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6-1. 6-2.
6. 온인 나
하늘은 하늘색이고 빗질된 흰 구름이 하늘 저 높이 스치듯 떠있는 제법 쌀쌀한 어느 가을 날, 가을걷이 하는 것을 도와달라는 외할아버지의 전화가 왔어요. 외삼촌은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으니 일손을 거들 수 없어요. 엄마와 아빠는 은근히 좋아하셔요. 나들이도 하고 많은 것을 얻어 오시거든요. 나와 동생도 넓은 뜰과 밭과 뒷산이 너무 좋아요. 드디어 금요일 저녁에 외할아버지네로 떠났어요. 나와 동생은 차에서 잠이 들었어요. 늦은 밤에 도착하여 춥고 졸렸지만 외할머니께서 구워주신 굴비냄새에 잠이 활짝 깨었어요. 우리는 맛있게 늦은 저녁을 먹었어요.
깜장고양이 까미는 딸 고양이들과 함께 낮은 소리로 그릉그릉 거리면서 할머니의 이불 위로 올라왔어요. 내가 쓰다듬으려 하자 고개를 뒤로 뺐어요. 나는 고양이의 마음은 헤아릴 수 없었어요. 나는 차에서 잠을 자서 그런지 잠이 쉽게 오지 않았지만 동생은 이내 또 잠이 들어버렸어요. 고양이들은 가끔 방을 들어왔다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곤 했어요. 고양이들은 밤에 주로 움직인대요. 그러고 보니 고양이들이 낮에는 따뜻한 양지쪽에서 잠든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요. 고양이들이 내가 자려는 방을 들락날락 거리는 것을 세다가 간신히 잠이 들었어요.
다음 날,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어른들은 벌써 밖에 나가서 일을 하고 계셨어요. 밥상에는 맛있는 반찬들이 차려져 있었어요. 나는 전기밥솥에서 밥을 퍼서 동생과 함께 먹었어요. 그리고 일손을 돕기 위해 설거지도 했어요.
어른들이 일을 하는 동안 내 할 일은 동생을 보살피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요. 나는 고추잠자리를 잡아서 동생에게 주었어요. 나는 3학년 때인가 알게 된 잠자리의 뜻을 솔이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솔아, 잠자리가 왜 잠자리 게?”
“누나, 왜 잠자리야?”
“너 잠잘 때 어떻게 해?”
“자야 하니까 돌아다니지 않고 자리에 가만히 누워있어야지. 그래야 잠이 빨리 와.”
“바로 그거야. 우리가 잠자리에 누울 때 잠잠하게 있는 것처럼, 잠자리는 가지 끝에 앉아 잠잠하게 있잖아.”
“맞아. 누나. 누나도 가만히 앉아 있는 잠자리를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려 서 잡았잖아”
“우리, 솔이. 무척 똑똑하네.”
“근데 잠자리는 날개를 활짝 펴네. 꼭 누나가 잘 때 팔과 다리를 활짝 편 것 같아.”
“뭐라고? 넌 데굴데굴 굴러다니잖아.”
“호호호호! 헤헤헤헤!”
나는 동생 손등에 잠자리를 올려놓았어요. 동생이 자지러질 듯 소리를 질렀어요. 잠자리 다리의 까슬까슬한 느낌에 놀랐나 봐요. 하마터면 잠자리 날개를 다치게 할 뻔 했어요. 동생이 마음을 가라앉히자 손바닥에 올려놓았어요. 동생은 간지러운지 살살 웃음이 번졌어요. 잠자리의 눈은 두 개로 보이지만 수많은 홑눈들이 모인 거라지요. 잠자리에게 우리는 어떻게 보일까요? 백남준의 ‘다다익선’이라는 작품을 본 적이 있는데, 혹시 잠자리의 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일까요? 입은 털도 나고 무섭게 생겼어요. 날개는 투명하지만 까슬까슬해요. 우리는 잠자리를 요리조리한참 들여다 보다 날려 보내기로 했어요. 동생에게 오른손 집게손가락과 가운데손가락 사이에 잠자리 날개를 살짝 잡으라고 했어요. 동생은 왼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하더니 하늘 높이 날려주었어요. 잠자리는 인사도 하지 않고 날아가 버렸어요.
