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이루는 길(27)

7-10(1). 10(2)

by 산바람

7-10(1). 나를 다스려요

개와 같은 동물들은 자유가 있어도 제 멋대로 하지 않아요. 자유라는 이름으로 함부로 휘젓고 살지 않아요. 개가 자유가 있다고 개 스스로 뜻을 내어 남이나 저를 헤치거나 힘들게 하지 않아요. 개는 어떤 힘든 것을 견디지 못할 때는 남을 물어서 다치게 할 수 있어요. 그러나 다른 개들을 일부러 힘들게 하거나 다치게 하지는 않아요.


사람은 자유롭게 뜻을 내어 사이좋거나 어울리거나 돌보거나 할 수 있어요. 그러나 자유롭게 뜻을 내어 남을 힘들게 하거나 괴롭게 하거나 해치거나 모질게 할 수도 있어요. 또 사람은 제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아서 골이 나고 화를 부려요. 세상의 일이라는 것이 내 뜻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알고 있듯이 나와 남이 서로 쪽을 이루고 있는 세상살이는 오직 나만의 욕심을 부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에요. 내 쪽과 저 쪽이 서로 잘 어울려야 일이 풀려요. 서로 함께 해서 일을 이루므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기 마련이에요.

여러분은 화가 났을 때, 성이 났을 때, 몸이 지치고 힘들 때 어떻게 하나요? 나는 두 가지로 풀어요. 밖에서 화날 일이 있을 땐, 집에 들어가면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따라 불러요. 집안에서 화날 일이 있을 땐, 잠을 자요. 물론 늘 이처럼 하지 못해요. 음악을 크게 틀면 어른들께서 시끄럽다고 하시고, 잠을 자려고 하면 이런 저런 일을 시키셔요. 나의 화난 마음을 달래주기는커녕 알아주지도 않을 때가 있으니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여러분은 화를 어떻게 풀어내나요?


우리 반 차례가 되어 집단 상담을 받았어요. 상담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귀에 쏙 들어왔어요. 상담한 내용을 옮겨볼게요.

“신경질이나 짜증 그리고 화와 같은 것은 여러 감정 가운데 하나라고 해요. 감정은 몸의 감각에서 일어날 수도 있고 생각에서 일어날 수 있어요. 감각은 그때그때마다 세상을 받아들여요. 시간이 지나면서 다 다른 감각을 받아들이고 그것은 다 다른 감정으로 바뀌어요. 그러나 생각은 우리가 하면 할수록 그 감정에 머물게 된다고 해요. 그러니까 일이 내 뜻대로 ‘그것 때문이야!’ 라며 되 뇌이는 것은 스스로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이 될 수 있지요. 그러니까 화가 날 때는 그 까닭이 무엇일까 들여다봐야 한대요. 왜 그랬을까?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되지? 라는 생각을 하여 빨리 싫은 감정을 주는 것으로부터 멀어져야 해요. 잘못할 수 있고 실수할 수 있지요. 앞으로 그러지 않는 것이 더 값진 일이지요. 밝고 환한 쪽을 찾아 생각을 바꾸어 보세요.”


상담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았어요. 집에 와서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그러다가 화를 다스려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어요. 그런데 다스리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임금님이 백성을 다스린다고 할 때는 무슨 말인지 알 듯 한데, 화를 다스린다고 하니까 그 때의 다스리다는 뜻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나는 할아버지께 여쭈어보았어요. 할아버지께서는 나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어요.

“할아버지 ‘다스리다’ 라는 말이 무슨 뜻이에요?”

“‘다스리다’는 말이 들어가는 말을 찾아보면 알 수 있지 않겠니.”

나는 사전을 찾아보면서 종이에 열심히 썼어요. 나와 할아버지가 찾은 말은 다음과 같아요.

‘나라를 다스리다, 마을을 다스리다, 백성을 다스리다, 마음을 다스리다, 화를 다스리다, 집안을 다스리다, 홍수를 다스리다, 병을 다스리다, 죄인을 다스리다, 난리를 다스리다, 목청을 다스리다, 허기를 다스리다’ 예요. 이런 말들은 보살피다, 이끌다, 돌보다, 다루다, 가다듬다, 다잡다, 낫도록 하다, 알맞게 하다, 없애다 라는 뜻과도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사전의 마지막 부분에서 ‘다사ᆞ리다’라는 말을 보았어요. 용비어천가에 나온 남가ᆞ간(나무는)처럼 생겼다는 것을 알아챘어요. 할아버지께서는 닮은 점을 찾아보라고 하셨지만 알 수가 없었어요. 할아버지께서도 찾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도 할아버지께서 나와 이런 이야기를 나눠 주시니 너무 고마웠어요. 할아버지께서도 기쁘신 것 같았어요.


7-10(2).

다음날 숙제를 해야 할 수학 익힘책을 교실에 두고 와서 다시 교실에 갔어요. 컴퓨터로 뭔가를 부지런히 하고 계신 선생님께서는 내가 뒷문을 열었는데도 눈치 채지 못하셨어요. 그냥 조용히 나가려는데 선생님께서 먼저 나를 반겨주셨어요. 나는 인사를 하고 궁금한 것이 있다며 말씀 드렸어요. 선생님께서는 지금 급한 공문을 만들어야 하니 내일 말해주면 안 되겠느냐고 하셨어요. 물론 내일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말씀 드렸지요. 나는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왔어요. 내일 선생님이 알려주시면 할아버지께도 말씀 드릴 거예요.


