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발매된 앨범 ' The Guitar Trio ' 에 수록된
영화 '흑인 오르페'의 주제곡을 리메이크한 곡이다.
전성기 때의 불꽃 튀는 속주보다는 깊이 있는 감성을 느낄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존 맥러플린은 정통 재즈의 틀 안에서 자신만의 현대적인 사운드를 탐구하기 시작한다.
더 프리 스피릿츠(The Free Spirits) 활동은
존 맥러플린의 방대한 커리어 중에서도
'재즈 기타리스트 본분‘으로의 회귀를 추구하던 아주 특별한 시간이었다.
1990년대 초,
존 맥러플린은 인도 음악이나 오케스트라 협업 같은 거대한 프로젝트에서 잠시 벗어나,
보다 자유롭고 뜨거운 재즈 본연의 즉흥성을 갈구한다.
이때 만난 인물이 바로 '하먼드 오르간의 재림'이라 불리던
젊은 천재 아티스트 조이 디프란체스코(Joey DeFrancesco)였다.
이 시기의 존 맥러플린은 다시 한번
자신의 음악적 뿌리를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
연주 멤버의 구성은 단순하다.
존 맥러플린이 기타를 맡고,
조이 디프란체스코가 하먼드 오르간과 트럼펫을 연주하며,
포켓 ( Pocket ) 타이밍의 대가인 데니스 체임버스가 드럼을 담당한다.
이 트리오는 베이스 연주자가 없는
전통적인 오르간 트리오의 형식을 따른다.
조이 디프란체스코가 오르간 페달로 베이스 라인을 동시에 연주한다.
이들의 실체는 1993년에 발매된 라이브 음반
< Tokyo Live >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현장의 긴장감, 속도, 볼륨이 그대로 담겨 있다.
사운드는 1960년대 블루지한 오르간 재즈의 정서를 담고 있지만 맥러플린의 기타 톤은 사뭇 다르다.
마하비슈누 오케스트라 시절의 날카롭고 공격적인 감각이 여전히 살아 있다.
과거로의 회귀라기보다, 두 시대의 언어를 동시에 녹여낸 사운드이다
특히 데니스 체임버스와의 호흡은 환상적이다.
드럼이 기타와 오르간 사이를 넘나들며 주고받는
치밀하면서 긴밀한 인터플레이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숨 돌릴 틈도 주지 않는다.
전통적인 하드밥의 문법을 바탕에 둔 즉흥연주이지만,
순간적인 폭발력은 재즈-록에 가까운 파과력을 가감 없이 들려준다.
존 맥러플린은 이 트리오를 통해
자신이 여전히 스윙과 블루스의 언어 안에 머물고 있음을 새로운 사운드 안에서 증명하고 있다.
전자음악과 월드뮤직, 명상적 프로젝트를 거친 이후에도,
자신의 음악적 뿌리는 재즈의 핵심과 한치도 멀어지지 않았다는 선언에 가깝다.
이 경험은 이후 어쿠스틱 트리오 작업과
샤크티 재결성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이 시기의 존 맥러플린은 화려함을 과시하기보다,
자신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다시 한번 연주로 확인하고 있었다
존 맥러플린의 The Fourth Dimension(4th Dimension)은
그가 70년대에 이끌었던 '마하비슈누 오케스트라'의 폭발적인 에너지와
'샤크티'의 영성, 그리고 현대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집대성한 밴드이다.
이 밴드는 그가 60대 중반이 된 2007년경 결성되어
지금까지 맥러플린의 음악적 고향 역할을 하고 있는 밴드이다.
단순한 백업 밴드가 아니라, 네 명의 거장이 대등하게 주고받는 '초고난도 인터플레이'가
이 밴드 사운드의 핵심이다.
게리 허스밴드 (Gary Husband)은 키보드와 드럼을 모두 자유자재로 다루는 천재 멤버이다.
공연 중 건반을 치다가 드럼 스틱을 잡고
듀얼 드럼 연주를 펼치는 모습은 이 팀의 전매특허 중 하나이다.
에티엔 음바페 (Etienne M'Bappé)는 카메룬 출신의 베이시스트로,
항상 검은 실크 장갑을 끼고 연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우 정교하면서도 타격감 넘치는 베이스 라인을 제공한다.
란지트 바로트 (Ranjit Barot)는 인도의 드럼 거장이다.
드럼 연주와 동시에 인도 전통 구음 리듬인 '콘나콜(Konnakol)'을 뱉어내며
존 맥러플린이 추구하려는 복잡한 변박들이 어디로부터 왔으며 어떻게 재즈 안에서 완벽하게 작용하는지를 뒷받침해 준다.
2017년, 존 맥러플린은
더 이상 대규모 월드 투어를 지속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다.
오른손 관절염, 그리고 장시간의 이동과 연속되는 공연이 요구하는
체력적인 부담이 늘 그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그래서 연주를 멈추는 대신,
연주의 방식과 활동 범위를 조정해야만 했다.
고별의 형식을 빌린 무대는 ‘The Meeting of the Spirits’ 투어였다.
지미 헤링과 함께 북미를 중심으로 진행된 이 투어에서
그는 마하비슈누 오케스트라 시기의 레퍼토리를 다시 꺼내 들었다.
1970년대의 사운드를 그대로 복원하려는 접근은 아니었다.
수십 년의 경험이 쌓인 시점에서,
그 음악을 다시 바라보고 새롭게 재해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팬들에게는 작별 인사였고,
본인에게는 긴 여정에 대한 정리의 과정이었다.
중요한 점은 이 선언 이후의 행보이다.
존 맥러플린은 음악 활동을 중단하지 않았다.
스튜디오 작업은 꾸준히 이어졌고,
소규모 공연 역시 체력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계속되었다.
그 흐름이 2023년 발표된 샤크티의 재불활로 이어졌다.
결성 50주년을 맞아 제작된 이 앨범은
2024년 그래미 어워드 수상으로 연결되었고,
짧은 기념 투어도 같은 시기에 진행되었다.
이후의 존 맥러플린에게
속도와 기교를 전면에 내세우던 시절의 긴장은 한결 누그러졌다.
그 대신 음과 음 사이의 여백, 연주자 간의 호흡,
음악이 향하는 명상적 지향점이 더욱 뚜렷해졌다.
신체 조건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태도 속에서,
음악적 사유는 오히려 더 깊어졌다.
결국 2017년의 투어 은퇴 선언은 무대에서의 퇴장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는 음악과 대중 사이의 거리를 자신의 현실에 맞게 다시 설정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