울타리에 걸쳐진 넝쿨장미 끝에 꽃이 피었어요. 이제 피는 걸까요, 벌써 피는 걸까요? 나는 동생을 데리고 나의 나무인 오동나무와 동생 나무인 매실 나무 밑으로 갔어요. 오동나무는 그 많던 커다란 잎들을 훨훨 내던졌어요. 매실 나무는 누르스름한 바탕에 붉은 색이 살짝 섞여 파르르 떨고 있었어요. 가을바람이 추운가 봐요. 그 중 예쁘게 물든 나뭇잎을 모아서 동생 손에 가득 쥐어주었어요. 책갈피에 넣어서 말린 다음 겨울에 심심할 때 동생과 만들기를 하려고 해요.
동생의 손을 잡고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일하시는 고추밭으로 갔어요. 울타리를 돌아서려는데 어디선가 방울벌레와 귀뚜라미 소리가 났어요. 이렇게 싸늘한데 아직도 방울벌레와 귀뚜라미는 겨울잠을 자러 가지 않았나 봐요. 동생과 풀잎을 이리저리 뒤지면서 살펴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어요.
외할머니와 어머니께서는 고추를 따는 손놀림이 무척 빨랐어요. 고추는 서리를 맞으면 못쓰게 된다면서 훑어 내리듯 따셨으니까요. 그러다보니 바구니에 고춧잎도 함께 딸려 들어갔어요. 나는 바빠서 그런가 싶었어요. 나와 동생도 고추를 따려고 하자 매워서 안 된다고 하시며 어머니께서 우리의 등을 떠밀었어요. 고추밭을 한 바퀴 돌아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외할아버지께서 기다란 대나무로 모과를 따시려나 봐요. 나는 얼른 쪼르르 달려가서 한쪽 귀퉁이가 너덜너덜 헤진 대바구니를 가져왔어요. 그리고는 외할아버지를 도와드렸어요. 동생도 거든다고 서너 번 모과를 담더니 이네 시들해지더니 나뭇잎을 줍고 있어요. 아까 내가 했던 것을 따라 하나 봐요. 그래서 엄마는 내가 본을 보여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어떨 때는 힘들어요.
한참동안 외할아버지께서 따주시는 모과를 바구니에 차곡차곡 담아냈어요. 외할아버지께서는 모과를 따는 것이 힘드신지 잠시 쉬셨어요. 그도 그럴 것이 고개를 들고 모과가 다치지 않게 벌어진 대나무 사이로 모과 꼭지의 가지를 꿰어 비틀어야 하니까요. 나는 모과가 몇 개가 남았는지 모과나무를 올려다보았어요.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나뭇잎 사이사이로 흔들렸어요. 흰 구름도 흔들거리며 잰 걸음으로 지나가요.
6-1. 나의 나이는 얼마일까요
외할아버지께서는 어깨를 펴시면서 툇마루에 걸터앉으셨어요. 나와 동생은 외할아버지 곁에 나란히 앉았어요. 외할아버지께서는 “올해, 네 나이가 얼마냐?”라고 물으셨어요.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지요. ‘어떻게 나의 나이를 모르실 수가 있지? 나를 사랑하지 않으신 건가?’라고 섭섭했어요. 그래도 나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예. 제 나이는 12살이에요.”라고 말씀 드렸어요.
