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자라는 나 3-1 나는 생겨나고 태어났어요
동생이 태어난 지도 벌써 1년이 넘었어요.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결혼을 한 외삼촌과 외숙모에게 아기가 태어났어요. 동생이 한 명도 없는 친구도 많은데 나는 동생이 두 명이나 돼요. ‘태어나다’ 라는 말은 재미있어요. 모든 것이 나는 것인데 어떤 것은 ‘태어나다’가 말이 되고 어떤 것은 말이 되지 않아요.
말이 되는 경우 : 아기가 태어나다/ 강아지가 태어나다
말이 안 되는 경우 : 병아리가 태어나다/ 나팔꽃이 태어나다/ 해가 태어나다/ 비가 태어나다/ 돌멩이가 태어나다/ 연필이 태어나다/ 꿈이 태어나다/ 일이 태어나다
나는 이렇게 갈래를 짓는 것이 조금 어려웠지만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재미난 것을 알게 되었어요.
“사람과 같이 어머니의 태로부터 난 것이니까 ‘태어나다’ 라는 말이 되는 거지.”
“그런데 태가 뭐예요?”
“태는 엄마의 배속에 아기가 있을 때 감싸주던 태반과 아기에게 산소와 양분을 나르던 탯줄을 아우르는 말이야. 탯줄은 태속의 아기가 엄마랑 이어져 있는 줄을 탯줄이라고 한단다.”
“태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은 목숨이 있어도 ‘태어나다’ 라고 말하지 않겠네요.”
“맞아. 식물은 태가 없으니까 ‘태어나다’ 라고 말하지 않아. 태어난다는 것은 태로부터 숨을 타고 난 것을 말한단다. 식물은 숨을 타고 났지만 태가 없지.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면 탯줄은 더는 쓸모가 없어서 잘라내는데 탯줄이 떨어지고 난 자국이 배꼽이란다. 네 배꼽에서 떨어진 탯줄은 잘 두었단다.”
“정말요! 보여주세요.”
어머니께서는 화장대 아래 서랍에서 흰 천에 쌓인 나와 동생의 탯줄을 보여주셨어요. 썩은 오징어다리처럼 색이 거무스름하고 뒤틀려져 있고 윤이 나고 딱딱했어요. 배꼽에 줄이 있다는 것이 상상이 되나요? 난 내 배꼽에 이어져 있던 줄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태어난 것은 다른 난 것과 견주어 어떤 점이 뛰어난지 궁금했어요. 학교에서 공부 시간에 친구들과 그림카드를 가지고 동물들을 여러 가지 잣대로 나누고 살펴본 적이 있어요. 선생님께서는 닮은 점들을 말해보라고 하셨어요. 우리는 ‘태어난다’, ‘숨을 쉰다’, ‘먹이를 먹는다’, ‘똥을 싼다’, ‘잠을 잔다’, ‘자란다’, ‘새끼를 낳는다’, ‘죽는다’ 라고 말했어요. 똥을 싼다는 말에 모두들 웃어댔어요. 선생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사람이나 동물들은 다른 것들의 목숨을 앗아서 먹고 살아가요. 풀이나 나무들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만들면서 살아가지요. 일부러 다른 목숨을 앗으면 나쁘지만 살아가기 위해 먹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에요.”
나는 울상을 지으려다 말았어요. 생각해 보니 나는 돌멩이나 흙을 먹지 못해요. 내가 먹는 모든 것은 살아있던 것들이에요. 불쌍하고 미안하다는 생각과 내가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나요.
“목숨은 목으로 숨을 쉬니까 목숨이라고 한단다.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제 몫으로 정해진 숨이 있단다. 제 몫의 숨을 다 쉬고 나면 죽는 것이지.”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러면 숨을 아껴서 쉬어야 하나요?” 라고 물어봤었지요. 할아버지께서는 허허 웃으시면서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다음의 표에는 태어나다 라는 말 말고 깨어나다, 돋아나다, 피어나다, 생겨나다, 일어나다, 자라나다, 나타나다, 풀려나다 따위의 낱말이 말이 되는 경우와 말이 되지 않는 경우로 나누어 본 거에요.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까지 힘을 보태주셨어요. 빠뜨린 것이 있을 거예요. 여러분이 더 찾아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