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탁의 카피단
나는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좋아한다. 알베르 카뮈를 좋아한다. 헤르만 헤세를 좋아한다. 칼 셰이건을 좋아한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파네스를 좋아한다. 박경리를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회의가 있다. 버추얼로 진행되는 카피 회의다. 가상의 원형 테이블에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을 소환한다. 내가 주제를 던지고 각각의 초대 인물들이 무슨 카피를 쓸지 들어보는 것이다. 6 모션의 카피를 헤르만 헤세는 어떻게 쓸까? 칼 세이건은? 따듯하고 사려 깊은 카피가 나오기도 하고, 유쾌하고 해박한 카피가 나오기도 하다. 때로 시니컬하면서 인간 심층에서 건져 올린 듯한 철학적인 카피가 툭 던져지기도 한다. 이것은 말 그대로 내 상상 속에서, 내가 재미있어서, 나 혼자 진행하고 생각하고 받아 적어보는 버추얼 카피 회의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쓸 만하다. 다양한 문체를 시도해 볼 수 있고 문제에 대한 접근을 여러 각도에서 해 볼 수 있다. 한 사람이 모든 면을 볼 수는 없다. 여러 사람으로 빙의되어 살펴본 면을 다르게 표현해 볼 수는 있다. 최근에는 비주얼에서도 재미있는 기술을 하나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스타일로 이미지를 생성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동화작가를 좋아한다. 요즘 내가 뽑아내는 콘티는 주로 동화작가 스타일이다. AI가 삽화 디자이너 역할을 꽤나 잘해 주고 있다. 1년에 37만 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고용한 삽화 디자이너다. 덕분에 요즘은 내가 좋아하는 아트 스타일과 요즘 트렌드인 스타일을 모아 놓고 틈틈이 공부해 본다. 이미지 툴을 잘 다룰 줄 모르는 나에게 AI를 쓰는 것은 재미있기도 하고 꽤 유용하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카피뿐만 아니라 비주얼도 다양한 작가들을 초대해 놓고 버추얼 원탁회의가 가능해질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내 머릿속은 더 복잡해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