외할아버지께서는 “이 모과나무의 나이가 얼마인 줄 아니?”라고 물어보셨지요. 저는 알 수가 없었어요. 나무의 나이를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내가 알고 있는 나의 나무인 오동나무는 좀 게으르다는 것이에요. 5월이 다 지날 무렵 초여름을 눈앞에 두고서야 깜짝 놀란 듯 잎도 내지 않고 보랏빛 초롱모양의 꽃부터 피워내지요. 장미가 한창일 때 장미와 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피었다가 초롱모양의 꽃들이 떨어지고 그제야 커다란 잎을 쑥쑥 내달아놓아요. 학교 가는 길모퉁이에 아주 좁은 틈새에 어느 날 갑자기 오동나무가 자라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잎은 얼마나 큰지 몰라요. 나의 나무인 오동나무의 잎의 두 배도 더 되게 커요. 나중에 안 일이지만 어린 줄기에서 나온 잎은 그렇게 크대요. 은행나무 줄기의 아래쪽에서 돋은 어린 줄기에서 나온 잎은 아주 크잖아요. 가로수로 많이 심는 버즘나무(플라타너스)도 어린 줄기에서 자라는 잎은 아주 커다랗잖아요. 아마 햇빛을 받아 양분을 더 많이 만들라고 그렇게 큰 것이겠지요. 내가 이런 생각으로 아무 말이 없자, 할아버지께서 말씀을 이어가셨지요.
“이 모과나무는 네 어미 나이보다 많이 먹었단다. 네 어미가 태어났을 때 3년 된 나무를 심었으니…. 참 세월이 참 빠르구먼! 한동안은 열매를 맺지 못하더니 그 다음부터는 이렇게 귀한 열매를 주는구나. 허허. 참!”
외할아버지는 모과나무를 한참 올려다보셨어요. 엄마 나무인 모과나무의 나이는 45살이에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모과나무는 나이를 먹으면서 그늘도 주고, 열매도 주고, 기쁨도 주어요. 나는 나이를 먹으면서 무엇을 줄 수 있을까요?
모과를 다 따고 나니 엄마와 외할머니께서도 들어오셨어요. 아버지께서는 커다란 자루에 담은 고추들을 옮기셨어요. 한숨 돌리신 외할머니께서는 크고 모양이 좋은 모과를 따로 담으셨어요. 이웃에게 나눠주실 거래요. 그리고 나머지 모과로 모과차를 담글 거라고 하셔요. 모과는 너무나 단단해서 아빠가 썰어주셨어요. 집안이 모과 냄새로 가득 찼어요. 모과는 비뚤비뚤 울퉁불퉁 참 재미있게 생겼어요. 엄마는 누렇게 익은 둥근 호박 가운데 못생긴 것을 좋아해요.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래야 모과이고 그래야 호박인 것 같아요. 모과와 둥근 호박은 아무 곳에 두어도 잘 어울려요. 겨울철 내내 보관만 잘 하면 썩지도 않고 집안을 따뜻한 느낌으로 꾸며주지요. 나는 외할머니의 그릇장에서 나무로 된 그릇을 꺼내어 모과 세 개를 담은 다음 텔레비전 옆에 놓았어요. 동생이 손뼉을 쳐주었어요. 나는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어요. 엄마는 나에게 “참 잘 어울리는구나! 우리 딸이 빛나는 일을 했네!” 라며 칭찬해 주셨어요.
저녁 내내 온 가족이 모여앉아 고추와 고춧잎을 따로 떼어 나누었어요. 고춧잎은 삶아두었다 겨우내 먹을 거라고 하셔요. 나는 바빠서 고춧잎까지 딴 줄 알았는데 참 알뜰하세요. 동생은 고추가 맵다고 엄살을 떨면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만 했어요. 나는 고무장갑을 끼고 물에 적신 깨끗한 수건으로 고추를 닦았어요. 내일 마당에 말릴 거라고 하셔요. 올해는 일손이 바빠 고추를 너무 늦게 땄다고 걱정하시는 할머니 말씀에 우리는 더욱 바쁘게 고추 손질을 했어요.
