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k Corea & Keith Jarrett

20세기 재즈 피아노의 양대 산맥

by XandO

Windows - Chick Corea / Triology 3


2026년 2월 1일(현지 시각)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개최된

제68회 그래미 어워드(68th Annual Grammy Awards) 사상식!

거장 칙 코리아(Chick Corea)에게

베스트 재즈 퍼포먼스 (Best Jazz Performance) 부문에서

또 하나의 그래미상이 주어진다.

칙 코리아는 2021년 2월에 세상을 떠났으나,

생전의 미공개 실황을 담은 앨범 < Trilogy 3 >의 수록곡인

[ Windows (Live) ]를 통해 2026년에 다시 한번 그래미 트로피를 거머쥔 것이다.

이는 그의 사후 6번째 그래미 수상이자 통산 29번째 그래미 수상 기록이다.

이로써 칙 코리아는 역대 최다 그래미 수상자 순위에서,

1위인 비욘세 - 35회 ( 팝 ), 2위인 게오르그 솔티 - 31회 ( 클래식 )에 이어

29회 수상을 기록하며 역대 3위에 랭크되어

재즈 아티스트 가운데 독보적인 최다 수상자가 된다.


물론, 그의 위상을 그래미 트로피의 숫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어쿠스틱과 일렉트릭 사운드를 넘나들며,

라틴과 클래식, 퓨전과 정통 재즈의 양방면에 우뚝 서,

세대와 세대사이, 대륙과 대륙을 가로지른 행보가

그의 음악인생 안에 고스란히 축적된 결과이다.

특정 형식에 머물지 않았으려던 그의 예술에 대한 실험적인 태도,

세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진행된 협업을 통해

재즈의 언어를 확장해 온 음악적 실천이

사후에도 끊임없는 대기록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래서 그의 수상은 개인의 성취를 넘어,

이 시대의 재즈가 어떻게 변화하고 확장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재즈 역사의 연대기적 흐름 자체로 받아들여진다.




재즈 피아노를 논할 때 칙 코리아와 늘 함께 떠오르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Keith Jarrett.


Over The Rainbow - Keith Jarrett


팝에서 John Lennon과 Paul McCartney의 팬이 갈리고

혹은 Elton John과 Billy Joel을 라이벌로 비교하듯,

1970년대 이후 재즈 피아노에는 또 하나의 질문이 따라붙는다.


Keith Jarrett인가, Chick Corea인가.


두 사람은 모두 Miles Davis 밴드에서

1968년부터 1970년 사이에 함께 연주했다.

특히 1970년의 앨범 < Bitches Brew >는

두 사람에게 전자 악기 중심의 재즈 어법을 공고히 한 분기점이었다.

같은 무대에 위에,

앞으로 재즈계의 거장이 될 두 피아니스트의 전자 피아노가 함께 놓인 장면은 상징적이었다.

그리고 출발선은 같았지만,

그 이후 이 둘의 음악적 방향성은 분명하게 갈라진다.


마일스 밴드와의 활동 이후,

키스 자렛은 솔로 콘서트와 어쿠스틱 앙상블에 집중했다.

앨범 < The Köln Concert >는

젊은 키스 자렛의 솔로즉흥연주를 정점에 올려놓은 명반이 되었으며,

그의 유로피안 퀄텟의 앨범 < My Song >은

각종 커머셜 용도의 BGM으로도 널리 사용될 정도로 대중적인 호응을 받으며,

키스 자렛이 누군지 모르는 이들도 멜로디를 흥얼거릴 수 있는 히트곡이 되었다.


My Song - Keith Jarrett / Jan Garbarek / Palle Danielsson / Jon Christensen


반복적인 청취를 통한 깊이 있는 감상으로도 적합하고,

편안한 일상의 배경음악으로도 손색이 없다.

키스 자렛이 한국 시장에서도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이다.

2010년과 2013년에 열린 세종문화회관 내한공연 티켓팅이 시작되고

순식간에 전석이 매진되어 버린 사건은

그의 내한에 대한 희소성과 상징성이 결합된 해프닝으로 기억된다.


그 반면, 칙 코리아의 음악적 행보는

키스 자렛에 비해 매우 다각적이면서도 다층적이다.

1960년대 앨범 < Now He Sings, Now He Sobs >에서

이미 현대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전형과 그 문법을 명확히 제시한다.

이후 Return to Forever를 통해 실험적인 일렉트릭 재즈로 표현의 방식을 확장했고,

[ Crystal Silence ], [ Spain ] 등을 통해 절대적인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다.

1980년대에는 Chick Corea Elektric Band와 Akoustic Band를 병행했고,

수많은 듀오 앨범들과 라틴 앙상블, 빅밴드, 클래식과의 협업등을 거쳐

2010년대에 들어 Christian McBride, Brian Blade와의 Trio 프로젝트인

< Trilogy > 실황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편성과 장르의 순환을 거듭하며 매번 재즈 음악사에 남을 명반들을 내놓는다.

그는 협업 중심, 프로젝트 중심의 음악가였다.


이런 차이점들은 팬층의 성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키스 자렛을 선호하는 청중은

‘한 명의 피아니스트가 만들어내는 집중된 세계’를 사랑한다.

투명한 음색과 울림의 순간순간에 깃든 긴장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고독한 즉흥의 서사를 듣는다.

반면 칙 코리아의 팬들은

리듬과 앙상블의 긴박한 상호작용,

편곡의 치밀한 구조, 장르 간의 화려한 융합을 즐기며

음악을 하나의 광활한 세계관을 가진 열린 체계로 받아들인다.


국내 인지도에서도 결이 다르다.

칙 코리아는 1990년대 이후 7~8회 이상 내한하며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LG아트센터 등 2,000~3,000석 규모 공연장을 꾸준히 채웠다.

반복 방문을 통한 신뢰의 축적이다.

키스 자렛은 두 차례에 그쳤지만,

매진 속도와 화제성은 압도적이었다.

희소성이 집중도를 만든 사례다.


그래미 기록에서도 그 차이가 드러난다.

칙 코리아는 통산 29회 수상으로 재즈 아티스트 최다 기록을 보유하며,

팝과 클래식에 비해 대중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재즈 아티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수상 순위에서도 최상위권에 위치한다.

물론, 그리미 어워드가 미국 음악가 중심의 시상식이며

칙 코리아 활동의 무게중심이 미국 시장에 있었고,

미국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들과의 협업이 지속되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반면 키스 자렛은 ECM을 중심으로 유럽 활동 비중이 높았고,

미국 대중음악 산업과의 접점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그 이유인지 키스 자렛은 그의

명성과는 관계없이 그래미에 몇 차례 노미네이트 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래미 수상 횟수의 격차는 음악적 우열이라기보다

산업 구조와 활동 반경의 차이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키스 자렛은 고독한 독주로

집중과 응축을 택했고

칙 코리아는 끊임없는 실험과 협업으로

확장과 교류를 택했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서로 달랐지만

두 사람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이 시대 최고의 재즈 거장으로 우뚝 서있다.


Mirror Mirror - Eliane Elias Feat. Chick C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