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나는 자라요
그동안 나의 몸은 많이 자랐어요. 지난해보다 집게손가락 길이만큼이나 자랐는 걸요. 나는 거울에 비친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어요. 얼굴에는 머리카락, 눈썹, 뺨, 눈, 코, 입, 귀가 있어요. 그런데 웃겨요. 눈구멍, 콧구멍, 입구멍, 귓구멍 모두 구멍이 뚫려 있어요. 나는 모든 구멍들을 크게 하려고 했어요. 눈을 크게 뜨자 달걀처럼 흰자위가 보여요. 콧구멍을 크게 하려고 하자 자꾸만 벌름거려져요. 이번에는 입을 크게 하려고 하자 하품이 나왔어요. 마지막으로 귓구멍을 크게 하려고 하였는데 귀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느낌이 나면서 이마가 움직였어요. 그런데 귓구멍은 커졌는지 볼 수 없었어요.
동생은 정말 많이 자랐어요. 나는 동생에게 눈, 코, 입을 크게 하는 것을 보여주었어요. 동생이 까르르 웃으니까 눈이 작아지고 이가 보여요. 그러다가 방귀를 뽕하고 뀌더니 눈이 동그랗게 되었어요. 제 방귀 소리에 놀라다니 정말 웃기지요? 나는 가끔씩 동생과 까꿍 놀이를 하면서 놀아줘요.
'자라나다'는 것은 자라서 나는 것이게지요. 키가 자라나고, 몸이 자라나고, 힘이 자라나고, 마음이 자라나고, 생각도 자라나고, 꿈도 자라나요. 나는 자라나는 것에 대해 살펴보면서 나에 대하여 더 잘 알게 되었어요. 자라나는 것은 나서 지금까지의 온통의 것을 싸잡아서 말하는 거래요. 그래서 살과 나이는 다를 수 있다고 했어요. 생일은 태어난 날이니까 "너 몇 살이니?"라고 묻는다면 태어난 나서 지금까지를 셈하여 말하면 돼요. 그렇지만 "너 나이가 몇이니?"라고 묻는다면 세상에 난 모든 것은 어쩌면 지구의 나이와 같을 지 모른댔어요. 어쩌면 우주의 나이와 같을 지 모른댔어요. 우주 자연이 나를 낼 때, 우주 자연의 일부가 나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래요. 그렇지만 몇 살이든 나이가 몇이든 같은 숫자로 말하는 것이래요. 우리는 모두 우주적인 것이에요. 우주의 일부에서 비롯했고 우주와 더불어 살아가며 우주적인 삶을 사는 거랬어요. 너무나 귀한 나에요. 여러분도 그렇겠지요. 따뜻한 햇살도 시원한 바람도 그렇겠지요.
* 여러분도 자라나는 것을 더 찾아보세요.
동생은 무럭무럭 자라 이제는 걸어 다녀요. 동생이 걸어 다니면서 나는 무척 바빠졌어요. 동생은 손에 잡히는 것은 모두 입에 넣어요. 그래서 내 책, 내 연필, 내 장난감 따위를 동생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두어야 해요. 동생은 어떻게 그렇게 맛없는 것을 먹으려할까요? 엄마는 동생이 아무 것이나 먹다가 다치거나 아플까봐 걱정을 많이 하세요. 나는 동생이 내 것을 먹으려고 할 때마다 무척 성가셔요. 하지만 할아버지께서 “너도 아기였을 때 그랬지.” 라고 말씀하셔서 그냥 봐주기로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