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시대의 카피라이터

돈 주고 사고 싶은 말

by 일조

이야! 정말 기가 막히다! 올해 내가 보고 들은 카피 중에 가장 좋은 카피를 만났다. 지난 일요일, 동네 근처 산에 오르면서였다. 나와 아내는 오름길을 타고 있었고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젊은 부부의 대화에서였다. 내리막길의 아내가 남편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디 거 살 거야?" 질문으로 유추해 보니 남편이 내려오면서 아내에게 가지고 싶은 게 있다거나, 사고 싶은 썸띵이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운을 뗀 모양이었다. 남편의 대답이 일품이었다. "당근 거!" 내리막길 부부를 스쳐 지나가면서 나는 귀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이야~ 내가 만약 당근 마케팅 키맨이었더라면 방금 지나친 저 부부를 붙잡고 "방금 한 대화 저한테 파세요! 두 분한테 천만 원 드릴게요." 했을 것 같다. "어디 거 살 거야?" "당근 거" 그리고 산 아래를 내려가는 부부의 뒷모습을 띄우고 당근 마켓 로고를 띄우기만 해도 CM 한 편이 나올 것 같았다. 나는 산을 올라가는 내내 아내한테 "방금 저 말 너무 멋지지 않았어? 난 저런 카피 쓰라고 해도 절대 못 쓸 것 같아!" "당근 거래! 와 미쳤다." 하며 오두방정을 떨면서 올라갔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입꼬리가 올라간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카피라이터인가 보다. 좋은 카피감을 보면 기분이 많이 좋다. 혹시 당근 관계자님 아시는 분 계시면 위 이야기 한번 들려주어 보세요. 혹시 아나요? 진짜 돈 주고 사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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