모과 냄새가 가득한 방에서 잠을 자려는데 잠은 오지 않고 꼬리를 물고 생각이 나요. 어머니께서도 잠이 오지 않는지 내 쪽으로 뒤척였어요. 나는 어머니께서 나지막한 소리로 말씀드렸어요.
“엄마, 오동나무가 엄마보다 나이가 많다면서요? 나무가 나이를 먹는다니까 웃겨요.”
“나이는 사람만 먹는 것이 아니야. 동물도 나무도 나이를 먹지. 이런 노래가 있지. ‘나무도 나무도 나이를 먹는다. 한 해에 한 살씩 나이를 먹는다. 아무도 모르는 나무들 나이, 나무만 아는 동그란 나이.’”
어머니께서는 작고 낮은 소리로 노래를 불렀어요. 동그란 나이라는 것이 나이테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요. 예전에 과학책에서 나무들은 해마다 나이테가 생기는데 그것으로 나무의 나이를 알 수 있다는 말이 떠올랐어요.
“엄마, 우리가 몇 살이라고 하기도 하고 나이라고도 하잖아요. 어떻게 다 른 거예요?”
“나이는 ‘나다’라는 말에서부터 온 것이니까 지금까지 나 있는 모든 시간을 말하겠구나. 몇 살이라고 할 때는 ‘살다’에서 온 말 같구나. 우리는 ‘나이가 얼마냐’ 라는 말과 ‘몇 살이냐’ 라는 말을 같은 말로 쓴단다. 그렇지만 곰 곰이 따져보면 나이는 지금까지 나 있는 시간을 말하는 것이고 살은 살아 온 시간을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 너는 지금 11살이니까 11년 동안 사람으로 태어나 살아오는 거지. 그런데 나이로 따지면 지구 나이나 우주의 나이와 같을 지도 모르겠네.”
“무슨 말이에요?”
“너를 이루는 모든 것은 지구로부터 우주로부터 왔다고 볼 수 있지. 네게 나 있는 모든 것은 지구나 우주로부터 왔으니까 지구의 나이나 우주의 나이만큼이지 않을까? 사실은 엄마도 또렷하게는 모르겠는걸. 누구에게 물어 봐야 하나?”
“네에?”
어머니와 나는 웃음소리를 낮추면서 큭큭 웃었어요.
다음 날, ‘나이’가 들어가는 말들을 찾아보았어요. 나이는 먹는 것이고, 나이는 드는 것이고, 나이는 차는 것이고, 나이는 되는 것이에요. ‘나이를 먹다, 나이가 들다, 나이가 차다, 나이가 되다’라고 말하잖아요. ‘나이 값을 하다’ 라는 말도 있어요.
사람만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동물들도 나무들도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또렷이 알았어요. 어쩌면 산이나 강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지구도 태양도 우주도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닐까요? 화산이 터져서 새로운 산이 생겼다면 그 때부터 몇 년 된 산이라고 말하잖아요. 그러니까 백두산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처음 생긴 때가 있을 것이고 그 만큼 나이를 먹은 셈이지요. 지구도 그렇게 나이가 있을 거예요.
까맣게 잊고 있었던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나요. 언젠가는 모르지만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실 때 가슴이 두근거리던 것도 또렷이 생각나요.
“여러분의 나이는 지구의 나이 만큼이지요. 우리 사람은 지구에 있는 바람, 물, 땅, 식물, 동물, 사람들 그리고 해, 우주에서 오는 이름 모를 모든 것들이 아우러져서 태어났지요. 그러니까 우리 몸은 우주의 한 쪽, 해의 한 쪽, 바람의 한 쪽, 물의 한 쪽, 땅의 한 쪽, 식물의 한 쪽, 사람의 한 쪽들이 아울러져 이루어졌겠지요. 어쩌면 우리의 나이는 엄마로부터 태어나 지금까지의 시간이 아니라, 지구가 태어난 시간 아니 우주의 처음의 시간 만큼일지 몰라요. 여러분은 11살이 아니라 지구의 나이인 46억년일 수 있는 것이지요.”
