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시대의 카피라이터

오늘 하루

by 일조

내가 아침마다 하는 상황극이 있다. 극 속에서 나는 이미 죽은 사람이다. 다른 세계로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루를 더 살아볼 기회를 얻는다. 살아본 많은 날들 중에서 나는 오늘을 택해 다시 살아보기로 한다. 많고 많은 날들 중에 오늘을 택했다는 것은 오늘 내 인생에서 정말 소중하고 귀하고 아름다운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 큰 흔적을 남긴 그것이 무엇일까? 죽은 내가 오늘을 콕 집어서 다시 살아보겠다고 만든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나는 이렇게 상황극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하면 많은 이득이 있다. 나는 이미 죽은 사람이기에 무서운 것이 없다. 하루만 살 것이기에 아쉬울 것도 없다. 가지지 못해서 안타까운 것도 없다. 욕심을 부릴 일도 없다. 흥분하거나 좌절할 일도 없다. 대신 만나는 사람, 만나는 상황, 만나는 사물, 시간들에 차분히 온전히 집중하게 된다. 그 안에서 뭔가 소중한 것이 있는지 찾아보려 한다. 말 한마디 하더라도 곱게 하려고 애쓰고 화난 표정은 짓지 않기로 한다. 오늘 하루라는 말이 있다. 나는 그 사이에 점 하나 찍고 시작한다. 오늘. 하루다. 나는 오늘 정말 좋은 카피를 만났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그것은 <어떻게든 반드시 숫자를 만듭니다>라는 카피였다. 퍼포먼스 마케팅을 하는 회사의 SNS 광고였다. 정말 멋지다고 느꼈고 부러웠고 존경심이 생겼다. 고객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군더더기 하나 없이 담백하게 써냈다. 담백함 속에 열정이 엄청나게 느껴졌다. 과장이나 과함 없이 분투가 느껴졌다. 내가 돈 주고 광고를 집행하는 사장님이라면 저 카피를 쓴 회사가 궁금해서라도 미팅을 요청했을 것 같다. 카피를 쓰려면 저 정도 진심은 묻어나게 써야지. 암, 저것에 비하면 내가 쓰는 카피는 아직 험하지. 멀었지.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저 카피를 만난 것이 내가 오늘을 다시 살아보게 만든 이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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