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할 일과
저녁부터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했다.
지난 한 주 동안
퇴근하고 활을 쏘러 갈 준비를 마쳤다.
나는 취미로 국궁을 하고 있다.
그렇다.
최종병기 활에 나오는 우리 활을 쏘고 있다.
평일에는 활터에 잘 못 나가고
주말에만 나가고 있었다.
그런 취미 활동을
평일 저녁에도 하기로 했다.
그래서 입정비를 내고
10년 전부터 다니던 정 외에
이사한 아파트 근처에 있는 정을
준회원으로 등록했다.
감사하게도
입정비를 받지 않고
월회비 2만 원만 내면
활을 야간에 쏠 수 있게
허락해 주었다.
입정비는 사정마다 다르다.
지금 소속되어 있는 정은
입정비가 150만 원이다.
추가로 등록한 정에서
150만 원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싸지는 않은 입정비를 받지 않겠다고
해 준 것이 너무 감사하고 고마웠다.
그리고 활터가 두 곳이라
활과 화살도 새로 준비하였다.
저녁부터 하지 말아야 할 일도 정했다.
8시 이후에 뭔가를 먹는 것이다.
실행을 해 보니
8시도 조금 늦는 것 같다.
6시 이후에는 금식을 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나에게는 술이 습관이어서
저녁 시간대가 되면 자연스럽게
술이 떠오른다.
이런저런 구실을 생각해 내며
아내를 꼬시면
마음 약한 아내는
못 이기는 척하면서 넘어가 준다.
빌드업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넘어가 준다.
금식을 하려고 마음먹으니
술을 마시기 위한 "저녁에 뭐 먹지?" 타령과
“기운나는 거 먹을까?“따위의 빌드업은
꿈도 안 꾸게 되었다.
그리고 하나 더 준비한 것이 있다.
자기 암시다.
나는 부자가 되는 공부를 하고 있다.
그리고 부자들이 하는 방식을 따라 해 보면서
과연 그 말들이 맞는지 증명해 보는 중이다.
잠재의식에 각인하라는 말을
여러 문헌에서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잠을 자는 시간 = 잠재의식이 일하는 시간
술을 마시면 = 잠재의식이 음주 근무
음주 근무 = 역효과
라고 자기 암시를 하고 있다.
내가 이렇게 글을 쓰니까
지난 한 주간 금주를 잘한 것 같이 보인다.
그렇지 않다.
술을 좋아하는 나는
전생에 덕을 많이 쌓아서
호국장성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게 되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국군마트(PX)에서
좋아하는 술을
면세로, 원하는 만큼(재고가 있는 만큼)
싸게 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술집에서 3만 원에 파는 일품진로를
몇 천 원으로 살 수 있다.
이번 주말에
처가 식구들이 놀러 오기로 하였고
식사에 곁들일 술을 산다고
국군마트에 갔고
마음 약한 아내는
내가 좋아하는 술도
몇 가지 사 주었다.
장인어른은
나와 술 한잔 하는 날을
몇 달 전부터
세면서 기다리시는 분이라
이번 주말에는
술을 마셔야 할 것 같았고
그래서
처가 식구들 모임까지 만이다
라고 다짐하며
아내가 사 준 술을
홀짝홀짝 즐겼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쓸 수 있는 건
금주 준비물을
세 가지 착실히 준비했고
충실히 이행할 결심이 서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