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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연 - 꿈도 밤도

온몸이 음악으로 이루어진 것 같은 사람.

by XandO

지난주 금요일,

매일 아침 듣는 유튜브 뉴스채널의 한 코너인

[ 금요음악회 ]에 출연한 싱어송라이터 손지연.


히피스러운 옷차림에 인디언 스타일의 머리를 한 그녀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남다름"이었고

소소한 일상의 대화만 오갔을 뿐인데

이미 스튜디오 안은

그녀의 음악적 기운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1. 꿈도 밤도 - 손지연


이른 아침 생방송에서

혼자 기타를 치며 노래한다는 상상은

세상 모든 가수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상황이다

슬라이드 기타로 시작되는 반주와 어우러진

날것 그대로의 노랫소리가 스튜디오를 채워 나간다.

하나도 이상 할 것 없이 노래의 중간중간 끼어 있는

목소리의 갈라짐과 음이탈들은

굳이 숨길 필요 없는 그녀의 당당함이었다.


아주 가끔이기는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온몸이 음악으로 이루어진 사람들이 있다.

그녀가 그랬다.


2. 그리워져라 - 손지연


2003년,

손지연은 한국 포크 음악계의 대부격인 양병집 선생님에 의해 발탁되어

1집 앨범 < 실화 / Life's Story >로 데뷔했다.

2집 < The Egoist > 2005년

3집 < 메아리 우체부 삼아 내게 편지 한 통을 > 2008년

4집 < 꽃샘바람 > 2013년

5집 < 새를 만지려 하니 나비가 날아와 코를 만지고 달아난다 > 2018년까지 꾸준히 발매했다.

그리고 나는

주말 내내 손지연의 음악을 뒤졌다.

그 외에도 2019년 발매된 [ 은밀한 이야기 ] [ 그리워져라 ] [ 울어버렸네 ] 등등의 싱글 앨범들로

이런저런 음악활동을 소소하게 이어간다.


3. 아침엔 - 손지연


그녀의 음악은 다채롭다.

포크 싱어송라이터로 그녀의 음악 경력을 시작했지만

해를 거듭해 가고 앨범 장수를 늘려가면서

포크라는 장르 안에 온갖 스타일들을 버무려간다.

블루스, 재즈, 레게에 록적인 사운드까지.


평론가들은 그녀를 한국의 죠니 미첼에 자주 비교하기도 하지만

2018년도,

앨범 < 새를 만지려 하니 나비가 날아와 코를 만지고 달아난다 > 발매를 즈음하여서부터는

재즈와 메들린 페이루의 음악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은 듯하다.

TMI : 그녀들은 동갑이다.


4. Dance With Me - Madeleine Peyroux


곧 다가올 휴가철, 늦잠에서 깨어나

냉장고에서 막 꺼낸 캔맥주 한 모금을

한껏 들이키는 짜릿한 느긋함.




가끔 누군가는 그녀의 가창력에 대해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가 있다.

지난 금요일의 아침방송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 라이브 공연 중에 마시는 맥주가 과한 나머지 코드와 가사를 실수하거나

나이가 들어가며 불편해지는 음역대의 특정 음색들에 대한 논란이다.

하지만 그녀는 당당하다.

다듬어지지 않은 몇몇 음들로

그녀의 음악 전부를 폄하할 수는 없다.


2015년 개봉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 < 사도 >에서

배우 유아인이 허공으로 화살을 쏘아 올리며 읊조린 대사가 생각난다.


" 허공을 날아가는 저 화살을 보아라, 얼마나 떳떳하니? "


사도세자의 화살이 그러하듯.

구속받지 않는 자유

주체적인 삶의 열망

결과에 대한 초연함을

그녀는 그녀의 방식으로 노래한다.

그녀 자신이 음악이며 그 음악은 그녀이다.


2019년, 코로나 시기에 제주로 옮겨간 그녀는

제주에 정착하여 지역 공연과 하우스 음악회인 "팔방미인콘서트"를 꾸준히 진행 중이라 한다.

어느덧 50이 넘은 나이의 음악적 원숙함과

연륜이 베인 삶의 솔직함이 가득한 음악들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미 다가온 이 여름 장마철

그녀로 인해 노래의 꽃비가 내릴

제주 오름들이

더 아름다워질 듯하다.


5. 꽃비 - 손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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