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나는 귀해요
2-2 내 것이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우리 가족은 나와 동생을 아주 귀하게 여기셔요. 귀하다는 것이 뭔지 모르지만 나를 귀하게 대해준다는 것은 느낄 수 있어요. 어느 날, 유치원에서 선생님께서 ‘귀한 대접을 받은 여우’라는 책을 읽어주셨어요. 선생님께서는 궁금한 것이 있는지 물었어요.
“선생님, 귀하다는 것이 뭐예요?”
그러자 개구쟁이 짝이 “귀가 있다는 뜻이지.”라고 말했어요. 나는 잠깐 동안 귀가 있어서 귀하다는 말이 맞을 거라는 생각을 하였어요.
“여러분, 솔바람이 ‘귀하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고 싶다고 하네요. 우리 함께 ‘귀하다’는 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볼까요? 어떤 경우에 ‘귀하다’는 말을 들었나요?”
늘 그렇듯이 친구들은 손을 번쩍 들며 신나게 말하였어요. 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들었어요.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친구들이 말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잘 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엄마가 오늘은 귀한 손님이 오시니까 얌전히 있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어쩌면 귀하다는 것은 높은 사람이라는 말 같아요.”
“시골에 있는 할머니네 가면 ‘아이구! 우리 귀한 손자 왔네!’ 하면서 와락 안아주셔요. 아마도 남자가 여자보다 더 귀한지 몰라요. 왜냐면 누나에게는 그렇게 말하지 않거든요.”
“그것은 누나니까 그러는 거지.”
나와 으뜸으로 친한 민이가 짜증스럽게 말했어요. 사실 그 친구는 늘 “뭐 남자에게 감히 덤비겠다는 거냐? 그럼 내가 상대해 주지.” 라는 말버릇이 있어요. 다른 남자아이들은 자기가 남자라고 으스대지는 않거든요. 으스댈 일도 아니잖아요.
“비싼 거예요. 엄마가 ‘이건 비싼 거니까 잃어버리면 안 돼. 그리고 귀하게 써야 해.’ 라고 말해요.”
“아빠가 육아일기를 읽어주셨어요. 거기에 ‘세상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내 아가에게’ 라고 씌어 있었어요.”
선생님께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더니 눈썹을 위로 올리면서 활짝 미소를 지으셨어요. 그것은 우리가 하는 말이 모두 맞다고 말씀할 때 나오는 얼굴 모습이에요.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잘 할 때는 늘 그런 웃음을 지어보이셔요. 나는 또렷하지는 않지만 ‘귀하다’는 말이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있었어요.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아기가 태어날 때는 머리부터 나와요. 머리 꼭대기에서 귀를 지나 목까지 쓰다듬어 보세요. 어디에 걸리나요?”
우리는 귀에 걸린다고 답했어요.
“그래요. 머리에 붙어 있는 귀가 나오면 아기는 이 세상에 다 나온 셈이나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귀가 나왔다. 귀하다라는 말이 만들어졌대요. 이 세상에 나온 여러분은 모두 귀한 거지요.”
선생님의 말을 들으니까 웃기기도 하고 맞기도 했어요. 귀가 걸려 나오지 않으면 어떡해요. 나와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귀한 것 맞아요. 나는 학교에서 내내 귀하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어요.
어머니의 생일에 아버지께서 선물로 주신 목걸이를 제가 함부로 만지는 것을 말리셔요. 그 때 어머니께서 그 목걸이를 귀하게 여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유치원에 다니던 어느 날, 단짝 친구가 아주 멋진 모자를 쓰고 왔어요. 모두 부러워하면서 그 모자를 한 번 써 보자고 하였지만 그 친구는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였지요. 그날 그 친구는 종일 모자를 벗지도 않고 으스댔지요. 그 때 그 친구가 그 모자를 귀하게 여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바쁜 아침 시간에도 어머니께서 한 올 한 올 빗질을 해가며 내 머리를 곱게 땋아주실 때 내가 귀하다는 느낌을 받아요. 내가 책을 보고 있을 때 할아버지께서 흐뭇하게 바라보실 때의 느낌과 비슷해요. 할아버지 눈길에서 나를 뿌듯하게 여기고 계신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어머니에게 꾸지람을 듣고 방에 혼자 있을 때 내 등을 토닥여 주시는 아버지의 따뜻한 손길과 느낌이 비슷해요. 아버지의 손길에는 네가 귀하기 때문에 잘 되라고 어머니가 꾸중하신 거란다 라고 말해주고 있었거든요. 귀한 사람은 함부로 크면 안 되잖아요.
선생님도 마찬가지예요. 나와 친구들을 아주 귀하게 대해주세요. 교실에 들어오면 눈을 바라보면서 인사를 해요. 집으로 돌아갈 때는 잘 살펴서 가야 한다고 말씀해 주세요. 우리가 집에 가는 길도 모를까봐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요. 선생님은 마음을 써서 우리를 보살펴 주시는 거예요.
나는 내가 귀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 몸을 스스로 잘 지켜요. 내 몸이 다치지 않게 하고 병들지 않게 해요. 나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노란색 안전선을 잘 지키고 학교에 오고갈 때 다치지 않게 길을 잘 살피면서 다녀요. 나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 문이 닫혔는지 꼭 살피고 친구들에게 지나친 장난을 치지 않아요. 나는 음식을 꼭꼭 씹어 먹고, 골고루 먹으려고 하고, 내 몸을 깨끗이 씻어요.
내가 귀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기 때문일까요? 나와 다른 사람을 바꾸지 못하기 때문일까요? 돈을 주도고 살 수 없기 때문일까요? 목숨이 있기 때문일까요? 한 번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 없기 때문일까요? 할아버지께서는 내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셔요. 나는 가능성이라는 말이 뭔지 몰라도 좋은 거라고 느껴졌어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내가 개미를 밟았을 때 ‘나할머니’께서 하셨던 말씀이 갑자기 떠올랐어요. ‘한 목숨 가지고 세상에 났는데 왜 죽이니?’ ‘나할머니’ 말씀의 뜻은 개미도 나처럼 이 세상에 딱 한 마리밖에 없는 것이고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가지고 있다는 말일 거예요. 그 개미가 죽으면 그 어떤 개미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어요. 그러고 보니 사람만 귀한 것이 아니에요. 목숨을 가진 모든 것이 나만큼 귀한 것이에요.
내가 귀한 까닭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고 죽으면 다시는 살아날 수 없기 때문이라면, 고양이들도 개미들도 저마다 하나뿐이니까 귀한 것들이에요. 그 말이 맞아요.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으면서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아버지께서는 좋은 공부를 했다면 칭찬해주셨지요. 어머니께서는 환하게 웃으며 물었어요.
“귀하다는 말의 알았으니, 귀찮다는 말뜻도 알겠구나.”
귀하다와 귀찮다는 말에는 모두 ‘귀’라는 말이 있어요. 나는 생각해봤지만 알 수 없었어요. 그러자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어요.
“귀하지 않다는 거지.”
귀하지 않으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거나 함부로 대하기도 하는 것이에요. 내가 물었어요.
“귀찮게 굴다라는 것은 뭐예요?”
“그런 물음이 나올 줄 알았지. 네 생각은 어떠니?”
“제 스스로 귀하게 굴지 않는 것 같아요. 남을 성가시게 해서 귀한 대접을 받을 수 없는 것 같아요.”
“우리 물음이 제법인걸. 생각이 깊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