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내다, 낳다, 나다는 어떻게 이어질까요?
나는 태어났어요. 어떻게 태어났는지 무척 궁금했어요. 하루는 마루에 앉아서 신문을 접고 계시는 할아버지께 여쭈어보았어요.
“할아버지, 사람은 어떻게 태어나나요?”
“사람이 태어나려면 온갖 것들이 다 함께 해야 한단다. 먼저 하늘이 내야 하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아무리 하늘을 바라다 보아도 구름만 있던걸요. 여러분은 사람을 내는 하늘을 본 적이 있나요? 할아버지의 말씀은 가끔은 알아들을 수 없을 때도 있지만 가만히 되새겨 보면 알아들을 수 있을 때도 있지요. 할아버지께서 풀어주신 말씀을 여러분에게도 알려줄게요.
“사람이 태어나려면 세 가지가 함께 해야 한단다. 첫째는 하늘이 내야 하지. 하늘이란 ‘한’과 ‘울’을 모아서 만든 말이란다. ‘한’이란 크다, 많다는 뜻이고 ‘울’이란 울타리라는 뜻이지. 그러니까 하늘이란 아주 커다랗고 많은 것을 품고 있는 울타리라고 할 수 있지. 세상에서 가장 큰 울타리는 자연이고 우주란다. 사람이 태어나려면 우주와 자연이 사람을 내야 한단다. 우주와 자연이 으뜸으로 큰 것이기에 내지 않은 것은 없지. 둘째는 우주와 자연이 사람을 내더라도 어머니가 낳아야 한단다. 그런데 어머니가 자식을 낳기에 앞서 아기가 어머니의 배에 들어서야 한단다. 어머니의 배에 들어서는 것은 우주 자연이 내야 아기가 들어설 수 있는 거지. 그렇게 아기가 어머니의 뱃속에 들어서야 어머니는 뱃속에서 아기를 배고 길러서 낳게 되지. 셋째는 어머니 쪽에서는 아기를 낳는 것이지만, 아기 쪽에서는 나야 한단다. 아기가 나아만 드디어 나인 것이 되는 거지."
"할아버지, 무슨 말인지 너무나 어려워요."
"허허허! 어려울 수밖에. 우리 물음이가 물어봤기에 말은 했다만 어렵고 말고. 그래, 우리 물음이가 어떻게 알아 들었는지 한 번 말해 보렴."
"그러니까 내고 낳고 나고가 이어져 있다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어지러워요."
"우리 물음이가 잘 알아들었는 걸. 우주와 자연이 사람을 내고 어머니가 아기를 낳고 아기가 나야 비로소 나인 것, 태어난 것이 된다는 말이지."
나는 머리가 어질어질해졌어요. 그러니까 내가 난다고 날 수도 없고 어머니가 낳는다고 낳아지는 것도 아니고 우주와 자연이 낸다고 다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말인 것이지요. 할아버지께서는 내 마음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내고 낳고 나인 것이 함께 해야 태어나는 것이지.”
옆에서 듣고 계시던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어요.
"아버님, '나는 나이다.'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군요. 나는 나인 것이고, 나는 어머니가 낳은 것이고, 우주가 낸 것이지요."
나는 몇 번이고 비슷한 말을 들으니까 외워지기는 했어요. 그래도 또렷하게 알아 들은 것은 아니에요.
얼마 후에 나는 ‘생겨나다’라는 말이 다시 생각나면서 여러 가지 말들이 떠올랐어요. 그리고 '생겨나다'라는 말은 무엇이든 다 말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사람도 생겨나니까 생겨난 날을 생일이라고 하고, 나무도 생겨나고, 건물도 생겨나고, 돈도 생겨나고, 물건도 생겨나고, 일도 생겨나고, …. 나는 이런 것을 알게 되었다면서 어머니께 자랑을 했어요. 어머니께서는 나를 쓰다듬어주시면서 그 까닭을 말씀해 주셨어요. 할아버지께서 말씀해 주신 것과 비슷하지만 달랐어요.
“‘생(生)겨나다’라는 말에서 생(生)은 한자란다. 우리말 뜻으로는 ‘날’이고 발음은 ‘생’이라고 한단다. 우리말에서 ‘내다’, ‘낳다’, ‘나다’ 라는 말은 같은 말이지만 우주와 자연 쪽에서는 ‘내다’가 되고, 어머니 쪽에서는 ‘낳다’가 되고, 내 쪽에서는 ‘나다’가 되는 말이지. 그러니까 생(生)을 '날 생'이라고 하면 한쪽만을 말하게 되는 것이므로 온 것으로 말했다고 볼 수 없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난 것이므로 ‘생겨나다’로 말이 된단다. 모든 것은 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은 생겨난 것이 되지.”
나는 병아리가 물을 마실 때처럼 어머니 한 번, 하늘 한 번을 쳐다보았어요.
나도 생겨난 것이고, 그림책도 생겨난 것이고, 저 달님도 생겨난 것이고, .. 나와 달님은 생겨난 것이라는 점에서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