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d가 쏘아 올린 작은 공, Jazz Piano Trio!
누구에게나 가끔은 늦잠을 실컷 자고 일어나,
별일 없이 집에서 느긋하게 뒹굴어도 되는 휴일이 있다.
양치질만 대충 마치고
막 내린 드립 커피를 한 잔 손에 들고,
테이블 위에 반쯤 먹다 남아 구겨진 과자 봉지라도 있다면
더 이상 완벽 할 수 없다.
등이 푸욱 꺼지는 소파에 몸을 맡기고
영화 < ’Round Midnight >을 OTT 서비스로 찾는다.
파리 뒷골목의 어스름한 저녁 공기가
스피커 너머로 흘러나온다.
재즈의 향기가 거실 안에 퍼진다.
1986년작 < 라운드 미드나잇 >의 주인공 데일 터너는
말년의 버드 파웰이 파리에서 겪은 실제 삶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마약과 알코올에서 벋어나기 위해
주변의 마약상들로부터 도망쳐
낯선 도시 파리에서 음악과 삶을 버티던 파웰 곁에는,
그를 돌보고 기록했던 실존 인물 프란시스 파우드라(Francis Paudras)가 있었다.
영화 속 프란시스 보리에라는 캐릭터는
이 파우드라 라는 실존 인물에서 빌려온 인물이다.
재즈를 사랑하고, 쇠약해진 천재를 곁에서 챙기며,
그의 음악이 세상을 향해 다시 연주되기를 바라며
곁에서 조용히 삶을 지탱해 주는 존재였다.
데일 터너를 연기한 덱스터 고든은
실제 테너 색소포니스트의 전설이며,
이 영화 출연이
그의 인생 후반기를 다시 한번 화려하게 장식하는 제2의 전성기로 남는다.
그는 이 영화 속에서의 연기로
비전문 배우임에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으며
영화 사운드 트랙인 [ The Other Side Of Round Midnight ]로
그래미 최우수 기악 연주부문( 재즈 솔로 )을 수상한다.
그의 연기는 데일 터너라는 인물에 깊은 진정성과
자신의 실제 삶의 고독을 담아낸다.
198cm의 큰 키 때문에 "Long Tall Dex" 또는 "Sophisticated Giant"로 불렸던 그는
찰리 파커, 디지 길레스피 등과 함께 비밥 시대를 이끈 초기 테너 색소포니스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또한 실제로, 1960년대 초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약 14년간 유럽(주로 코펜하겐, 파리)에서 거주하며 연주 및 녹음 활동을 했다.
그는 미국에 비해 유럽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적고
재즈 뮤지션에 대한 존중이 더 크다고 느꼈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실제 경험은
영화 속 데일 터너의 삶에 그대로 녹아 있다.
영화의 핵심은 결국 OST다.
음악 감독 허비 행콕을 중심으로,
당시 최고의 재즈 마스터들이 실제로 OST 녹음에 참여하고
영화 속, 클럽 연주 장면에 직접 출연한다.
덱스터 고든 — 테너 색소폰
허비 행콕 — 피아노
프레디 허버드 — 트럼펫
웨인 쇼터 — 테너·소프라노 색소폰
챗 베이커 — 트럼펫, 보컬
존 맥러플린 — 기타
바비 허처슨 — 비브라폰
론 카터, 피에르 미셸로 — 베이스
토니 윌리엄스, 빌리 히긴스 — 드럼
바비 맥퍼린, 로넷 맥키 — 보컬
시더 월튼 — 피아노
영화 속, 클럽에서의 연주 장면은
재즈 역사에 남을 만한 실제 연주 세션의 기록이다.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그해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는다.
버드 파웰이 재즈 역사에 끼친 영향의 위대함은
두 손으로 다 꼽기 힘들 정도이지만
그래도 큰 맥락에서 정리를 해 본다면
기존의 솔로 즉흥연주 악기의 대명사였던 트럼펫, 색소폰이라는 악기의 대열에
피아노라는 악기를 끌어 올려놓은 인물이 버드 파웰이다.
혁신적인 연주방식과 솔로의 접근법
그리고 완벽한 연주 테크닉까지 더해져
스윙시대에 리듬반주 악기로 사용되던 피아노라는 악기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비전을 제시한 인물이다.
버드 파웰은 짧은 생애 동안
재즈 피아노 연주 방식 자체를 재정의한 진정한 혁명가였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그는 작은,
아니 거대한 공을 쏘아 올린다.
Jazz Piano Trio라는 연주형식을 현대적으로 정립한 선구자로
빌 에반스, 오스카 피터슨, 키스 자렛에 이어
에스뵈른 스벤손까지 이르는 재즈 피아노 트리오 연주의 시조 격으로 우뚝 선다.
재즈 감상을 진지하게 시작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께 가장 자주 권하는 앨범이다.
Kenny Drew Trio의 < Recollections >이라는 앨범은,
먼저 귀에 익숙한 선곡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고
그다음은 너무 난해하지 않은 편곡과 즉흥연주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 추천 이유이다.
또한,
주제 멜로디에 이은 즉흥연주 파트 그리고 다시 주제 멜로디로 돌아오는,
아주 전통적인 재즈 연주형식을 정확히 지키고 있어서
교양과목 강의 때 예제 곡으로 자주 함께 감상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버드 파웰이 정립해 놓은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전형을
정확히 귀로 확인 하기 정말 좋은 앨범이다.
( 솔직히 초심자들이 버드 파웰의 곡을 듣고 소리를 구분하여 듣고 이해하며 느끼기에는
연주의 빠르기나 음악적 현상들이 너무 빠르고 복잡한 것이 사실이다. )
재즈 피아노 트리오는 세명의 연주자로 구성되어 있다.
전형적인 구성은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되는데,
피아노는
전체적인 멜로디와 연주의 색깔, 느낌을 주도하는 화성을 주도한다.
거의 대부분의 감상자들은 피아노 연주에 집중하게 되며
일반 대중음악으로 비유하자면
밴드의 리드 보컬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콘트라베이스의 음색은
저음이고 음량이 도드라지지 않아
누군가에게는 잘 들리지 않는 소리 일수도 있으나
이 악기의 역할은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구성에서 가장 중요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악기이다.
게다가, 귀 기울여 한번 찾아 듣게 되면 그 매력은 가히 치명적인 악기가
이 콘트라 베이스의 소리이다.
피아노 주선율과 즉흥연주의 뼈대를 만들어주고
전체 음악의 리듬을 이끌어가는 중추역할을 하는 것이
이 콘트라 베이스의 역할이다.
콘트라베이스의 소리를 즐기게 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진정한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이라고 까지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드럼이 연주된다.
록이나 팝에서의 드럼과는 역할이 조금 다르다.
리듬적인 역할뿐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주 멜로디와 즉흥연주자들의 연주에 개입하며,
전체적인 리듬의 흐름에 색깔을 입혀주는 역할까지 한다.
세 악기가 각자의 역할을 나누어 연주하면서
유기적인 앙상블을 이루어 하나의 소리로 완성된다.
악기는 단 세 개뿐이지만 전혀 빈틈없는 어울림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이러한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전형을 이룬 버드 파웰의 혁신을 토대로
다시 한번의 피아노 트리오의 혁신을 이룬 인물을
빌 에반스라고들 이야기한다.
버드 파웰이 정립한 피아노 트리오의 형식과
그의 오른손 선률의 역할에 특별한 영향을 받은
빌 에반스는 이야기한다.
" 나에게 영향을 준 유일한 피아니스트는
오직 버드 파웰 한 사람뿐이었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