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이루는 길

3-4 내 몸을 살펴보아요

by 산바람

눈으로는 보는 거예요. 동생에게 해로운 물건은 보이지 않게 두어요. 귀로는 듣는 거예요. 동생이 해로운 물건을 입에 넣으면 부드럽게 ‘안 돼요.’라고 말해요. 큰 소리로 말하면 동생은 놀라서 울어요.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부드럽게 말하면 마치 알아듣기라도 하듯 멈춰요.

코로는 냄새를 맡아요. 어머니가 계시지 않을 때 동생이 울면 어머니 냄새가 배어든 작은 홑이불을 갖다 주면 울음을 뚝 그쳐요. 정말 신기하지요? 나도 어머니 냄새를 알 수 있어요.

입으로는 음식을 먹어요. 동생이 배고파 보챌 땐 우유병을 갖다 주어요.

손으로는 무엇인가를 잡아요. 동생과 놀아줄 때 안아주어요.

발로는 서고 걸어요. 동생이 아장아장 걸을 때 귀여워요.

배로는 무엇을 할까요? 등으로는 무엇을 할까요?

어느 날, 문득 몸은 무엇이지 라는 물음이 떠올랐어요.

“할아버지, 몸은 무엇이에요? 왜 몸이라고 해요?”

“우리 물음이는 심심할 새가 없구나. 우리 몸에는 무엇이 있지?”

“눈, 코, 입, 귀, 가슴, 배, 손, 발이 있어요.”

“그게 모여 있으니까 몸이라고 하지.”

“와! 그래요?”

모두 모인 것이니까 몸이라고 한다는 말에 깜짝 놀랐어요. 왜 여태 몰랐을까요?

“물음아, 이왕 말이 나왔으니 몸 이야기 더 해볼까?”

“좋아요. 할아버지.”

“우리 몸에 목이 여러 군데 있는데 무엇이 있을까?”

“목요? 목도 있고 손목과 발목이 있어요.”

“제법인데. 가죽도 여러 군데 있단다.”

“낯가죽, 뱃가죽, 등가죽 우리 몸은 온통 가죽으로 덮여 있어요.”

“허허허! 그래, 그래. 이번에는 톱이 있단다.”

“톱요? 날카로운가요?”

“그럴지도 모르지.”

“아, 손톱, 발톱이 있어요. 근데 할아버지, 우리 배움방에 손톱을 물어뜯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의 손톱은 정말 톱처럼 뾰족뾰족 날카로워요.”

“저런, 건강에 해로울 텐데…. 이번에는 꺼풀이다.”

나는 빙긋 웃으면서 눈꺼풀을 떴다 감았다 깜박였어요.

“눈꺼풀, 쌍꺼풀이 있어요.”

“꺼풀은 껍질이라는 뜻이란다. 이번에는 가락이다.”

“가락가락…. 손가락, 발가락이 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 국수 가락이나 엿가락처럼 길쭉한 것이 낱낱이 갈라져 있어요.”

“맞았다. 이번에는 털이다.”

“머리털, 솜털, 아빠 입 둘레에 난 털, 겨드랑이 털이 있어요. 할아버지, 푸른솔은 어깨에도 귓바퀴에 솜털이 무척 길어요.”

“자라면서 다 빠진단다. 너도 아기 때 그랬었지. 목욕을 하고 나면 어깨며 귓바퀴의 솜털이 구불구불하였지.”

“자, 이번에는 구멍이다.”

“구멍, 구멍, …. 아이! 할아버지 웃겨요. 눈구멍, 콧구멍, 입 구멍, 귓구멍, 땀구멍, 오줌 구멍, 똥구멍이 있어요.”

“똥구멍이 없으면 똥을 어디로 싸니? 구멍은 몸과 밖의 것이 들락날락 거리는 길이지. 모두 없으면 안 되는 것이란다. 이번에는 마디란다.”

“고개 마디, 손가락 마디, 손목마디, 팔꿈치마디, 발가락마디, 발목마디, 무릎마디, 뼈마디가 있어요.”

“그래, 마디는 뼈와 뼈가 이어지는 곳으로 우리 몸에 아주 많이 있단다. 이번에는 통이다.”

“머리통, 몸통이 있어요.”

“그래 통은 무엇인가를 담아내는 것인데 심장을 염통이라고도 한단다.”

할아버지와 몸놀이를 하다 보니 이젠 환하게 알겠어요. 몸은 ‘모음’이 줄어든 말 같아요. 저녁에 아버지께 말했더니 내 말이 맞았어요. ‘모으다-모음-몸’으로 되었대요.

나는 날마다 씻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도 하고 양치질도 해요.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꼭 손을 닦아요. 저녁에 잘 때는 양치질도 하고 몸도 씻어요. 그러면 몸이 개운해지고 잠도 아주 잘 오지요. 어머니는 손을 닦을 때나 양치질을 할 때마다 차례대로 하라고 잔소리를 하셔요.

손을 닦을 때는 손바닥을 마주 대고 문지르기-손가락을 마주 잡고 문지르기-손등에 손바닥을 겹쳐 문지르기-엄지손가락을 돌려가며 문지르기-손깍지를 껴서 문지르기-손톱 밑을 긁듯이 문지르기를 해야 해요. 그런데 이렇게 닦다가는 맛있는 음식이 모두 다른 사람 입에 들어가 버릴 지도 몰라요.

양치질을 할 때는 어금니 바깥쪽 닦기 - 어금니 안쪽 닦기 - 앞니 바깥쪽 닦기 - 앞니 안쪽 닦기 - 어금니 씹는 쪽 닦기 - 이와 볼 사이 닦기 - 혀 닦기를 해야 해요. 혀를 닦을 때 잘못하면 구역질도 나오고 눈물도 나와요. 어떤 날은 모든 게 귀찮고 양치질도 손 닦기도 하기 싫을 때가 있어요. 어머니는 내 마음도 몰라주고는 병에 걸린다고 꾸중을 하셔요. 그런데 왜 씻지 않으면 병에 걸리는 걸까요?

어느 날, 아버지와 세균에 대한 책을 보았어요. 아버지께서 책을 읽어주실 때 정말 재미있어요. 책에 있는 글자대로 읽지 않고 바로 말을 지어내면서 읽어주시거든요.

“나는 세균이다. 나는 너의 손톱 밑에 꼭꼭 숨어있기 좋아하지. 그 뿐인 줄 알아? 너의 땀이나 비듬은 아주 맛있는 먹이지. 고약한 발 냄새도 바로 나 때문이라는 것은 몰랐을 걸.”

“우웩! 더러워!” 나는 손을 입에 대고 토하는 척하면서 말하였어요.

“내가 너의 몸속으로 들어가 병이 들게 할 수도 있지. 그 뿐만 아니라 딱딱한 이빨 같은 것도 박박 갉아먹지.”

아버지께서는 손을 흔들면서 내게 바싹 붙었어요. 나는 소리를 질렀어요. 세균들도 먹고 살아야 하겠지만 내 몸을 먹게 둘 수는 없어요. 난 오늘부터 꾀부리지 않고 깨끗이 씻고 잘 거예요.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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