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에 대한 고찰 14
이제 여섯 번째 사슬을 찾아볼 차례다.
이 사슬은 찾기가 쉽지 않다. 사슬의 형태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를 목줄에 옥죄이지 않는다.
오히려 열심히 버티게 만드는 사슬이다.
이 사슬이 뭐냐 하면
‘조금 있으면 월급날이다’라는 생각이다.
이 생각은
‘월급날까지 버티자’라는 생각을 낳는다.
월급날까지 버티자는 생각은
다음 달에도 그다음 달에도
월급날까지 버텨야 하는 상황을 계속 불러온다.
여섯 번째 사슬은 사슬의 형태를 하고 있지 않다.
내 발 밑에서 러닝머신처럼 돌아가고 있다.
나는 이 사슬 위에서 몇 년째
땀을 뻘뻘 흘리며 제자리 뛰기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급여 생활자로 살아온 시간이 길어서
이 사슬은 습관처럼 생활에 배어 있었다.
메타 루틴이다.
나는 이 루틴을 따라 한 달 살이를 했고
먼저 쓰고 나중에 갚아 왔다.
월급날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고
당장 다음 달 생활이 안 될 것 같고
가족이 다 굶어 죽을 것 같은
불안감이 바닥에 깔려 있는 삶을 살고 있었다.
매달 25일은 월급이 아니라 피를 수혈받는 날이었다.
‘월급은 통장을 스치지’라는 생각은
다음 달, 그다음 달에도
월급이 통장을 스치는 상황을 계속 불러왔다.
내 주위 다 그렇게 사는 것 같고
사회적 통념으로 보여 이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습관이 되었고,
생활이 되었고,
메타 루틴이 되었고,
사회적 통념이 되어 버린
‘월급날까지 버티자’라는 생각
이 여섯 번째 사슬을 어떻게 멈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