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시대의 카피라이터

CRUSH

by 일조

아이패드 커머셜 필름이 화제다. 주 고객층인 크리에이터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삼성이 이런 광고를 냈다면 삼성은 무너졌을 것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인이 된 사람의 이름을 꺼내며 그 시절에는 이런 광고를 집행할 꿈도 꾸지 못했을 거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애플 커머셜은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시도, 그리고 압도적인 비주얼텔링을 취해 왔다. 예전부터 그래왔고 이번에도 큰 결은 같이 하고 있었다. 문제는 시기다. 요즘 크리에이터들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크리에이티브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마음 한편에 위기의식이 있다. 인간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창조 영역이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매일매일 피부로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에게 소중한 창작 도구들과 애착을 가지고 있는 창작물들이 마치 로봇암을 떠올리게 하는 압축기 사이에서 산산조각 나며 부서지는 영상을 보았을 때 무슨 마음이 들었을까? 이모지의 눈알이 튀어 나가는 것을 볼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이슈가 되었다면 그걸로 성공!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커머셜의 속성 중에는 어텐션도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 가장 거센 비난을 보내고 있는 그룹이 아이패드의 핵심 고객층임을 깊게 생각해 봐야 한다. 찐팬을 잃으면 미래가 없다. 그건 변화가 아니라 변질이다. 나도 커머설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도 똑같이 요즘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내가 선택한 루트는 이럴 때일수록 휴먼 감수성을 더 키우자였다. 나는 소망한다. 세상은 바뀔 것이다. 내 속도보다 더 빠르게. 그래서 나는 더 소망한다. 나의 인간다움이 CRUSH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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