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어떻게 그리지?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야.
비단결보다 부드럽고 물결처럼 맑고 시원한 한줄기 바람이 지나다가 창문 틈으로 들어왔어.
선생님이 말했어.
“얘들아, 오늘은 바람을 그려 볼 거야.”
아이들이 말했어.
“바람은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그려요?”
“바람은 보이지 않는데 무슨 색으로 칠해요?”
선생님이 말했어.
“그럼 바람을 본 적이 없니?”
“그럼 바람을 느낀 적이 없니?”
아이들이 말했어.
“바람을 본 적이 있어요.”
“바람을 느낀 적이 있어요.”
선생님이 말했어.
“우리 바람을 이야기해 보자.”
“먼저 바람이 어떤 구실을 하는지 살펴볼까?”
아이들이 말하고 선생님은 다져주었지.
“바람은 나무나 종이를 태워요.”
“그럼 바람은 태우는 힘이 있는 거구나.”
“바람은 젖은 빨래를 말려요.”
“그럼 바람은 젖은 것을 말리는 힘이 있는 거구나.”
“바람은 북이나 피리 소리를 내요.”
“그럼 바람은 소리를 내게 하는 힘이 있는 거구나.”
“바람결 따라 눈이나 비를 내려요.”
“그럼 바람은 눈이나 비를 내리게 하는 힘이 있는 거구나.”
“바람은 물이 끓으면 사라지게 해요.”
“그럼 바람은 김을 숨기는 힘이 있는 거구나.”
“바람으로 살아 있는 것들이 숨을 쉬어요.”
“그럼 바람은 몫의 숨을 쉬게 하는 힘이 있는 거구나.”
“그럼 바람은 끊임없이 바르고 바르는 힘이 있는 거구나.”
“그럼 바람은 이것에서 저것으로 흐르게 하는 힘이 있는 거구나.”
“그럼 바람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비어 있는 곳을 채우는 힘이 있는 거구나.”
“바람에 실려서 일어나는 일이 더 있지 않을까?”
“‘바람’이라는 말을 어떨 때 쓰는 지 생각해 보렴.”
“늦잠을 자는 바람에 학교에 늦었어.”
“그럼 바람은 앞의 일과 뒤의 일을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주는 거구나.”
“나는 큰사람이 되기 바람.”
“그럼 바람은 뜻대로 되기를 바라는 거구나.”
“노래를 부를 때 신바람이 나.”
“그럼 바람은 속에서 절로 힘이 솟구치게 하는 거구나.”
“바람나다.”
“그럼 바람은 어떤 것을 느끼거나 알거나 바라거나 이루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게 하는 거구나.”
“얘들아, 이제 바람을 그려볼까?”
아이들은 뺨을 붉혀가면서 저마다 바람을 그려.
아이들은 새롭고 밝고 환하게 이미 꿈을 그리고 있어.
바람은 아이들의 숨결을 고루 어루만지며 따뜻한 바람이 되어 창문 틈으로 나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