찾았다. 어떤 사람은 가면을 아직 못 쓴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민낯일 때 가장 가식적이다. 가면을 씌워라, 그러면 진실을 말할 것이다.

Man is least himself when he talks in his own person. Give him a mask, and he will tell you the truth.

                                                                                                                * <NewPhilosopher> vol.18에서

- 2025년도에 쓸 다이어리를 구입했다. 마욜렌 델하스 제품인데, 처음 써보는 것이다. 다이어리를 받으면 설렐 줄 알았는데 2024년도에 깊이 몰입해 있는 상황이어서 별다른 감정이 들지 않았다.


- 광고 없이 팔로워를 늘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 중.



11월 6일(수) 

- 팔로워를 늘리기 위한 방법 : 이렇게 된 이상, 직접 호소하기로 한다.


- 릴스 영상 끝에 간절한 호소문을 붙이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 이런 그림은 그리는 것도 더빙을 입히는 것도 너무 재밌어서 반응이 없더라도 계속할 생각이다.    


11월 7일(목)

- 에피소드 282화 작업 및 업로드 완료.


- 281화에 이어 282화도 가면이 주요 소재로 등장했다. 마지막 컷은 고등학교 회상씬인데 가면을 씌울지 말지 마지막까지 고민했었다. 고등학생과 성인의 삶의 무게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쪽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벌써 맨얼굴을 선보이는 게 자신 없기도 했다. 하지만 얼굴을 비워놓고 그리는 동안 이 그림체에는 역시 맨얼굴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면이 없는 얼굴을 마지막에 그려 넣었다. 그리고 나니 이야기가 과거로 확장되는 느낌을 받았고 개인적으로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증가되었다. 그리는 동안에도 몹시 즐거웠던 것 같다.


11월 8일(금)

- 어제 작업한 282화의 릴스를 올렸다. 호소문도 잊지 않고 올렸다(반응은 거의 없다).

- 에피소드 283화 구상 중. '용서'에 대한 생각이 자꾸 든다. 회용이가 나올 때가 됐다.



 11월 9일(토)

- 에피소드 283화 작업 및 업로드 완료. 


- 283화는 회용이가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친구가 목격하는 이야기를 넣었다. 한 사람은 자꾸 고맙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은 자꾸 미안하다고 한다. 어떤 사실의 의미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지금은 모두에게 좋은 일이 미래에는 모두에게 나쁜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무척 괴로울 것이다.

- 283화 처음 컷, 카페 내부에 액자를 두 개 그려 넣었다. 하나는 <룩백>에서 후지노가 '스킵'을 하는 장면의 실루엣이다. 그릴 때는 큰 의미 없이 그려 넣었는데 지나고 나니 이 에피소드와 <룩백>이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쿄모토를 집 밖으로 이끌어내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후지노의 자책. 후지노가 다시 시계를 돌려 쿄모토를 만나면 쿄모토가 고맙다고 고백하는 그 순간에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하게 되지 않을까.


- 회용이가 용서를 구할 때는 다른 모습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정장을 입히고 선도 복잡하게 그렸다. 그러고보니 이 사람, 미래에서는 뭘 하던 사람일까.


- 액자에 넣을 그림으로 <룩백>을 떠올렸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신통한 일이다. 다음 주에 한 번 더 보러 가야겠다. 아마 마지막이 되겠지.



              11월 2주 차 팔로워 : 1720명            

              11월 3주 차 계획 : 에피소드 3개 업로드, 릴스 3개 업로드, <룩백>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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