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함에 머물기
서둘러 결론을 내지 말자. 모호한 상태를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자. 인간의 뇌는 답 없는 상태를 그리 오래 견디지 못한다. 에너지를 계속 써야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최소한의 에너지로 생존에 필요한 선택을 빨리 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잠잠히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뇌의 기본 속성인 것 같다. 이것을 역행해야 한다. 일차로 나온 카피는 생각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억에서 떠오른, 어디선가 본 것의 재생일 확률이 매우 높다. 그렇게 나온 카피는 주의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100프로 아류이기 때문이다. 좋다고 생각해 버리고 모호함에서 빨리 빠져나가려고 하는 본능을 거슬러 보자. 한 걸음 떨어져 계속 응시해 보자. 공간을 계속 마련해 두자. 너무 멋진 아이디어와 두고두고 봐도 좋은 팔딱팔딱 뛰는 카피가 언제라도 떠오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