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셀링
이야기는 본능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건 확실하다. 인간이 집단생활을 하기 시작한 까마득한 옛날부터, 손과 발을 이용해 의사를 소통하기 시작한 더 까마득한 옛날부터, 이야기는 생존 정보의 공유라는 차원에서 본능이다. 지금 내가 속한 무리에서 어떤 이야기가 돌고 있는지 알아야 살았다. 중요한 이야기가 있는데 나만 모르면 그만큼 내가 살아남을 확률은 낮아졌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나도 모르게 신경이 쓰이고 그쪽으로 귀가 쫑긋 하게 되는 것이다. 내 추측이지만 확실하다고 확신한다. 스토리에는 본능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 이 확신을 뿌리로 최근에 신경 써서 개발하고 있는 개념이 있다. 바로 스토리 셀링이다. 한참 스토리텔링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광고주 미팅을 들어가서 브리프를 받아보면 열에 아홉은 [형식 : 스토리텔링]이라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스토리를 텔링 하는 것과 스토리로 판매하는 것은 비슷해 보이지만 필요한 재료도 결과물도 많이 다르다. 나는 상업적 글쓰기에는 스토리 셀링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제품과 브랜드를 둘러싸고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그중에서 고객들에게 전달될 때 판매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있다. 한편, 직접적으로 도움은 안되어도 사고 싶은 분위기를 만들어주는데, 마음을 부드럽게 중화시키는데 일조하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고객이 어떤 성향과 어떤 맥락에 있는가에 따라 도움 되는 이야기는 달라진다. 모든 브랜드 스토리가 모든 고객에게 똑 같이 어필하는 것은 아니다. 숲으로 가는 길이 여러 갈래듯이. 각각의 고객에게는 지갑을 기꺼이 열게 하는 저마다의 이야기 루트가 있다. 나는 그런 생각으로 하나의 제품에 여러 스토리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UX시대에 카피라이터가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어쩌면 이것이 나만의 개인화 방식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