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시대의 카피라이터

좋은 글인데 좋지 않을 때

by 일조

보정으로 아름다운 나를 만납니다. 사진관에 붙어 있는 홍보 문구다. 자주 다니는 길인데 문구를 볼 때마다 생각에 잠기게 된다. 아름다운 나를 만난다는 것은 정말 너무 좋은 이야기야... 보정에 정말 자신 있는 분이신가 보다...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 너무 좋지!!! 그런데 어쩐지 보정으로 라는 말이 마치 단서 조항처럼 느껴진단 말이지... (그냥의 너는 마음에 쏙 들게 예쁘진 않겠지만) 보정하면 아름다운 너를 만날 수 있을 거야.라고 이야기하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이건 어쩌면 개인적인 성향의 문제일 수도 있다. 단어에 집착하는 성향. 그리고 타고난 그대로를 좋아하고 필터나 후보정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성향 때문이지도 모른다. 요즘 AI에게 아름다운 여자를 그려줘라고 주문해 보면 몇 십장을 뽑아도 다 비슷한 얼굴 유형과 눈매와 몸매를 생성해 낸다. AI가 이미지를 학습하면서 데이터셋에 이미지와 어떤 텍스트가 어노테이션 되어 있었는지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인터넷에 쌓이고 쌓여 있는 아름다운 여자에 대한 남성 중심적인 시선이 그대로 AI에게 입혀졌을 것이다. 최근에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에서는 이런 사태를 정확히 직시하고 인터넷에 더 많은 리얼 뷰티 이미지가 올라와야 한다고 고객들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한 바 있었다. 시기적절하고 의미 또한 공감하는 바여서 캠페인 행보를 유심히 보고 있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만약 오가면서 보는 사진관의 사장님이라면 보정으로 라는 말을 빼 볼 것 같다. 아름다운 나를 만납니다. 더 한눈에 들어오고 기분도 더 좋지 않은가?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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