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sion Jazz, Weather Report.

by XandO

마일스 데이비스와 Weather Report를

1970년대, 퓨전 재즈의 형성과 발전 과정에서 분리해서 생각하기는 어렵다.

웨더 리포트의 출발점에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1960년대 후반에 이루어진

음악적 실험과 도전 정신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웨인 쇼터와 조 자비눌은 마일스의 밴드 안에서

이미 재즈의 전통적 형식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앨범 < In A Silent Way >(1969)와 < Bitches Brew >(1970)을 통하여

이미 그 희의적인 체감을 어떻게 벋어나야 하는지를 사운드로 구현해 낸다.


웨인 쇼터는 마일스의 ‘두 번째 황금 퀸텟’에서 작곡과 즉흥 연주 간의 균형을 담당했다.
마일스가 그를 “음악적 아이디어의 개념을 새롭게 정리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조 자비눌은 전기 피아노와 초기 신시사이저를 통해

재즈 사운드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인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1969년에 발표된 마일스의 앨범 < In A Silent Way >의 타이틀 곡이

죠 자비눌의 작품이라는 사실은 그 사실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마일스와의 활동 이후, 이들이 결성한 웨더 리포트의 초기 음악은

마일스의 실험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는다.
다만 앨범 < Bitches Brew >에서 제시된 몇 가지 핵심적인 음악적 실험의 전제를 공유한다.


첫째는 집단 즉흥 연주다.
명확한 솔로 순서 없이, 모든 악기가 동시에 반응하며 사운드의 흐름을 만든다.

We Always Solo and We Never Solo라는 개념 아래
전통적인 재즈즉흥연주의 형식인

테마–솔로–테마 구조와는 명확히 다른 접근방식으로

자신들만의 새로운 즉흥연주를 풀어낸다.


둘째, 전자 악기의 적극적 사용이다.

죠 자비눌은 신시사이저를 통해 만들어 낸 자신만의 독특한 사운드를

멜로디 악기이자 음향적 배경으로 동시에 사용한다.

이 지점에서 록과 펑크, 월드 뮤직의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밴드의 사운드 안으로 스며든다.


셋째, 이들은 전통적인 연주의 형식보다

사운드의 지속성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
곡은 뚜렷한 시작과 끝을 향해 진행되기보다는

하나의 상태처럼 유지되며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음악을 이끄는 것은 멜로디나 솔로가 아니라 리듬과 텍스처였다.

전통 재즈의 뼈대를 이루던 코드 진행은 곡의 중심에서 한 발자국 물러난다.
대신 밴드 전체가 공유하는 소리의 상태가 음악의 중심에 자리를 차지한다.
각 악기가 만들어내는 리듬은 서로 겹치며 겹겹이 층을 이루고,
전자 악기와 어쿠스틱 악기의 다양한 음색은 자연스럽게 레이어를 형성한다.

이렇게 쌓인 리듬과 음색의 결합은
곡의 구조보다 전체 사운드의 질감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웨더 리포트의 음악은 이 지점에서
형식의 전개가 아니라,

소리의 밀도와 결이 음악을 이끌어가는 방식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이들의 음악은 ‘곡의 주 멜로디를 따라간다’기보다
시간 안에 소리가 머문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다.


Black market - Weather Report


그리고 웨더 리포트의 음악은,

곧 마일스의 실험적 방향과는 또 다른 선택지를 향한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이들은 즉흥연주의 밀도를 완만하게 조절하는

대신,

밴드가 지켜나가야 할 그루브를 전면으로 내세워

전체 사운드의 구조를 재배치한다.

이 전환점은 1976년,

자코 파스토리우스가 밴드에 합류하면서부터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자코는 베이스라는 악기를 단순히 리듬을 유지하는 악기의 범주에서

멜로디, 화성, 리듬을 동시에 담당하는 악기로 끌어올렸다.
이 변화는 weather Report 앙상블 전체의 성격을 바꿔버리는 계기가 되었고

앨범 < Heavy Weather > (1977)는

그들이 추구하려던 가장 대표적인 앙상블 사운드의 결과물이다.


Birdland - Weather Report


Weather Report의 대표곡인 [ Birdland ]는

단순히 이 밴드의 가장 대중인 히트곡으로만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집단 즉흥연주의 개념을 충실히 유지한 채,

명확한 테마와 강한 그루브를 결합한

가장 대표적인 초기 퓨전재즈 사운드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음악의 내용은 복잡하지만 마일스의 퓨전재즈와 같이 난해하지 않다.

마일스의 사운드만큼 실험적이지만 청중들이 호응할 수 있는 대중성을 가득 품고 있다.

이 지점에서 웨더 리포트의 음악은

마일스의 퓨전재즈와는 다른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아방가르드한 사운드의 실험을 유지하면서도,

듣는 이들을 자신들의 음악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는 마일스가 열어둔 가능성을 또 다른 방식으로 정리한 결과였다.

그래서 웨더 리포트는 마하비슈누 오케스트라, 리턴 투 포에버와 함께
‘마일스 이후 퓨전 재즈’를 대표하는

세 가닥의 큰 흐름의 중심에 있는 밴드 중 하나로 추대된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출발점은 마일스이었으나

그의 후예들이 지향하는 재즈의 방향성은 각기 달랐다.

웨더 리포트의 음악은, 마일스 데이비스의 음악적 도전이

혁신과 실험적인 측면에만 의미를 두는 일회성 사건이 아니었음을

사운드로 증명한 셈이다.
그 실험이 지속 가능한 사운드로 변형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퓨전 재즈가 단순히 이런저런 실험적 요소들을 혼합하여 생겨난

단발성 실험 장르가 아니라,

재즈의 전통적인 연주 방식에 깊이 뿌리를 두고

혁신적이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 안에서

새로운 재즈적인 작동 방식을 찾아 발전될 수 있다는 점을 사운드로 증명해 낸 것이다.

이 점이 바로 웨더 리포트가
마일스 데이비스의 가장 대표적인 퓨전재즈의 후예로 언급되는 이유다.


Chicken - Jaco Pastorio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