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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일도만 Sep 22. 2023

이혼하더라도 부부치료는 받아야겠어

외도 후 정신과 부부치료

우울한 날이 지속되었다.

갑자기 숨이 턱 하고 막히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따뜻한 봄날이었다.

하지만 햇빛이 싫어졌고 밖에 나가는 것도 싫었다.

가족도, 친구도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엄마를 제외한 아무도 내 상황을 모르기때문에

가식적으로 대답하고 행동하는 것 같아

휴대폰 메신저의 알림을 보는 것 조차 피곤했다.

 

이혼을 하고 싶진 않지만

깔끔하게 용서를 할 수도 없었다.


유튜브를 보다 외도 후 관계 회복을 위한 부부치료를 알게되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았다.


나도 그 자식도 다시 원래의 관계로 돌아가기 위해선

어떤 것이라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전문가를 찾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전남편이 납득할 만한 객관적인 존재여야했다.


물론 실력 좋은 여성 의사와 여성 상담사도 많겠지만

일부러 남성이면서 정신과 전문의를 선택했다.

여자니까 여자편 들어준다는 어이없는 논쟁으로 힘 빼고 싶지 않아서였다.


세상에 부부치료 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한 달을 대기 한 후

드디어 부부치료가 시작되었다.


부부치료이기 때문에 회당 20만원을 지불하였다. (1시간)

일반적으로 부부치료는

20회까지 진행해야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우리는 8회에서 마무리했다.

비용도 부담되었지만

8회 치료 후 그 자식과 나의 관계가 좋아지면서

우리끼리 해결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과거로 돌아가면 20회 모두 채워 받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자식의 두 번째 외도로 이혼을 하게되었지만

그래도 부부치료 받았던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


이혼을 하게 되더라도

유책 배우자가 함께 치료에 임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피해자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는게 좋은 것 같다.


부부 둘이서 이 어마무시한 사건을 해결하려하면

결국 언성이 높아지고, 도돌이표 싸움이 되버린다.

의도와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치료시간에

답답하고 힘든 마음과 생각을 정리하지 않고 편하게 말할 수 있었다.

의사선생님은 이를 아주 명쾌하고 깔끔하게 정리해주셨고

공감과 지지를 진심으로 해주셨다.

더불어 그 자식의 생각을 차분하게 들을 수 있었다.


사실 내가 그 자식과 대화 할 수록 화가 났던건

내 마음은 불구덩이에 떨어진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무 말 안하고 침묵하는

그 자식의 무책임하고 답답한 태도때문이었다.


그러나 치료 과정에서 진행했던

면담과 테스트 등을 통해

그 자식과 나의 성향의 차이를 명확하게 알게되었다.

그로인해 발생하는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어

그것만으로도 숨이 쉬어지는 것 같았다.



전남편과 나의

성향과 관점, 태도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고 극명하게 달랐다.


오히려 의사선생님은 나보다 전남편의 종합적인 평가지수가

더 흥미롭고 위태롭다고 했다.


내 평가지수는 긍정적이며, 활동적이고 독립적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상황상 현재는 힘들지만

곧 잘 회복하고 다시 즐겁게 살 수 있다는 응원의 메세지같았다.


반대로 전남편은 예민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하며 갈등을 회피하는 성향이었다.

오히려 우울이 쉽게 증폭되고 부정적인 성향이 강했다.


이는 타고난 부분도 있으며 자란 환경에서도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친정은 대화가 많고, 형제가 많다.

함께 모이면 손을 들고 이야기해야 할 정도로 대화가 많다.

한 침대에 온 가족이 들러(?) 붙어있었고

옹기종기 모여 놀고 이야기하는게 일상이었다.

다툼과 싸움도 물론 있었지만 결국 대화로 잘 풀어나가며

문제를 해결했다.


시댁은 앞서 이야기했지만 손이 귀한 집이다.

가족도 단촐하고 지역 특성(?)인진 몰라도 가족끼리 대화가 거의 없다.

내가 없으면 명절에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하루종일 나오지 않아 집안이 적막하다.

갈등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그냥 아무말 안하고

그대로 넘어갔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된다며.


그렇지만 시어머님과의 대화를 통해

스트레스와 고통은 모두 시어머님 혼자서 가슴에 묻고 가셨음을 알게되었다.

한 사람의 엄청난 희생이

가족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전남편은 그때도 지금도 모른다.




부부 치료를 8번 진행하면서

그 자식의 태도가 조금은 달라졌다.

관계 회복에 그래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3회차 치료때는 나보다 본인이 먼저 의사 선생님께 이야기를 시작했다.


물론 8회차가 끝난 후

금액대비 무엇이 좋아진 건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피해자인 내가 아주 많이 좋아졌다.

그게 가장 중요한 치료효과인 것이다.


우선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다.

실체없는 우울함의 원인을 찾은 것 같았고

묵묵부답인 전남편의 생각과 속마음을 알 수 있어서

답답한 부분이 많이 해소되었다.


또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 나들이를 강제로 하게되면서

함께 식사를 하고 카페를 가고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부부치료를 공통으로 하다보니

그때 그때 할 이야기들이 생겼고

이는 정체되어있던 관계를 조금씩 개선해주었다.


그리고 그 자식은 항상 내가 원하는 것을

자기 기준에 합리적이지 않다고 수용하지 않았는데

의사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부부관계를 회복하는데는 정해진 정답은 없습니다.

비록 배우자가 원하는 방식이 OO님에게 비효율적이고 합리적이지 않더라도

외도 문제에 있어서 

관계를 회복하는 가장 알맞은 해답은 피해자인 배우자가 원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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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에게 사랑을 구걸 하지 않았어

진심을 원했어

상처받은 내 마음과 더럽혀진 그때 추억

날 바라보던 니 표정 다 너무 싫어

불안했던 우리 모습

지켜내려던 내 모습 다 너무 후회가 돼

난 니가 싫어

어반자카파 니가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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