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위한 글을 쓰자
나는 카피 욕심이 많다. 내가 쓴 키 카피가 PT에 가야 하고 온에어 되는 카피는 내 카피여야 직성이 풀렸다. 퍼블리싱이 된 이후에도 카피를 이렇게 바꾸면 더 좋을 것 같으니 돈이 조금 들더라고 바꾸자고 요청할 정도였다. 그랬던 내가 요즘은 태도가 바뀌었다. 카피에 대한 욕심이 줄어서가 아니라 정말 내가 쓴 카피가 나의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카피라이팅은 서비스 업무다. 서비스는 받는 사람에게 유용한 가치를 전달하는 행위다. 그렇다면 내가 쓰는 카피는 나를 위한 글이 아니라 서비스를 요청하고 받아보는 남을 위한 글이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생각을 더 밀고 나아가면 카피를 쓴다는 것은 내 글이 아니라 남의 글을 쓰는 일인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을 하고 나자 아차 싶었다. 그동안 카피 원작자를 운운하며 다른 사람들이 손대는 것에 학을 떼었던 지난날의 내가 과연 옳았던 걸까... 나의 그런 태도 때문에 상처받았던 동료 분들, 탐탁지 않았던 클라이언트 분들께 사과드리고 싶다. 다시 만날 기회가 있다면 꼭 그렇게 할 것이다. 동료 카피라이터 분들 중에는 그럼 카피라이터와 대필 작가의 차이가 뭐냐 싶으신 분도 있을 것 같다. 오히려 AI가 카피를 뽑아내는 형국에 카피 저작권을 만들고 창작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실 수도 있겠다. 다른 분들은 얼마든지 자신만의 관점이 옳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남의 글을 잘 써 주자는 마인드를 탑재하고 나서 업무가 훨씬 더 부드럽게 흘러갔다. 나와 다름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유연성도 점점 더 늘어나는 중이다. 남의 글을 잘 쓰는 나,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