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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일도만 Sep 29. 2023

사랑을 노력한다는게 말이되니

외도에 대해 더 이상 추궁하지 말기

정신과 부부치료와 더불어 우리는 함께 운동을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외도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감각해진 '우리의 관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걷기, 요가, 헬스, 수영을 좋아하지만

이때 선택했던 운동은 탁구였다.


그 자식이 좋아하는 종목이었다.

그 자식이 좋아하는 것을 해야

조금 더 빠르고 적극적으로 관계가 개선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배우고 싶어

레슨도 받고 개인 탁구용품도 구비했지만

결국 3개월 후에 그만두게 되었다.


그 자식이 회사일로 바빠진 탓도 있었고

나도 억지로 관심과 흥미를 만들어내기가

쉽진 않았다.




외도 후 관계 회복을 위한 지침 중

용서하기로 했으면 외도에 대해 더 이상 추궁하지 말아라


라는 이야기를 많이한다.



그래야 피해자인 내가 괴롭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그 말을 믿었다.


치료를 받아도 불쑥불쑥 떠오르는 억울함과 분노가 있었지만

용서하기로 했고, 가정을 지키기로 했으니

더이상 외도에 대한 추궁을 하진 않았다.


그 자식도 외도에 대해 내가 말을 꺼내면

자기가 너무 미안해서 할 말이 없어지고

그 기억이 수치스럽고 괴롭다고 했다.


과거 좋았던 관계로 돌아가고 싶었기에

흉이 진 내 상처는 그대로 묻어두었다.


최선을 다해

잊으려

노력했다.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듯

피흘리며 첫번째 외도를 도려내었다.


휴대폰 잠금도 허락했고

통장내역과 카드내역도 보지 않았고

외도 이후 줄었던 용돈도

모두 올려주었다.


그 자식을 믿어서라기보다

내가 그런 의심속에 살고 싶지 않아서였다.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고 추궁하며

휴대폰 훔쳐보고

통장내역도 뒤져봐야하는

그런 부부관계를 원하지 않았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정말 싫다.

무책임하고 오히려 책임전가의 논리다.


여자가 그렇게 행동해야

가정을 지킬 수 있는 남자라면

이제 정말 사절이다.




그자식과 나는

연애할 때부터 술마시는 걸 좋아했다.

부어라 마셔라 퍼먹는 스타일은 아니고

와인과 맥주, 칵테일, 위스키, 진 등을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즐겨 하곤했다.


평소엔 속 마음을 잘 이야기하지 않던 그자식도

술을 마시면

생각과 마음을 잘 이야기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나는 술관련 자격증 공부하였다.

공통의 관심사를 함께 하다보면

관계가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자격증 공부를 함께 하자고 제안했지만

그 자식은

공부하긴 너무 싫다며 거절했다.


대신

함께 남대문시장으로 재료를 사러다니고

주류에 맞는 컵을 구매하고

실기시험 칵테일 만들며 시음하고

이야기했다.


그럴싸하게 홈바를 꾸몄고

출장을 가거나 여행을 다녀오면서

하나하나 술을 모으기 시작했다.


귀한 술을 사올때는

좋은 날 함께 마시기로 했다.


첫번째 외도 2년 후

우리는 두번째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상처가 잘 아물고 있기를 바랐다.


오늘 길에 아주 유명하고 비싼 도 샀다.


 결혼기념일때

둘이서 마시기로 했다.



그러나

그 여행기간에도

그 자식은

두번째 외도 중이었다.



2년간의 나의 노력은 결국

물거품이 되었다.




play list


널 만날 수 있는 날 친굴 만났고

끊이지 않던 대화가 이젠 끊기고

널 바라보다가 다른 사람을 겹쳐 봤어


나도 노력해봤어 우리의 이 사랑을

안되는 꿈을 붙잡고 애쓰는 사람처럼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


박원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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