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새가 이상해 보일 때

by 일조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가 있다.

고양이는 나무 고양이가 있고

땅 고양이가 있다는 말이다.

나무 고양이는 높은 데 올라가는 걸 좋아해서

냉장고 위나 화장실 선반 위를 수시로 들락날락 하지만

땅 고양이는 낮은 데를 좋아해서

침대 밑, 소파 밑, 싱크대 밑에

잘 들어가 있는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믿자면 우리 애기는 땅 고양이였다.

높은 곳을 좋아하지 않았고

그나마 마지노선이라고 정해놓은 곳이

베란다 창틀까지였다.

낮은 데로 내려가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 건지

복층 있는 집으로 이사와

묘생 처음으로 계단을 내려갔을 때도

우리 애기는 망설임 없이 성큼성큼 잘도 내려갔다.

굉장히 안정적인 걸음새로 말이다.

이후 7년여 동안

나와 술래잡기 놀이를 하면서

신나게 계단을 뛰어오르고

우당탕탕 뛰어 내려오곤 했다.

우리 부부가 밥 차리는 소리를 들으면

복층에 있는 자기 침대에서 자고 있다가

쿵쾅쿵쾅 내려와

계단 중간에 앉아서 가만히 주방을 노려보곤 했다.

그럼 네모북어를 가져다 바쳐야 했다.

"우리 야몽이 오셨어요~ 암요~ 야몽이 먼저 드셔야죠"

하고 아양을 있는 데로 떨어주면서 말이다.

2023년 들어서 우리 애기가

복층 계단을 이상하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쿵쾅쿵쾅 내려가지 못하고

한 발 한 발 내려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계단을 다 내려가면

거실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나는 슬펐는데

슬픈 이유가 우리 애기가 늙었다고 생각되어서였다.

노묘가 되어가면서 관절이 예전 같지 않나 보다

싶어서 슬펐고

그래서 마사지할 때면 무릎을 더 신경 써서

주물러 주곤 했다.

8월 12일. 애기가 구토를 심하게 하고 설사를 해서

동네 병원을 다녀왔었다.

병원에서는 특이한 이상점을 찾지 못했고

염증 수치도 다 정상이었다.

진통제와 지사제, 수액 주사를 맞고 집에 온 저녁

우리 애기는 안 먹던 식사를

조금이나마 먹기 시작했다.

우리 부부는 한시름 놓았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뒷다리를 절뚝거리면서 걷는 거였다.

몇 걸음 절뚝거리면서 걷다가 주저 앉고

또 절뚝거리면서 베란다 나가려다 주저 앉고 그랬다.

병원에 물어봤을 때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우리 애기가 고양이별로 떠난 이후에

찾아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고양이는 내장 기관에 문제가 있을 때

절뚝거리면서 걷는다는 것이다.

사람이 배가 아프면 배를 웅켜쥐고 허리를 펴지 못하고

아이고야 하면서 걷는 것처럼

고양이도 위나 장에 문제가 심각하게 생기면

평소처럼 유연하고 가볍게 걷질 못한다.

특히나 우리 애기는 장을 감싸주고 있는 주머니에

림포마가 생겨 있었다.

장폐색 때문에 조직이 다 상해서

많이 아팠을 텐데 걸을 때 장이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장 주머니를 계속 자극했을 테니 더 아팠을 것이다.

그래서 절뚝거리면서 걷고

오래 걷지 못하고 자주 주저앉았던 것이다.

슬퍼해야 할 일은 맞았다.

하지만 이유가 틀렸다.

노묘를 키우고 있는 집사 분들은 고양이가 나이 들면

자연스럽게 관절이 약해진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나처럼 다른 쪽으로는 생각을 못 할 것이다.

우리 집 애기가 걷는 모양새가 어째 영 이상해 보이고

어딘가 불편해 보인다 싶으면

검진 때가 아니어도

병원에 한번 데려다줄 수 있으면 좋겠다.

걸음새가 바뀌는 것도

애기가 보내는 이별의 시그널일 수 있으니까.


<떠나기 전날 밤. 병원에서 퇴원하고 오자마자 비틀비틀 거리며 복층에 올라가고 싶어 했던 야몽이.

하지만 계단 하나도 너무 높아 보였던지 주저앉아 가뿐 숨만 내쉬었던 야몽이>


<복층에 있는 자기 침대를 참 좋아했던 야몽이. 이러고 철퍼덕 자고 있다가 밥 차리는 소리를 들으면>



<요렇게 계단에 뛰어 내려와 노려보며 북어를 꼭 얻어 드셔야 직성이 풀렸던 야몽이>


<다리 한쪽을 걸치면서 자는 걸 좋아했던 야몽이>


<다리를 걸칠 수 있으면 일단 걸치고 봤던 야몽이>


<어느 겨울밤. 뜨끈뜨끈한 바닥에서 야몽이랑 지지다가 잠들었던 날이다>


<야몽이는 나만 보면 웃어주면서 뭐라고 말하는 걸 참 좋아했다. 나도 그 시간을 참 좋아했다>


<시작은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어린이냥이 었던 야몽이>



이전 06화한 번만 안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