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sion Jazz, Chick Corea Pt.2

20세기를 대표하는 재즈 거장의 소통 방식

by XandO

Windows - Chick Corea


Chick Corea는 1941년 매사추세츠 첼시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아르만도 안토니 코리아.

아버지는 지역의 밴드리더이자 트럼펫 연주자였다.

칙 코리아는 네 살에 피아노를 시작했고 여덟 살에는 드럼을 배웠다.

어린 시절, 이 두 악기의 경험은 그가 피아노를 타악기처럼 다루는 감각으로 이어진다.

어린 시절부터 비밥과 모차르트를 함께 들으며 자란 칙 코리아는

컬럼비아대와 줄리어드에 잠시 다녔지만 곧 재즈의 현장으로 뛰쳐나와야 했다.

뉴욕 클럽이 그의 진짜 학교였다.

1960년대 초,

몽고 산타마리아와 윌리 보보 밴드에서 라틴 재즈를 연주하며 서서히 이름을 알렸다.

1966년 앨범 < Tones For Joan's Bones >로 리더 데뷔작을 발표하며

하드밥과 포스트 밥 기반의 정교한 리듬감과 뛰어난 선률 작곡능력으로 주목받는다.

1968년 드디어 트리오 음반 < Now He Sings, Now He Sobs >으로

그는 거장다운 면모를 드러내며 확실한 존재감을 남겼다.

이 음반은 비밥 어법을 확장한 피아노 트리오의 교본으로

지금까지도 재발매가 이어진다.

당시 리듬 섹션과의 상호작용, 개방적인 형식과 구조는

빌 에반스 트리오 음반과 더불어,

이후 현대 재즈 트리오의 전형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같은 해 그는 Miles Davis 밴드에 합류한다.

여기서 결정적인 전환이 일어난다.

어쿠스틱 피아니스트였던 그에게 마일스는 펜더 로즈를 맡겼다.

처음에는 거부감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전자 악기들은

그의 또 다른 재즈적 어법을 넓히는 도구가 된다.

그는 마일스의 앨범 < In a Silent Way >와 < Bitches Brew > 녹음에 참여했고,

두 음반은 재즈와 록, 전자 악기의 결합을 본격화한 사례로 기록된다.

1970년대 퓨전 재즈 확산의 출발점이었다.

이후 마일스를 떠나, 스스로가 주축이 되어 밴드 ' 리턴 투 포에버 '를 결성한다.

초기에 플로라 푸림, 아이르투 모레이라 등의 참여로

브라질리안 음악의 색채가 강한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웠고

1973년, 발매된 앨범 < Light as a Feather >에 실린 [ Spain ]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곡이자 그 스스로의 대표곡이 된다.


Spain - Return To Forever / Chick Corea


이 곡 [ Spain ]의 도입부는 스페인 작곡가 Joaquín Rodrigo의

[ Concierto de Aranjuez ] 2악장을 인용하는 인트로 파트로 시작한다.

원곡에 대한 존중을 밝히며 재즈의 어법과 리듬으로 재구성했다.

이후 그의 밴드는 일렉트릭 기타 중심의 재즈록 편성으로 변모한다.

앨범 < Hymn of the Seventh Galaxy >, < Romantic Warrior >는

테크닉과 집단 앙상블의 정점을 보여준다.


그 후, 1980년대 중후반에는 자신의 이름을 건

' Elektric Band '와 ' Akoustic Band '를 병행한다.

당시 최고의 테크닉을 구사하던 재즈계의 영 라이온인

베이시스트 존 패티투치와 드러머 데이브 웨클 등 젊은 연주자를 전면에 내세워

현대적인 신시사이저 사운드와 테크니컬한 연주를 극대화한 첨단의 디지털 사운드와

철저히 어쿠스틱한 정통 재즈트리오를 오가며 양쪽 문법을 동시에 발전시킨다.


Rumble - Chick Corea ElekAtri Band


Spain - Chick Corea Akoustic Band


그의 음악은 늘 실험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새로운 끊임없이 젊은 음악가들을 발굴해 냈고

새로운 사운드와 스타일 그리고 편성들의 확장에 집중하며

자신의 음악적 스타일들을 무한대로 확장해 나아갔다.


그리고 그는 " Duo"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늘 자신의 음악적 한계에 도전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Can't We Be Friends - Chick Corea / Gary Burton


1972년,

Chick Corea는 비브라폰 연주자 Gary Burton과의 협연을 계기로 듀오 작업을 시작한다.

이 만남은 단순한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지는 장기적 협업의 출발점이 된다.

