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시대의 카피라이터

의도와 고의

by 일조

고의성이 느껴지는 말이 있다. 나에게 좋은 말을 해 주는 것 같은데 실상 알고 보면 말하는 사람이 자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었거나, 좋게 권유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속내는 힐난하거나 비아냥 거리고 있는 말 등이 그렇다.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다. 차라리 안 들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마음도 든다. 의도와 고의는 비슷한 듯 다르다. 카피라이팅은 태생적으로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한다. UX시대에 이르러 카피라이팅은 여기에 쉽게, 빠르게, 짧게, 기분 좋게 전달하기를 붙여서 진화했다. 목적은 윈윈이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에게 좋은 거래를 제안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고의는 다르다. 한쪽만 좋아지는 형국이다. 고의는 품고 있는 사람의 이득만을 목표할 수밖에 없다. 태생적으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줄 알면서도 일부러 하는 생각이나 태도가 고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카피를 쓰고 난 후에 내 카피에서 고의성이 느껴지는 부분은 없는가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이 프로젝트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피드백을 요청해 보곤 한다. 나는 그런 의도로 쓴 것이 아님에도 때로는 보는 이가 고의성을 느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억울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나는 고의성 검수를 꼭 거치려고 한다. 퇴근길에 글로벌 오픈마켓 회사의 지하철 스크린도어 광고를 보았다. 계란 두 판을 1,000원에 판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1,000원 위에 원가 30,000원이라고 쓰여있었다. 생각이 많아졌다. 이게 무슨 의도로 원가를 이렇게 적은 걸까? 계란 두 판에 삼만 원은 말이 안 되는데 다른 오픈마켓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걸까? 원가라고 표기되어 있는 가격 자체를 믿지 말라는 의도였을까? 아니면 삼만 원짜리를 천 원에?! 엄청 싸네! 하는 반응을 유도하고 싶었던 걸까? 일반적인 상식이 통용되지 않을 만큼 여기는 엄청나게 싸다.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주고 싶었던 걸까? 뭔가 의도와 고의의 선 타기를 아슬아슬하게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열차를 기다리는 내내 생각이 많아졌다. 쓰신 분을 만나서 여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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