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rafact & Jam Session.

비밥 연주자들의 향연.

by XandO

비밥(Bebop)은

기존, 스윙 빅밴드의 질서에 대한 치열한 실험과 도전의 결과로 탄생한 혁신적인 재즈 스타일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콘트라팩트(Contrafact), 애프터아워 잼 세션(Afterhours Jam Session),

그리고 연주 기술의 극한을 추구한다 라는,

세 요소가 서로 유가적으로 얽히고 설키면서 비밥의 형성과 확산을 이끌었다.


1940년대 초,

급진적인 성향의 젊은 재즈 연주자들은

기존의 스탠더드 곡들이 가진 기름진 멜로디의 틀을 벗어나 싶었다.

당시의 음악 산업 구조는

저작권 문제로 인해 자유로운 창작에 제약을 두고 있었고

이들이 찾아낸 해법이 바로 콘트라팩트(Contrafact)였다.

기존 스탠다드 곡의 코드 진행(Chord Progression)은 그대로 놔두되,

그 위에 완전히 새로운 멜로디를 얹는 방식이었다.

덕분에 저작권료 문제를 피해 가면서도,

익숙한 화성 구조 위에서 새로운 선율에 관한 실험을

마음껏 시도해 볼 수 있었다.


찰리 파커는 [ Indiana ]의 진행 위에 [ Donna Lee ]를 다시 썼고,

[ How High the Moon ]의 코드를 사용하여 [ Ornithology ]를 써 내렸다.

[ Ko Ko ]는 [ Cherokee ]의 코드진행을 그대로 차용한 대표적인 예이다.

이 기법은 얄팍한 속임수가 아니라,

제한된 화성 속에서 무한한 변주 가능성을 탐구하는,

당시 혁신적인 젊은 음악인들이 갈망하던

진보적인 재즈를 위한 도전이자 실험이었다.


Indiana / Donna Lee - Tierney Sutton


이런 새로운 시도들은 주로 뉴욕 할렘의 민튼스 플레이하우스(Minton’s Playhouse)와

먼로스 업타운 하우스(Monroe’s Uptown House) 같은 클럽에서 이루어졌다.

대중들을 위한 공식 공연이 끝난 심야 시간,

찰리 파커, 디지 길레스피, 셀로니어스 몽크 같은 젊은 연주자들은

너도 나도 무대에 올라 서로의 아이디어를 겨루듯

밤새도록 연주를 이어갔다.


이 비공식적 공간은 곧 비밥의 실험실이 되었다.

연주자들은 얄팍한 흉내로 돈을 벌려는 스윙 시대의 카피캣들을 걸러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주 난이도를 높였다.

메트로놈 템포가 300이 넘어가는 극단적인 템포,

예측 불가능한 조 변경과 복잡한 텐션 코드의 사용은

모두 이 싸구려 카피캣들을 걸러내기 위한

교묘한 음악적 장애물이자 장치들이었다.

디지 길레스피는 훗날

“우리는 일부러 그들이 따라오지 못하게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Ornithology / How High The Moon - Bireli Lagrene


결국 이 치열한 실험과 경쟁의 장에서

비밥 특유의 복잡한 리듬, 불편한 불협화성

그리고 비논리적으로 들리는 인터벌들이 태어났다.

재즈는 더 이상 춤추며 시시덕거리기 위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경청해야만 하는 예술’로 거듭 태어난 것이다.


이처럼 난이도 높은 음악적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곧 재즈 연주자의 자부심 그리고 명예와 직결되었다.

그리고 곧 이러한 현상은

비밥의 시대는 연주자들 사이에 일종의 ‘기술 경쟁’을 촉발시켰다.

찰리 파커의 눈부신 테크닉은 많은 이들에게 경외의 대상이었고,

젊은 연주자들에게는 하나의 음악적 지향점이 되었다.


이 경쟁은 곧 대중적 평가의 영역으로 옮겨갔다.

재즈 전문지 < Down Beat >, < Metronome >등은

매년 독자와 평론가들의 투표를 통해 최고의 연주자를 선정하는 순위표를 발표했다.

비밥의 시대에 이 순위는

재즈 연주자의 실력과 명성을 가늠하는 상징적인 지표로 작용했다.


이로써 재즈는 오락의 영역을 벋어나

고도로 정교한 연주 기술을 통해

예술적 성취를 겨루는 장르로 자리 잡기 시작한다.


결국, 콘트라팩트는

비밥의 언어적 토대를 제공했고,

애프터아워 잼 세션은 그 언어가 다듬어지고 실험되던 공간이었으며,

고난도의 연주 문화와 투표 열풍은

재즈 연주자들 간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로의 명예 훈장을 확인하는 장으로 확장시켰다.


비밥은 이렇게 법적 제약, 실험의 열기

그리고 재즈 연주자들의 욕망이 맞물려 탄생한 음악이었다.

지성적이면서도 본능적이고,

계산적이면서도 자유로운 그 양면성이야말로

비밥을 단순한 연주의 양식이 아닌

‘음악으로 말하는 하나의 사고방식’으로 남게 한 이유다.


Ko Ko / Cherokee - Magnus Lindgren / John Beas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