피아노와 비브라폰은 모두 타악기적 성격을 지닌 건반 악기다.

두 악기가 만들어내는 음색은 투명하고, 어택은 분명하며, 소리에 담긴 여운은 길다.

이 특성 덕분에 두 연주자는 리듬과 화성을 동시에 교환하는

그들만의 정교한 인터플레이를 듀엣 사운드로 구축할 수 있었다.

과장 없이 말해, 이 듀오는 ‘합주’보다 ‘대화’에 가까운 형식을 보여준다.


1973년 발표된 < Crystal Silence >는 그 출발을 알린 음반이다.

이후 < Duet > (1979), < The New Crystal Silence > (2008),

< Hot House >(2012)로 이어지며 프로젝트는 40년에 걸쳐 거듭 확장되었고

세장의 앨범 모두, 그래미를 수상하며 음악적 완성도와 예술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이 듀오 작업은 칙 코리아의 음악 세계에서 중요한 축을 이룬다.

대규모 밴드나 전자 사운드가 아닌,

최소의 편성 속에서 이루어진 치밀하고 치열한 음악적 상호작용이었다.

그는 이러한 듀오 프로젝트들을 통해

‘소통’이라는 자신의 음악적 신념을 가장 명료한 형태로 드러냈다.


'Round Midnight - Chick Corea / Bobby McFerrine


Chick Corea의 듀오 작업은 게리 버튼과의 협업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동시대 피아니스트, 보컬리스트,

심지어 전혀 다른 악기 연주자와의 만남을 통해

‘둘’이라는 최소 단위 안에서 도전적인 음악적 실험을 이어갔다.


같은 마일스 밴드 출신이었던 Herbie Hancock과의 피아노 듀오는 상징적인 사건중 하나이다.

< An Evening with Herbie Hancock & Chick Corea in Concert >(1978)은

두 대의 그랜드 피아노가 마주한 라이브 기록이다.

이어진 < CoreaHancock >(1979)은 즉흥과 스탠더드를 오가며,

경쟁이 아닌 상호 자극의 극단적인 관계가 빗어낼 수 있는 사운드의 극한을 들려준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어법을 밀어붙이기보다,

순간의 아이디어에 반응하며 새로운 구조로 쌓아 올려간다.


보컬리스트 Bobby McFerrin과의 < Play >(1992)는 또 다른 음악의 표현 방식을 제시한다.

여기서 악보는 최소화된다.

목소리는 리듬이 되고, 피아노는 멜로디이자 타악기가 된다.

그리고 그들은 소리를 가진 놀이 < Play >에 그들 스스로가 빠져든다.

이어진 프로젝트인 < The Mozart Sessions >(1996)에서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바탕으로, 클래식과 재즈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고전 레퍼토리를 존중하되, 고전에 대항 연주자의 자의적 해석을 바탕으로 새로운 재즈적 즉흥연주를 시도한 작업이다.


악기의 영역을 더 확장한 사례도 있다.

밴조 연주자 Béla Fleck과의 듀오 시리즈는 블루그래스와 재즈의 접점을 탐색했다.

세장의 프로젝트 중 < Remembrance >(2024)는 코리아 사후 발표되어 그의 마지막 듀오 유작으로 남았다.

장르적 배경이 다른 두 연주자가 공통의 리듬 감각을 찾아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세대를 넘는 만남도 인상적이다.

일본 피아니스트 Hiromi Uehara와의 2008년 발표된 앨범 < Duet > 은

스승과 제자에 가까운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기록이다.

열정적인 에너지와 숙련된 경험이 교차하는 소리들의 교차점이 또렷하다.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Stefano Bollani와의 < Orvieto >(2011)는

유럽적 서정과 미국 재즈 어법이 자연스럽게 융합되었고

클래식과 재즈를 자유롭게 넘나든 Friedrich Gulda와의 < The Meeting >(1983)에서는

두 사람의 작곡과 즉흥을 병렬로 놓으며 장르의 구분을 흐린다.


이들 듀오 작업은 단순히 구성을 줄여 테크닉을 과시하려는 의도를 뛰어넘는다.

편성이 줄어들수록 각자가 짐 져야 할 사운드에 대한 책임은 커진다.

한 음정 한 음정 그리고 한 박자 한 박자에 대한 반응이 곧 구조 그 자체로 확장된다.

칙 코리아는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세대, 다른 악기, 다른 장르가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음악적 작용을 통해 다른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의 듀오 프로젝트들은

사운드 확장의 방식이 연주 집단의 규모에 달려 있지 않다는 사실을 사운드로 증명해 냈다.


Darn That Dream - Chick Corea / Stefano Boll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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