나이는 나아서 지금까지의 시간을 말하는 것이라면, 지구의 나이도 달의 나이도 우주의 나이도 말 할 수 있어요. 나의 나이는 어쩌면 11살이 아니라 지구 나이만큼 우주 나이만큼과 같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나는 엄마와 아빠의 부분이기도 하지만 동물의 한 부분, 식물의 한 부분, 해와 바람과 물과 땅의 한 부분, 지구의 부분이기도 하잖아요.
지구 나이 46억년, 우주 나이 138억년. 와! 내 나이가 지구와 우주와 맞먹는다니. 이렇게 큰 수 앞에서는 나, 엄마, 오동나무의 나이 차이는 차이도 아니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랐어요.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니!
6-2. 지구가 나의 몸이에요
급식으로 나온 생선 반찬을 친구들은 아주 싫어해요. 내 뒤에 앉은 보미에게 “넌 왜 생선을 싫어해?” 라고 물어보았어요.
“난 생선 가시가 너무 싫어. 가시를 발라내는 것도 너무 어려워. 그래서 귀찮아서 아예 안 먹는 거야.”
“튀김은 고소하고 맛있는데…. 가시도 없고.”
“무슨? 너 튀김옷 속에 감춰져 있는 가시에 입천장을 찔려본 적이 있어? 어휴, 튀김이 더 무섭다니까. 난 모든 튀김을 다 싫어할 뻔 했어.”
기다렸다는 듯 마구 쏟아내는 보미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어요. 집에 와서도 자꾸만 생각이 떠올랐어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속담이 떠올랐어요.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한 번의 놀람과 싫은 느낌으로 나머지 모든 것이 그렇다고 여기고 싫어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보미에게 내 생각을 말하지는 않았어요.
어느 날, 급식으로 나온 반찬 가운데 생선 조림이 많이 남게 되자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그 물고기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잡혀서 먹힐 것이라고 생각했겠어요. 그래도 잡혀서 음식으로 되었으면 누군가를 살리는데 힘을 보태면 보람이라도 있지 않겠어요.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려고 태어나고 잡아오고 음식을 만들었겠어요.”
나는 그 말을 들었을 때, 선생님의 말씀에 보태어 ‘그 물고기 음식은 나의 조상의 한 쪽일 수도 있어요. 물고기 음식을 만들기 위해 누군가의 땀방울과 마음이 담겨져 있어요.’, ‘급식은 엄마 아빠가 낸 세금으로, 모든 사람의 애씀으로, 물고기의 목숨으로 만든 것이잖아요.’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나는 급식을 받을 때마다 골고루 먹자, 욕심을 내지 말자라고 스스로 다짐을 해요. 나는 정말 나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요. 어떤 친구들은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해요. 그것은 몸에서 받지 않는 것인데 억지로 먹으면 토하거나 탈이 난다고 해요. 그 말도 맞아요. 알레르기가 있는데 먹으면 안 되겠지요. 하지만 친구들 대부분은 처음 보는 음식이거나 고기가 아닌 음식은 싫어해요. 나의 혀를 위해서라면 맛있는 것만 먹어야겠지만, 혀가 나의 모두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아요. 나는 내 몸을 위해서 부모님을 위해서 농부아저씨를 위해서 물고기를 위해서 자연을 위해서 먹기 싫은 것도 조금씩은 먹으려고 애를 써요.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을 때마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돼요. 선생님은 나를 정신을 차리게 해 주세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나면서 남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늘 말씀하시는 ‘모든 나는 저마다 따로 하면서 우리로서 함께 하는 것’이라는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나는 목숨을 타고 나 있지만 나를 이루고 있는 몸은 갖가지 것들이 어우러져 이루어져 있어요. 나는 자연이 내고 엄마가 낳아서 세상에 난 것이에요. 나는 나이를 먹고 철이 나면서 더 나은 나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