국어시간이었어요. 친구들이 돌아가며 책읽기를 하는데 갑자기 선생님께서 멈추라고 하셨어요. 여느 때는 책읽기가 끝나면 궁금한 것을 묻고 답하면서 친구들의 생각을 나누었어요. 그러나 우리의 바탕말이 나오면 읽기를 멈추고 선생님께서 풀어주셔요. 바탕말은 우리 겨레가 짓고 다듬으면서 슬기를 담아놓은 말이라고 하셨어요. 터박이 말이라고도 하고 슬기말이라고 하셨어요.

바로 그때 한 친구가 재빠르게 “선생님, 토박이 말이 아닌가요?”라고 물었지요. 우리도 토박이라는 말을 선생님이 잘못 말한 줄 알았어요. 그러자 선생님은 이렇게 풀어주셨어요.

“그래요. 많은 사람들이 토박이 말이라고 해요. 집터, 일터와 같이 그 바탕 자리를 터라고 하듯이 터를 잡아 박힌 말이니까 터박이 말이라고 해야 맞지 않을까요? 토박이는 한자말 토(흙 토:土)가 섞여 있어요.”

우리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선생님은 우리를 둘러보고나서 흐뭇하게 웃었어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늘 물어보고 넘어가라고 한 그 말씀대로 했기 때문일 거예요. 그리고 이어서 말씀하셨어요.

“여러분, ‘다스리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우리 겨레가 ‘다스리다’는 말을 그냥 ‘다스리다’라고 말한 것은 아닐 거예요. 나라도 다스리고 마음도 다스리고 이것저것 다스리는 것이 많지요. ‘다스리다’는 말이 지배하고 억누르고 짓밟고 꼼짝 못하게 한다는 말일까요?”


선생님께서는 우리를 둘러보시고는 칠판에 ‘다사(아래 아)르다’라고 쓰셨어요. 나는 가슴이 무척 두근거렸어요. 내가 어제 사전에서 본 것이에요. 내가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어요. 바로 그것에 답이 있었던 거예요.

“‘다’는 ‘모두’를 뜻하고, ‘사(아래 아)르다’는 ‘살리다’라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다스리다는 말은 모두 살린다는 뜻이에요. 임금님이 나라를 다스린다고 할 때는 임금님이 백성 모두를 살리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또 내 마음을 다스린다고 할 때는 내 마음이 닿아있는 이쪽과 저쪽을 모두 살리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모두 살려서 함께 하는 것이지요.”

나는 선생님이 너무나 고마웠어요. 잊지 않고 말씀해 주셨는데 책을 읽다가 ‘다스린다’는 말이 나오자 마치 물 흐르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뜻을 알려주셨어요. 나뿐만 아니라 우리 반 친구들 모두가 함께 들을 수 있도록 해 주신 것이지요.


저녁밥을 먹으면서 ‘다스리다’는 말과 함께 밥을 먹었어요. 나도 할아버지께서 묻지도 않았는데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듯 말했어요. 내가 화가 날 때, 속상할 때, 괴로울 때, 슬플 때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까요? 이것은 나를 위해서예요. 아니 나뿐만 아니라 나와 이어져 있는 것들이 모두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예컨대 동생과 다퉈서 화가 났다면 나와 동생 그리고 다른 가족들이 모두 살 수 있도록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지요. 쉽지 않을 거예요. 그래도 감정은 흘러가는 것이고 지나가는 것이고 다르게 생각하면 얼마든지 다른 감정이 생겨나요. 나의 기분이나 감정만 생각하지 말고 모두 살 수 있도록 해야겠어요. 내 기분이나 감정 때문에 나의 쪽인 남을 힘들게 하면 안 되니까요.


잠자리에 누워서 다스리는 길을 생각해 보았어요. ‘다스리다’, ‘다 살리다’ 참 좋은 말인 것 같아요. 임금님이 백성을 다스릴 때 모두가 살 수 있도록 하면 정말 훌륭한 임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거예요. 백성이나 나라만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나도 다스려야 해요. 나는 나의 임자예요. 나는 임자니까 나의 임금님이나 마찬가지예요. 나는 임자로서 나를 잘 다스려야 해요. 나는 나를 잘 다스릴 거예요. 어떤 것들을 다스려야 할까요?


나에게 좋지 않은 느낌 때문에 일어나는 좋지 않은 생각도 다스려야 하고, 잘못된 욕심을 부려 나만 위하려는 마음도 다스려야 하고, 나만 좋게 하려고 남이나 다른 것들을 힘들게 하려는 생각도 다스려야 하고, 게으름을 피우려는 마음도 다스려야 하고,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도록 내 몸을 다스려야 해요. 다른 사람과 하기로 한 것은 잘 지켜야 하고, 규칙도 잘 지켜야 하고, 다른 것들과 잘 어울리도록 헤아리고 알아주고 도와주어야 해요. 그러나 이런 것들은 생각은 쉽지만 몸으로 나타내기는 어려울 거예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본받고 깨달아야 할 거예요. 늘 마음에 깊이 새기고 잊지 않도록 다짐을 해야 해요. 이제 나를 다스리기 위해 자야겠어요.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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