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이루는 길 (3)

2-1 나는 난 것이래요

by 산바람

2-1 나는 난 것이래요


내가 학교에 들어간 날 할아버지와 엄마와 아빠 그리고 고모도 오셔서 함께 기뻐해 주셨어요. 제가 아주 귀하다는 느낌이 들었지요. 두 달 후, 동생이 태어났을 때는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고모, 외삼촌과 외숙모가 오셔서 기뻐해 주셨지요. 동생은 제가 귀하다는 것을 모를 거예요.

참, 내 동생 이름을 알려줄까요? 푸른솔이에요. 어머니께서 태몽을 꾸셨는데 푸른 소나무에 빛나는 새가 앉아 있었대요. 어머니께서는 빛나는 새보다 푸른 소나무가 더 마음에 들었다면서 푸른솔로 이름을 짓자고 하셨어요. 아버지께서는 푸름이, 늘푸름이, 솔이, 솔…. 그러다가 어머니께서 하자는 대로 푸른솔이라고 이름을 지으셨어요. 사실 내 이름이 솔바람이거든요. 할아버지께서도 솔바람과 푸른솔이 서로 잘 어울린다고 하셨어요. 오누이가 ‘솔’이라는 것으로 통해 있으니 오순도순 재미가 솔솔 나게 잘 살아갈 거라면서 기뻐하셨어요.

나는 7년 전에 태어났어요. 그 때는 외숙모만 오시지 못하셨지요. 왜냐고요? 외삼촌이 아직 결혼을 하지 않으셨기 때문이에요. 7년 전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나는 내가 태어난 것인 줄 알아요. 동생은 아직 제가 태어난 것인 줄도 모를걸요.

나는 어머니께 ‘나’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았어요.

“나가 무엇이냐고? 참 좋은 물음이네. 엄마가 말하는 것들이 어디가 닮았는지 살펴봐. ‘태어나다, 깨어나다, 생겨나다, 돋아나다, 피어나다, 솟아나다, 일어나다’”

“아, ‘나다’예요. 모두 ‘나다’라는 말이 들어 있어요.”

“그래. 바로 나는 난 것이란다. ‘태어난 것, 깨어난 것, 생겨난 것, 돋아난 것, 피어난 것, 솟아난 것, 일어난 것’ 이 모든 것은 난 것이란다. 나는 나이고 나인 것이고 난 것이지.”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그러자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어요.

“운동화, 실내화, 장화, 구두 이런 것들을 무엇이라고 하지?”

“신발요.”

“그래, 발에 신는 것을 신발이라고 하잖아. 그런 것처럼 나는 태어나고, 깨어나고 생겨나고 돋아나고 피어나고 솟아나고 일어나는 것들을 말하는 거야.”

“와!”

나도 모르게 소리가 나왔어요. 그 말이 참으로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물음아, 왜 사람들이 ‘나’라고 말하는 것인 줄 아니?”

“예. 내가 알고 싶은 것이 바로 그거예요.”

“생각해 보렴. 돌멩이나 식물은 제가 생겨나거나 돋아난 것인 줄 알까?”

“아니오. 돌멩이나 식물은 생각을 못해요.”

“그래. 그럼, 개나 고양이들은 제가 태어난 것인 줄 알까?”

“글쎄요. 강아지가 어미 개를 따라다니고 좋아하는 것을 보면 제가 태어난 것인 줄 알지 않을까요?”

“오, 우리 물음이 제법이네.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들은 제가 태어난 것인 줄은 알지. 그러나 ‘나’라고 말을 하지 못하지.”

“멍멍 거리거나 야옹 거려요. 그게 말하는 것 아닌가요?”

“그것은 개들끼리나 고양이들끼리 서로 통하는 약속 같은 것이란다. 말이라고 볼 수는 없지. 너무 어려운 것이니까 이다음에 크면 다시 말해줄게. 사람은 난 것인 줄 알고 ‘나’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지. 그런데 사람은 ‘나’를 이룰 수도 있단다.”

나는 신호가 무엇인지 왜 개나 고양이가 소리 내는 것이 말이 아닌지 알 수 없었어요.

“우리 궁금이는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니까. 그러니까 네 동생은 말을 할 줄 아니?”

“아니오. 그냥 울기만 해요. 가끔은 웃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그래. 아직 아가는 말을 하지 못하지. 그러나 배가 고플 때나 졸릴 때는 울음소리를 내지. 그 때는 젖도 주고 토닥토닥 재워주잖아. 그럼 아가가 말을 한 거니?”

“아니오. 아직 말을 배우지 않았어요.”

“그래. 말은 배워야 하는 거지. 아기가 울음소리를 내서 배가 고프다거나 기저귀를 갈아달라거나 하는 신호를 보낸다고 할 수 있지. 그런 것처럼 개나 고양이들은 저들끼리 그렇게 하는 거야. 그러니까 그것은 말이 아니라 는 말이야.”

“아! 알 것도 같아요. 개나 고양이들이 내는 울음소리는 가르쳐 주지 않아도 절로 해요. 동생이 우는 것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절로 해요. 그러나 말은 자라면서 배워야 해요. 그래야 말을 할 수 있어요.”

“개나 고양이들은 하나도 배우지 않을까요?”

“물론 개나 고양이들도 자라면서 배워야 할 것들이 있겠지. 그리고 저들끼리도 배우는 것이 있을 거야. 하지만 사람의 경우는 말이라는 것을 제대로 배워야만 살아갈 수 있잖아.”

“말을 배우고 유치원도 다니고 학교도 다니는 것처럼요.”

“그래. 사람이 말을 하는 것은 다른 동물들과 아주 크게 다른 점이야.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동물들이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것을 할 수 있는 힘이 된단다.”

“그럼, 동생은 아직 사람이 아닌가요?”

“뭐라고? 참 애도.”

어머니와 나는 깔깔대며 웃었어요. 그러다가 다시 말을 이었어요.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 있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어머니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말았어요. 어쩌면 내가 알아듣지 못할까 봐 그럴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내가 먼저 말꼬리를 돌렸어요.

“엄마, ‘나를 이룬다’는 말은 뭐예요?”

“잊지 않고 있었네. 어떻게 풀어줄까? 강아지가 앞집 누나랑 나들이를 가고 싶다거나 동네에서 가장 멋진 개가 되어야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까?”

“아니오. 어떻게 개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어요.”

“우리 물음이가 잘 아네. 사람은 먹고 싶은 것을 먹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되고 싶은 사람이 되고, 닮고 싶은 사람이 되려는 생각도 가질 수 있고 또 그렇게 될 수도 있단다. 할아버지께서 늘 말씀하시는 사람다운 사람 도 될 수 있지.”

“그러니까 사람은 동물보다 식물보다 돌멩이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것이네요.”

“그렇지. 그런데 사람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동물이나 식물이나 돌멩이를 함부로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란다.”

“알아요. 모두 난 것이잖아요. 똑같은 거예요. 동물은 저처럼 태어났고 식물은 돋아났고 돌멩이는 생겨난 것이에요. 모두 난 것으로 똑같아요.”

“우리 물음이 똑똑하네. 동생도 너처럼 똑똑하게 자라야 할 텐데.”

어머니께서는 동생을 토닥이면서 말씀 하셨어요. 나는 잠자리에 들었는데 생각이 떠올랐어요. 사람은 난 것인 줄 알고 나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나’라고 말해요. 사람마다 이루고자 하는 것이 다르지만 이룰 수 있어요. 나는 무엇을 이룰 수 있을지 생각하다 잠이 들었어요.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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