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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Spanish Love Song

Charlie Haden 의 사랑 노래

by XandO

인간에게 사랑이란

숭고하고 아름다운 앞면과

잔인하고 처절한 뒷면을 가진

불꽃이다.


따뜻함과 밝음을 주는 생명의 빛이었다가

이내, 화염이 되어

모든 것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잔혹한 불꽃


사랑.

인간은 불나방이 되어

그 불꽃을 향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다.


그 불꽃에 대한 노래 중

가장 사랑하는 곡이

Charlie Haden의 [ Our Spanish Love Song ]이다.


1. Our Spanish Love Song

- Gonzalo Rubalcaba / Suite 4 y 20


현대 재즈 베이스의 거장 Carlie Haden은 이 아름다운 사랑노래를

Mr. Adagio라고 직접 별명을 붙여줄 정도로 아끼던

쿠바의 잚은 피아니스트 Gonzalo Rubalcaba의 솔로 앨범 녹음에 선뜻 내놓는다

쿠바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Gonzalo Rubalcaba의 1992년 앨범 [ Suite 4 y 20 ]를 통해

처음 발표된 Charlie Haden의 [ Our Spanish Love Song ].


스페인의 식민지 역사를 가진 쿠바는

음악, 미술, 문학, 건축과 더불어 거의 모든 사회문화들이

스페인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진 나라이다.

특히나 스페인의 전통음악 플라멩코에서 비롯된 스페인 볼레로는

쿠바로 전해지면서 그들만의 독특한 쿠바 스타일 볼레로로 발전하였다.

그런 쿠바의 음악적 환경에서 자란 Gonzalo Rubalcaba는

Chalier Haden에게, 당시로는

[ Our Spanish Love Song ]을 맡기기 최적의 피아니스트였는지도 모른다.


잔잔한 심벌 소리들이 양철지붕을 잘게 때리는 빗방울 소리 같이,

묵직한 콘트라베이스의 무심함 위로 떨어져 내린다.

피아노 건반위를 훑어가는

애절한 사랑의 멜로디가

조용히 그 틈새를 비집고 드러난다.


느긋한 멜로디는 열기가 식어가는

스페인의 오래된 뒷골목의 느릿한 오후처럼 나른하게 흘러내리고

이내, 어둠이 내린 뒷골목은

지난 사랑의 뜨거운 환영들로 뒤엉켜 흥청댄다.

덤덤한 콘트라베이스와 타악기의 빗소리 사이로 내달리던 격정의 멜로디는

덧없이 뜨거웠던 지난 사랑의 기억을 뒤로하고

흐릿해져 가는 가로등을 적시는 구슬픈 저녁비에 식어간다.


그리고 마침표를 찍은 마지막 피아노 종지음은

듣는 이의 귀 주위에서

한동안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게

쿠바 피아니스트 Gonzalo Rubalcaba의 손끝에서

쿠바와 스페인을 넘나 들며 펼쳐지는

한 편의 영화 같은 발라드가 탄생했다.


우리가 그를 Mr. Adagio라 부르는 이유이다.


2. Our Spanish Love Song - Pat Patheny & Charlie Haden / Beyond The Missouri Sky


Charlie Haden은

어머니로부터 스페인계 혈통을 이어받았으며

어릴 적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스페인 민요와 포크음악에서 많은 영감을 받으며 자랐다.

실제로 Charlie Haden 모계의 영향은

그의 둘째 아들 Josh Haden에게까지 이어져,

Josh는 밴드 [ Spain ]의 리더로 스페인 음악 밴드에서 베이스와 보컬로 활동하고 있다.


찰리 헤이든은 곤잘로 루발카바만큼이나 팻 메스니를 사랑했다.

둘은 같은 고향 미주리 출신이며

17살이나 많은 찰리 헤이든은

푸르디 푸른 18세의 팻 메스니를 처음 만난 이후로

그를 가족과 같이 아끼며 음악적 교감 이상의 관계를 이어간다.

그리고, 그 둘은 [ Beyond The Missouri Sky ]라는

현대 재즈사의 절대 명반을 만들어 낸다


재즈에 특별히 친숙하지 않은 청자들에게도

11, 12번째 트랙의

[ Cinema Paradiso ] Love Theme과 Main Theme으로

꾸준히 사랑받는 인기 앨범이다.


이 앨범은 아직 서른이 안된 Gonzalo Rubalcaba의 열정에 휩싸인 사랑의 발라드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이때, 찰리 헤이든은 이미 60세를 너머 선 나이였고,

팻 메스니 또한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였다.

불타는 사랑보다는 가족과 친구, 동료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은 건 아니었을까?

이 앨범의 백미는 역시나

두 번째 트랙 [ Our Spanish Love Song ]이다.


절제와 격정의 사이를 줄 타는 듯한

팻 메스니의 바리톤 어쿠스틱 기타의 멜로디는

미주리의 지평선 끝에 걸쳐진 석양을 가득 채우려는 중년의 푸념이라면

무심히 어루만지듯 이어지는

찰리 헤이든의 콘트라 베이스 솔로연주는

말로는 다 새기지 못할 장년의 긴 세월을 담았다.


책 한 권으로도 다 이야기 못할 그 둘의 긴 이야기를

5분 남짓의 턱없이 부족한 시간안에 모두 털어 넣었다.


두 거장의 [ Our Spanish Love Song ]


3. Our Spanish Love Song - Gabriele Mirabass & Simone Zanchini / Il Gatto E La Volpe


목가적이며 따뜻한 음색에 정교한 음정,

넓은 음역대와 섬세한 다이내믹으로

새가 지저귀듯,

곡의 주된 멜로디를 도맡아 연주해 주던 클라리넷이

1940년대 이후, 색소폰의 인기에 밀려

대중음악 / 재즈 무대들에서 찬밥신세가 된 일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소리의 반응이 클라리넷에 비해 즉각적이며

음색이 더 감각적인 색소폰이,

멜로디보다 리듬이 더욱 중요해진 대중음악의 새로운 경향에 더 잘 맞았다.


그 후로 한동안 찾아보기 힘들던 클라리넷의 재즈 연주가

1960년대 이후에 유럽에서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를 견인한 대표적인 연주자 중 하나인

Gabriele Mirrabassi와 아코디언 연주자 Simone Zanchini가

2022년에 들고 나온 앨범 [ Il Gatto E La Volpe ]

고양이와 여우.


클라리넷이 연주하는

따뜻한 설레임이 가득한 멜로디와

아코디언의 고혹적인 리듬 반주는

고양이와 여우가 서로를 유혹하듯

끝이 나지 않을 밀고 당김으로 이어진다.


무엇을 가지려거나 어디에 이르려는 것이 아닌,

그 순간의 싫지 않은 기대감이 지속되기만을 바라며,

정한 것 없는 고양이와 여우의 설레임.


들숨과 날숨으로 엇갈리는 클라리넷과 아코디언의 숨결이

주위의 공기를 목적 없는 두근거림으로 가득 메운다.


그렇게 끝이 나지 않을 설레임으로

고양이와 여우는 서로를

하염없이 마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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