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줌아웃
카피를 크게 쓰는 것과 작게 쓰는 것의 차이. 거대한 약속과 세심한 챙김의 차이. 큰 물결이 흐르는 지도와 작은 지류들이 뻗어나갈 이정표의 차이. 이 차이를 아는 것이 저연차 때는 몹시 어려웠다. 큰 카피가 필요할 때 작디작은 카피를 들이밀어 선배들에게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반대로 작은 카피가 시급한 상황에 큰 카피들만 뻥뻥 지르며 똥볼 날리다 나자빠진 적도 종종 있었다. 내가 두 카피의 차이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디지털카메라의 줌인 줌아웃 기능을 접하면서부터였다. 같은 사물을 원경, 근경, 확대경으로 보았을 때 사물과 주변 환경과의 어울림이 달라지고 초점에 따라 이미지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변화하는 것을 느끼면서부터였다. 나는 그 이후부터 카피를 쓸 때 내가 어떤 렌즈를 장착하고 얼마나 당겨야 하는가, 혹은 조금 더 빠져야 하는가를 먼저 설정하게 되었다. 당구로 치자면 장각으로 쳐야 하는지 단각을 봐야 하는지 판단하고 그에 맞는 어드레스 자세를 배운 셈이다. 최근 내 주변에 마이크로 카피라는 용어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닿아 있는 카피다. 마치 이인삼각을 하면서 결승점까지 함께 달려가듯 옆에 착 붙어서 행동을 안내하는 카피, 그래서 결국은 매출을 올리게 하는 카피를 마이크로카피라고들 한다. 나한테 마이크로카피는 익스트림줌인이다. 외경을 뚫고 내경을 들여다보며 다음 발자국을 떼게 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수술실현미경을 붙이고 보듯 살펴보고 쓰는 카피다. 재미있는것은 이렇게 고객 행동 심리를 극으로 파고 들어가서 카피를 생각하다 보면 때로 엄청 큰 카피가 나올 때가 있다는 거다. 인간 행동의 근원이랄까, 본질적인 무엇이랄까 수많은 행동이 이것 때문에 나왔겠구나 싶은 마음의 핵을 건드리다 보면 진짜 진짜 큰 카피가 나온다. 그래서 요즘은 작은 것이 큰 것인가 하는 혼자만의 고민도 가끔 한다. 카피의 줌인 줌아웃은 내 개인적인 경험을 비유를 통해 전달한 것이다.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지만... 글의 크기를 놓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이런 고민 나만 하는 게 아니었네!'
싶은 마음만 들 수 있어도 참 감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