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차게 다시 시작

by 일조

어젯밤 대차게 다시 시작했다.

오늘밤 생각해 보니

하늘이 도운 셈이었다.

지난 주말 처갓댁 식구들이 놀러 와

2박 3일 동안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술자리의 연속이었다.

파티 음식이 남았다는 이유로

사 온 술이 냉장고에 있으면 계속 생각난다는 이유로

아! 선물 받은 술을 맛도 못 보고 버릴 순 없다는 이유로

나의 음주는

처갓댁 식구들이 돌아간 후에도

계속되었다.

그리고 어젯밤 나는

대차게 아팠다.

근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밤새 침대 위에 녹아내린 젤리처럼

붙어 있었다.

장이 꼬여 있는지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내가 이렇게 아프면

평소 아내는 많이 걱정한다.

그런데 어젯밤에는

딱 한 마디 했다.

"술 때문이라고 봐."

새벽에 혼미한 정신으로

아내가 가져다준

약을 받아먹었다.

그리고 오늘 하루 동안

회사에서 어떻게 일을 했는지

모르게 일을 하고

돌아왔다.

대차게 아플 때

나는 내가 꿈꾸고 목표하고

이루고 싶었던 모든 것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오직 하나

이 고통을 멈추는 것뿐이었다.

그런 밤을 보내고 나니

금주 결심이 새삼스러워졌다.

해 보고 싶은 거

다 해 보고 나서

마시고 싶은 술

다시 마시면 되잖아!

그렇게 나는

배를 움켜쥐고 데굴데굴 구르며

다시 금주를 시작했다.

금주, 나랑

오늘부터 1일이냐?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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