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조 Jul 18. 2024

부의 깨달음

월급에 대한 고찰 14

이제 여섯 번째 사슬을 찾아볼 차례다.

이 사슬은 찾기가 쉽지 않다. 사슬의 형태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를 목줄에 옥죄이지 않는다.

오히려 열심히 버티게 만드는 사슬이다.

이 사슬이 뭐냐 하면

‘조금 있으면 월급날이다’라는 생각이다.

이 생각은 

‘월급날까지 버티자’라는 생각을 낳는다.

월급날까지 버티자는 생각은

다음 달에도 그다음 달에도

월급날까지 버텨야 하는 상황을 계속 불러온다.

여섯 번째 사슬은 사슬의 형태를 하고 있지 않다.

내 발 밑에서 러닝머신처럼 돌아가고 있다.

나는 이 사슬 위에서 몇 년째

땀을 뻘뻘 흘리며 제자리 뛰기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급여 생활자로 살아온 시간이 길어서

이 사슬은 습관처럼 생활에 배어 있었다.

메타 루틴이다.

나는 이 루틴을 따라 한 달 살이를 했고

먼저 쓰고 나중에 갚아 왔다.

월급날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고

당장 다음 달 생활이 안 될 것 같고

가족이 다 굶어 죽을 것 같은

불안감이 바닥에 깔려 있는 삶을 살고 있었다.

매달 25일은 월급이 아니라 피를 수혈받는 날이었다.

‘월급은 통장을 스치지’라는 생각은

다음 달, 그다음 달에도 

월급이 통장을 스치는 상황을 계속 불러왔다.

내 주위 다 그렇게 사는 것 같고

사회적 통념으로 보여 이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습관이 되었고, 

생활이 되었고, 

메타 루틴이 되었고,

사회적 통념이 되어 버린

‘월급날까지 버티자’라는 생각

이 여섯 번째 사슬을 어떻게 멈출 것인가?

작가의 이전글 UX시대의 카피라이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