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냄새를 맡아주세요.
이것이 오늘 글에서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이다.
나는 우리 야몽이가 꼬리를 바짝 세우고 돌아다니는
모습 보는 것을 좋아했다.
야생에서 고양이는 아기 때만 꼬리를 세우고 다닌다.
엄마에게 자기 위치를 알려주느라 그렇게 한다고
추측된다.
하지만 성묘가 되어서는 꼬리를 내리고 다닌다.
위치가 알려져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겠지.라고
역시 추측한다.
우리 애기는 정반대였다.
아깽이였을 때는 항상 꼬리가 내려가 있었고
항상 축 처져 있었다.
냥춘기를 지나고 나서부터 서서히 꼬리를 세우기
시작했고
이후 성묘가 되어서는 항상 세우고 다녔다.
자기 영역이 완전히 안전하다고 느껴서 그랬는지
우리 부부를 엄마 고양이와 그의 친구로 받아들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영원히 애기 고양이이고 싶어서 그랬는지
성묘가 되어서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전까지 꼬리를
세우고 다녔다.
나는 우리 애기가 마음 편히 다니는 것 같아서
그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했고
지나가는 애기의 꼬리를 훑어만지는 것도 좋아했다.
나는 공식적으로 쓰담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야몽이가 마사지 받는 루틴을 만들었다.
시간은 내가 퇴근하고 온 9시에서 10시 사이
장소는 복층에 있는 책방, 가죽소파 스툴 위였다.
몇 년째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매일 마사지를 받은 우리 애기는
내가 퇴근하고 씻고 나오면
자기가 앞장서 계단을 후다닥 뛰어 올라가
마사지 방으로 들어가면서 꼬리를 부르르 떨곤 했다.
나는 마사지를 하면서
야몽이가 불편한데는 없는지 살펴본다는 명목 하에
마음껏 사심을 채울 수 있었다.
우리 야몽이는 몸 냄새가 따로 없었다.
꼬순내? 같은 냄새가 날 거라고 상상하고 기대했는데
우리 애기는 무취였다.
그러던 어느 날, 2023년 초봄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여느 때처럼 마사지를 해 주면서
애기 등에 볼을 비비며 사심을 맘껏 채우고 있었는데
평소 맡아보지 못했던 냄새가 났다.
좋은 냄새는 아니었다.
애기가 응꼬 그루밍을 안 했나?
맛동산이 묻어있나? 싶을 정도로
불쾌한 냄새가 애기 몸에서 나고 있었다.
응꼬를 살펴봤을 때 응꼬는 깨끗했고
묻어 있는 맛동산도 없었다.
왜 갑자기 몸에서 안 좋은 냄새가 나는 거지?
불쾌한 냄새는 다음 날, 그다음 날까지도 났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인가 갑자기 안 나기 시작했다.
내가 그 냄새에 익숙해졌는지도 모른다.
나중에 이런저런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고양이가 장기에 안 좋은 게 생기면
- 주로 종양같은 - 몸에서 안 나던 냄새가 난다고 한다.
과학적 근거가 정확히 있는 자료는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경험으로 그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안 좋은 냄새가 난 즈음부터
우리 애기는 식사량이 줄었고
잘 먹던 밥을 거부했고
건식 사료보다는 습식 사료의 국물만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사지를 받으러 나와 올라갔다가도
책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시큰둥하게 돌아섰다.
지금도 나는 우리 애기한테 매일 미안하다.
아픈 데 없는지 살펴본다며 매일 마사지를 해 줬는데
코 앞에서 아픈 냄새를 맡고서도
나는 그것이 시그널인 줄 몰랐다.
고양이는 자기 아픈 것을 꼭꼭 잘 숨긴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고양이가 마음을 열고 같이 사는 사람에게는
자기 아프다는 신호를 여러 형태로 보낸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이제 안다는 것이 슬프다.
꼬리를 세우고 자박자박 소리를 내며 걸어가는
야몽이가 오늘은 너무 보고 싶다.
<스크래처를 긁을 때면 한층 더 유려한 꼬리 곡선을 그렸던 야몽이>
<내가 일하고 있으면 세운 꼬리로 내 얼굴을 좌뺨 우뺨치고 다녔던 야몽이>
<잘 먹었다는 인사는 꼬리를 좌우로 한번 흔들어주는 걸로 퉁 치고 갈길 가기 바빴던 야몽이>
<어떤 자세로 있던지 꼬리는 요지부동 꼿꼿이 세우고 있었던 우리 애기>
<자주 만나는 길냥이가 등장하면 세웠던 꼬리로 장판을 탁탁 내려치기도 했던 야몽이>
<하지만 애기 때는 항상 꼬리가 처져 있었던 야몽이>
<어쩌면 아깽이였을 때 버려지고 갇혀 있었던 트라우마 때문에 애기 시절은 우울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나 웃어주는 걸 좋아하는 착한 애기였는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