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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일도만 Sep 18. 2023

배우자의 외도를 알고도  이혼하지 않은 이유

이혼은 과연 최선의 선택인가

결국 나는 난자채취를 하러 병원에 갔다.


시험관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난자채취와 동시에 정자채취도 이뤄지며

수정을 시킨 후 3일에서 5일 후에 수정란 2개를

(만 35세 이상은 3개 가능)

이식하는 날이 잡힌다.


시험관 시술 고차수가 될수록 정상적으로 수정되는 개수가 줄어들어

수정란이 5개까지는 나와주어야 안심이 된다.

그래야 다음번에 덜 고생하고 냉동배아 이식을 할 수 있다.


채취 후 안정을 취하기 위해 회복실에 누워있는데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담당 간호사님이 많이 힘드냐며 손을 잡고 위로해 주시고

티슈를 건네주셨는데 더 서럽게 눈물이 났다.




사실 이혼하고 싶지 않았다.


내 정성과 희생, 노력으로 쌓아둔 가정을

배우자의 일방적인 잘못으로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그 자식을 제외한 모든 것이 완벽한 결혼생활이었다.

현재의 경제적 수준과 안정감, 시부모님과의 관계

우리 부모님과 시댁과의 관계도 무척 좋았다.

그 자식을 빼고 사돈끼리 여행도 다녔다.

서로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이 각별했다.

콩 한쪽도 나눠먹을 마음으로 서로를 대했다.


그런 관계가 되기 위해

나는 정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그런데

그 자식의 철없고 정신 나간 행각으로 그런 것들을 놓치기엔

경영진의 비윤리적 행실로 잠시 폭락한 주식을

곧 복구가 될 것 같은 상황에서 손절하는 기분이었다.


또 경제적으로 독립이 완벽하게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다.

수년간의 시험관시술로 인해 경력이 자주 단절이 되면서

체력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였다.

(모든 시험관시술이 그런 건 아니지만

류마티스로 인해 면역억제제를 많이 써야 하는 상황이라

시험관 시술을 실패한 후 염증이 퍼져 매번 병원에 실려갔다.)


이혼을 하더라도 일에 대해 더욱 실력을 쌓고

경제적으로 독립을 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잘못도 있다고 생각했다.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는 건 당연히 100% 외도한 놈의 잘못이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내가 여자로서 매력이 없어서

다른 여자한테 눈이 돌아갔구나 라는

아주 고리타분하고 피해의식이 가득한 생각에 휩싸였다.


나의 외형의 변화가

그 자식을 더 이상 설레게 하지 못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쁘고 날씬한 여자들만 봐도 우울해졌다.


인생에서 한 번도 날씬해본 적이 없지만

특히 시험관 시술 이후 살이 결혼식 때보다 20kg 은 쪘다.

시험관 시술 전에 20kg 빼두면

시술 후 10kg 은 그냥 찌는 것 같았다.


순간 내가 먹고 있는 모습을 배우자가 보고 있을 때

나를 미련하고 돼지 같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라는 피해의식이 올라올 때도 있었다.


그렇다고 이 사건 이후 충격받고

영화나 드라마 주인공들처럼 절치부심해서

날씬해지진 않았다.


솔직하게 먹는 것도 좋아하고 운동도 좋아해서

근육 있는 건강한 뚱뚱이 상태다.


지금에서야 정신 차리고 글을 쓰는 거지만

배우자 외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은

모두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부는 저런 생각에 빠진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들

한쪽을 정리한 후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한다.

결국 책임은 지려하지 않고

즐길 건 즐기고

편안함과 안정감은 그대로 누리고 싶어 하는

비열하고 야비한 짓이다.


개인적인 성향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매사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후회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할 수 있는 거면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시험관시술을 무리해서 진행한 것도

가임기 때 최선을 다했는데 생기지 않은 거면

나중에 후회를 안 할 것 같은데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면 미련이 생길 것 같아서였다.


두 번째는 자유를 빙자한 방임을 했다고 생각했다.

오랜 연애 후 결혼을 했기에

서로를 굉장히 잘 알고 있어서

아주 조금이라도 불편해하거나 재미없어한다면

그냥 혼자 쉬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오래되다 보니

공유하는 게 사라지고

대화가 사라지고

추억이 없어지는 것이었다.

그냥 우리는 같이 살 뿐이었다.


그게 모두 내 잘못 같았다.

사실 결혼을 통해 생긴 가장 중요한 가족은

남편이었는데

내가 친정과 시댁에만 집중하고

정작 배우자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외면을 했다는 자책이 들었다.


그래서 '나'를 위해

첫 번째 외도는 용서하기로 했다.


상황 수습과 관계 개선을 위해

결국 또 가해자인 그 자식이 아닌

피해자인 '내'가 나서기 시작했다.



이게 어떤 재앙이 될지 그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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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하면

나 자꾸만 화가 나 참으려 해도

내가 그렇게 네게 매력이 없었을까 난 모르겠어

어떻게 나 아닌 다른 사람과

몰래 데이트를 할 수 있는지

지금 내 마음가짐으론 너를

이해할 수 없지만 한 번은 참는 거야


박미경 이브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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